우리 농어업은 지금 3대 변화의 위협에 정면으로 노출돼 있다. 기후변화와 유통환경, 소비 트렌드 변화 등이 위기 요인이다. 유례없는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국내 농어업의 혁신성장을 제도하며 위기의 환경을 정면 돌파하는 공공기관 CEO가 화제다. 주인공은 지난 2021년 3월에 취임한 후 혁신과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온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다.
그를 아는 사람은 철저한 현장주의자, 성과로 말하는 리더십, 일에 몰두하는 워커홀릭(workaholic)으로 기억하고 있다. 실제로 김 사장의 시간표는 아주 촘촘하고, 현장 방문으로 가득하다. 치밀한 전략으로도 유명한 그는 요즘 어떤 전략 카드로 혁변의 시대를 대응해 나가고 있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프레시안>이 7일 오후 김 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프레시안 : 취임 2년 6개월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어떻게 보냈는가?
김춘진 사장(이하 김춘진) : K-푸드 수출전진기지 육성과 식량안보 강화, ESG경영 확대, 농산물 유통 디지털 전환 주도, 공공급식 확대 등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사실 공사는 1967년에 설립된 이후 농산물의 수급 안정과 유통구조 개선, 농어업인의 소득 증대 등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 농어업은 기후변화와 유통환경의 대변혁 등 유례없는 전환기적 시점에 와 있다.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농산물 수급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식량안보를 강화하는 한편 농산물 유통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갔다. 농수산식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농수산업과 식품외식기업의 상생을 통해 농어업인의 소득을 높여 나가기 위해 노력해왔다.
프레시안 : 취임 후 코로나19 등 여러 악재가 많았다. K-푸드 수출은 어떠한가?
김춘진 : 지난 2년여 동안 대내외적 여건이 아주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결과 K-푸드 수출은 지난해 사상 최초로 120억 달러를 달성했다. 올해 수출목표는 135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장기 전략을 잘 수립하고 효율적인 실행에 옮긴다면 앞으로 10년 안에 ‘수출 1000억 달러 시대’를 개막할 수 있을 것이다. K-푸드에 푸드테크를 가미해 부가가치를 높여 나갈 경우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과 수출은 전망이 아주 밝다. 올해 2월부터 직접 단장을 맡은 ‘K-푸드 수출 확대 추진단’을 출범하고 현장 중심의 수출지원을 강화하는 등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농업기관 최초로 ‘푸드테크 전담부서’도 신설하고 수출역량 강화에 힘을 모으고 있다.
프레시안 : 식량안보는 중요한 과제임에도 갈 길이 멀다.
김춘진 : 식량이 곧 무기이지만 식량과 사료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021년 기준 21% 수준으로 아주 낮다. 최근 국제시장에서 곡물의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식량안보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산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 기반을 확보해 식량안보 강화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상시 비축하며 관리할 수 있는 ‘식량·식품 종합 콤비나트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식량안보는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이 중요한 키(key)인 만큼 농산물 수급안정 전문기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 자급률을 높여가는 방안을 적극 마련해 나갈 것이다.
프레시안 : 기후위기가 심각하다.
김춘진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올해 3월 최종 승인한 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20년 이내에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온실가스가 지금과 같이 계속 배출된다면 지구 온도는 이번 세기 중반에 2도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해수면은 2300년에 2~7m까지 상승할 전망이고 최대 15m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인류가 맞닥뜨리게 될 위기는 매우 치명적이다. 농업 생산성 하락으로 식량 생산이 급감하고 생태계가 파괴된다. 지구온도 1.5도 상승까지 남은 탄소예산은 앞으로 500기가톤(Gt), 시간으로는 불과 10년 남았다. 인류의 미래가 달린 골든타임, 앞으로의 10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프레시안 :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김춘진 : 감기에 걸리면 해열제를 먹는데, 이것은 ‘대증요법’에 해당한다. 병의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시행하는 치료법이다. 발생한 탄소를 포집하는 것이나 나무를 심는 방안도 일종의 대증요법에 속한다. 반면, 열이 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원인요법’이 훨씬 높은 차원의 치료법이다. 열병을 앓고 있는 지구에게 필요한 것은 탄소 배출과 기후변화의 원인을 원천 차단하는 ‘원인요법’이다.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31%를 차지하는 먹거리 분야는 원인요법이 시급한 대상이다. 저탄소‧친환경 농수축산물로 적절한 양의 음식을 조리해 남김없이 먹음으로써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일상 속 저탄소 식생활 실천으로 누구나 지구지킴이가 될 수 있다. 먹거리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 이것이 바로 탄소배출 제로에 동참하는 길이다.
프레시안 : 저탄소 식생활 ESG 실천 캠페인도 안정적인 먹거리와 연계되는 것인가?
