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1학년 담임교사 A 씨가 생전 일기장에 업무 과중 및 학생 문제 등 교직생활로 인한 고충을 기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24일 유족의 동의를 받아 고인의 일기장 중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일기는 고인이 생을 마감하기 2주가량 전인 7월 3일 작성된 것으로, 업무와 학생지도에 대한 스트레스로 고인이 힘들어했다는 정황이 담겨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일기에는 "금~주말을 지나면서 무기력·쳐짐은 있었지만 그래도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월요일 출근 후 업무폭탄과 ○○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났다" 등의 문장이 적혀있었다. '○○'은 고인 학급의 모 학생 이름으로 추정된다.
노조는 "(일기의 내용은) 학생 중 큰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을 해 고인이 힘들어했다는 정황을 보도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라며 "다시 한 번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전국의 교사들의 목소리에 교육 당국이 응답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특히 노조는 "24일 현장교사 간담회 등을 통해 수렴한 의견에 따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무분별한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대책을 신속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구조적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21일 서이초등학교 전·현직 교사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고인이 사망하기 전 학부모의 '갑질 민원' 등에 시달려왔다는 정황을 제기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쏟아지는 서이초 '학폭 민원' 제보 "학부모, 교실 찾아와 교사 자격없다 해")
당시 고인의 동료교사 B 씨는 노조 측에 고인의 학급에서 '한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후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학부모가 (사건 종결 전에)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했다"고 제보했다. 다른 교사 C 씨 또한 해당 학폭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고인에게 '애들 케어(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라고 발언했다"는 제보를 남겼다.
이에 학부모 악성 민원 문제가 전 사회적인 논란으로 떠올랐으나, 학교 측은 20일 입장문 및 가정통신문을 통해 고인의 학급 내에서 '학폭 사건이 신고된 바 없었다'고 밝히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노조는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나, 학교폭력 사안은 있는 걸로 확인"됐다며 "(학교의 태도는) 고인을 학교에서의 일과 관련짓지 않으려는 태도로 해석되기에 이는 참으로 많은 이들에게 애석함과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고 당시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해당 민원 건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서초경찰서는 고인이 담임을 맡았던 학급 내 일부 학부모를 지난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또한 서이초 교사 60여 명을 대상으로도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을 탐문하고 있다. 경찰은 유족에게도 고인의 휴대전화와 아이패드를 제출받아 포렌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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