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개최 준비가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해 논란이 이어지던 시기,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농단사태가 터지고 게다가 올림픽이 최순실의 먹잇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급격히 식었다. 엎친 데 덮친 격, 유럽에선 북한의 도발 위협 때문에 불참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때 강원도에서 이런 말이 돌았다.
"이제 사회간접자본(SOC) 얻을 거 다 얻었으니 올림픽 반납하면 안 되나?"
이게 바로 강원도의 올림픽 유치 속내였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올림픽 그 자체가 아니었다. 강릉까지 연결된 KTX와 서울양양고속도로 등 올림픽을 이유로 건설된 사회간접자본이었다. 결국 사회간접자본 때문에 국제적 이벤트들이 '이용'되는 것이다.
혹시 전북도 "얻을 건 다 얻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나
이번 새만금 잼버리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국제행사였다. 준비가 안 된 수준이 아니라, 엉망진창이었다. 선진국으로 질주하던 대한민국이 외국인들을 초대해놓고 이들에게 끔찍(horrific)하고 더러운(dirty) 경험을 선사한 것이다.
참가자가 158개국 4만3000명이다. 대부분 청소년인데 참가비가 무려 120만 원이다. 그러나 비행기값, 용돈 등을 포함하면 실질적 경비는 1인당 1000만 원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아이 하나 잼버리에 참가시키기 위해 온 가족이 함께 절약하는 것이다. 지금 '전세계의 온가족'이 분노하는 중이다.
조직위가 지금 K-팝 콘서트 한 방으로 전세를 역전시키려 하는 사이 전북도는 혹시 ‘얻을 건 다 얻었다’며 자위하고 있지는 않나 궁금하다. 전북도가 세계스카우트대회를 유치한 이유가 무엇일까? 활용에 애를 먹는 새만금 간척지의 매립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많은 이들이 의심하듯 새만금 국제공항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위해 잼버리가 필요했던 것 아니었나? 실제 문재인 정부 당시 잼버리 참가자들을 위해 신공항을 빨리 건설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예타 면제가 필요하다 해서 정부가 이를 면제해주기까지 했다.
결국 염불보다 잿밥이었나?
그러나 전북도는 참가자들 위해 꼭 필요하다며 신공항은 예타 면제만 받아 놓고는 착공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어처구니 없게도 대회 메인센터 공사는 내년 완공될 거라고 한다. 야영지로 진입하는 도로도 폐막을 앞둔 지금 여전히 공사 중이다. "인허가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조직위가 해명했다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전북은 새만금에 기업 유치 홍보하면서 '간척지이기 때문에 인허가 문제가 없다'고 떠들지 않았나.
전북은 자기들이 원했던 사회간접자본을 위해 세계스카우트대회를 이용한 것이다. 사실은 이 대회에 참여하는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을 자신의 이해 충족을 위해 이용한 것이고 결국 이들은 전북에 의해 착취되고 소중한 꿈이 희생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중앙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인데 중앙 정부마저 책임을 방기했다.
무능과 무책임의 완벽한 결합
실무 책임이 있는 전북과 이를 관리감독하고 지원해야 할 중앙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합쳐져 발생한 사례다. 실력과 책임감 중 하나만 작동해도 이런 참사는 발생하지 않는다. 한 참여자 학부모는 언론 인터뷰에서 "문제가 아닌 게 하나도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직무유기 같아요"라고 말했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참여자 제보를 받겠다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다수의 정치인들과 언론, 시민단체가 그렇게 경고를 해왔음에도 이를 무시해온 중앙 부처와 전북의 행태는 기괴하기까지 하다. 결국 이들은 행사는 방편이었을 뿐 정작 행사를 '잘' 치르는 데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수도권 이외 지자체들은 이러한 국제행사를 외면할 리가 없다. 그럴수록 대형 행사는 중앙 부처의 관리감독과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금번 사태는 한 지자체가 국제행사를 이용해 사회간접자본을 탐하다가 행사를 망쳐버린 사례이자 무능, 무책임한 중앙 및 지역 정부가 참가자인 각국 청소년들의 희망을 뭉개버린 것이라 평할 수밖에 없다. '전세계 온가족'의 분노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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