김춘진 :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2019년 통계에 따르면 먹거리 생산·가공·유통·소비·폐기 등의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31%이다. 취임 직후인 2021년 4월에 국내 169개 농수산식품 협력기관과 함께 ‘ESG 경영’을 선포했다. 3개월 후인 같은 해 7월 먹거리 분야 ESG 실천 방안인 저탄소 식생활 캠페인을 최초로 전개한 것이다. 식량안보와 온실가스 배출 감축 차원에서 먹거리 분야 탄소중립을 위한 저탄소 식생활 ESG 실천 운동을 국내외에 전개하고 있다. ‘탄소배출 제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저탄소 식생활은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실천 가능한 구호이다. 잔반 없는 식사,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재활용품 사용 등이 아주 쉬운 동참 방안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
프레시안 : 저탄소 식생활 ESG 실천 캠페인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김춘진 : 최근까지 공사는 29개국 521개 정부·기업·단체 등과 함께 뜻을 모았다. 글로벌 캠페인을 통해 우리가 보유한 먹거리 차원의 저탄소 식생활 노하우를 전 세계인과 함께하고 있다. 특히, 미국 도시 중 최초로 캘리포니아주 풀러턴(Fullerton)시, 캄보디아 농림수산부, 세계한인무역협회(World OKTA), 중남미한국식품연합회 등 다수의 국내외 유통업체와 협회‧단체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글로벌 저탄소 식생활 실천 확산 발판을 마련했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탄소중립 실천 역할을 주도적으로 하면 K-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K-푸드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수출 확대에도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프레시안 : 발효식품 ‘김치의 날’ 제정을 위해 해외에서 발로 뛰고 있다.
김춘진 : K-컬처가 유지된 배경엔 K-푸드가 있었다. 김치는 한국인의 소울푸드이며, 750만 해외동포들이 김치를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켜왔다.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Health Magazine)’에서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지구촌이 인정하는 건강식품인 셈이다. 저는 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음식을 접해봤지만 김치보다 더 뛰어난 음식은 없었다. 다양한 식감과 감칠맛을 지나고 있으며, 풍부한 유산균은 소화를 원활하게 하고 면역력을 증진시킨다. 우리 민족의 소울푸드를 알리고 한국 식품의 위상과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전 세계 각국에 ‘김치의 날’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레시안 : 세계 각국의 호응도는 어떠한가?
김춘진 : 아주 관심과 호응이 뜨겁다. 미국의 심장부 수도 워싱턴 DC를 포함해 캘리포니아주, 버지니아주, 뉴욕주, 하와이주까지 ‘김치의 날’이 공식 기념일로 제정됐다. 아울러 브라질 상파울루시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 ‘김치의 날’을 제정 선포하는 국가가 되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에 세계 최초로 ‘김치의 날’을 국가 기념일로 제정한 바 있다. 당초 이달 12일경에 몽골의 울란바토르에서 ‘김치의 날’ 제정을 위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한달 가량 연기가 됐다. 이렇게 되면 다섯 번째 도시에서 ‘김치의 날’을 제정하게 되는 셈이다. 공사는 최근 사이버 외교사절단인 ‘반크’와 업무협약을 맺고 글로벌 김치 확산에 나서고 있다. 반크와 함께 전 세계 750만 재외동포의 거주국에서 ‘김치의 날’을 제정할 수 있도록 글로벌 캠페인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전 세계인이 김치를 먹고 김치의 우수성을 알게 된다면 ‘김치의 날’은 세계인이 함께하는 기념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마무리 인사 말씀을 해 달라.
김춘진 : 공사는 지난해 공공기관 동반성장평가 최고 등급, 동반성장 유공 대통령 표창, 고객만족도 조사(PCSI) 최고등급 달성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우리 농어업의 혁신성장을 선도해왔다고 자부하면서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겠다. 식품산업 육성과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 농산물 유통 디지털 전환, 농수산식품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국민에게 신뢰 받는 공사가 되기 위해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전환을 주도해 나가겠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린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주요 경력과 수장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2014 ~ 2016)
- 더불어민주당 AI 대책 특별위원장(2016)
- 국회 농림어업 및 국민식생활발전 대표(2012 ~ 2016)
- 국회 예산결산 특별위원회 위원(2007 ~ 2009, 2012 ~ 2013)
-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2013 ~ 2014)
-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2012 ~ 2013)
- 17, 18, 19대 국회의원(2004 ~ 2016)
- 국무총리 표창(2002), 국세청장 표창(2002)
- 국회입법 및 정책개발 최우수의원(2009, 2010)
- 대한민국 헌정대상(2011, 2013 ~ 2015)
- 올해의 닮고싶은 인물대상 수상(140여개 NGO단체,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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