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서 풍수지리가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대 교수가 후보지를 답사한 일에 대해 야당이 연일 비판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영원한 DJ의 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의 풍수지리·역술 관련 일화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박 전 원장은 26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도 풍수지리를 참고하셨느냐'고 묻자 "참고를 하는 건 아니다. 저도 풍수지리를 좋아하고 절에 놀러가면 여러 가지 말씀들을 스님들이 해주시면 제가 때때로 김대중 대통령께 '이런 얘기 하십디다' 보고를 한다. 그러면 듣고 계시고, 또 듣고도 '내가 가톨릭 신자 아니에요? 그런데 그걸 믿을 수도 없고' 그 정도 말씀하시더라"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지금 유명을 달리하신 한양원 전 민족종교협의회 회장과 제가 잘 만나서 얘기를 했는데, (한 전 회장이) '주역을 보니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다. 노무현 후보는 선흉후길, 지금은 나쁘지만 나중에 좋다'(고 하더라)"라며 "그때는 다 이회창 후보가 당선된다고 할 때인데 그 얘기를 듣고 너무 반가워서 제가 (김대중) 대통령께 보고했더니 대통령께서 '그랬으면 좋겠지만 내가 종교적으로 그러한 것을 믿어야 되는지'라고 말씀하시더라"고 했다.
실제로 한 전 회장은 2003년 청와대 7대 종단 종교지도자 오찬 행사 때에도 "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주역을 봤는데 당시 괘가 '선흉후길'이었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었다. 노 전 대통령은 정권 후반기인 2006년 신년사로 '선흉후길'을 언급하기도 했었다. (☞관련 기사 : 노대통령 "2006년 '선흉후길' 하길…")
박 전 원장은 이같은 DJ의 일화를 소개하며 "저도 (무속을) 좋아하지만 그것을 국정에 개입시켜서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니까 멀쩡한 청와대를 두고 용산으로, 대통령 공관을 보여주고 이런 것은 옳지 않다"고 윤석열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 운영의 뒤에 무속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것도 참담한 일"이라며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권한 없는 사인(私人)이 국정에 개입하는 역사를 반드시 근절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한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국정인데, 권한이 없는 사인이 국정에 개입한 것"이라며 "대통령실에서 분명한 해명이 필요하고, 누가 이런 권한 남용을 했는지 그 부분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여권에서 '관저 후보지를 둘러본 것이 역술인 천공이 아니라 백 교수였기 때문에 야당의 역술 관련 의혹 제기는 허위'라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천공은 안 되고 백 교수는 된다 이 말이냐"며 "둘 다 과학자는 아닌데, 그렇지 않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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