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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오겜·지우학·우영우 등 K-콘텐츠에 1000억 빚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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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오겜·지우학·우영우 등 K-콘텐츠에 1000억 빚졌다?

[K-콘텐츠, '정당한 보상'은 얼마?②] OTT의 성공 비결은 '창작자 착취'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 즉 OTT 산업의 구조는 지금 '정상'일까?

답부터 말하자면, 기형적이다. 시장의 기본적 이치는 큰 효용을 낸 자에겐 그에 비례하는 큰 보상이 돌아가는 것이다. 그자는 그 돈으로 혁신을 이끌고, 또 새로운 자가 혁신을 일으키면 돈은 그리로 몰린다. 그렇게 시장은 확대되고 진화한다.

그런데 OTT 영상물은 아무리 흥행해도 창작자에겐 추가적인 보상이 단 한 푼도 돌아가지 않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합법적 산업을 통틀어 이렇게 이상한 구조는 없다.

플랫폼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물건 생산하느라 공장에서 전기를 많이 썼으면 쓴 양에 맞춰서 전기세를 내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OTT들은 '물건 생산하느라 다른 비용이 많이 들었으니 전기료는 사용량과 무관하게 소액의 정액만 달랑 내고 손을 털겠다'고 한다.

생산한 물건이 많았다면 그만큼 매출도 늘었을 것 아닌가. 그런데 원재료 사느라 돈을 많이 썼으니 전기료는 정액 이상 못 내겠단다. 심지어 정액 이상 걷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용감무쌍한 주장까지 한다. 대체 어디서 이런 기괴한 계산법이 탄생했을까?

OTT의 대표주자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비디오 대여업으로 시작했다. 영상물이 극장이나 TV에서 주로 소비된 후에 부가적으로 소비되는 수단이 비디오였다. 넷플릭스는 2007년 인터넷이 고퀄리티의 동영상을 감당할 수준으로 발달하자 비디오업을 온라인으로 옮겨왔다. 그러면서 콘텐츠의 사용량은 일절 공개하지 않고 '매절'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기본 사업모델로 장착했다. 메인스트림에서 한발짝 벗어나 있는 비디오 대여업자다운 발상이었다.

헐리우드의 작가, 감독, 배우는 미국 저작권법의 특징에 의해 '근로자'로 인식된다. 이에 각각 노동조합을 결성해서 단체협상과 파업을 통해 권익을 지켜왔는데, 작가조합은 현명하게도 아마존이 유튜브를 인수하고 넷플릭스가 온라인 사업을 시작한 2007년 연말에 파업을 결행했다. 핵심 쟁점은 영상물의 온라인 스트리밍에도 '정당한 보상'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100일간의 기록적인 파업을 통해 미국의 작가는 온라인 스트리밍으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받는 길이 열렸다. 실제로 2021년 한 해에만 넷플릭스는 미국 작가에게 1000억 원이 넘는 '정당한 보상'을 지급했다.

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정당한 보상'의 정의는 창작물이 시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동안 플랫폼은 창작자에게 일정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이 사용되는 창작물의 창작자에겐 많은 보상이, 적게 사용되는 창작물의 창작자에겐 적은 보상이 돌아간다는 시장의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원리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도 음악산업과 기존 방송산업에서는 이것이 상식으로 통한 지 수십 년이다.

창작자의 창작물과 이를 유통하려는 업자 간에는 언제나 창작물의 상업적 가치 평가에 있어서 이견을 보인다. 창작자는 가치를 높게 매기지만, 업자는 가급적 싸게 구입하려 한다. 양자 사이의 이견을 해소함으로써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세계적으로 정착된 관행이 '최초사용'을 구별해 집필료, 연출료, 출연료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창작물의 최초사용을 위해 업자가 감내할 수 있는 재무적 리스크 내에서 창작 노동을 보상하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실제로 창작물이 얼마나 사용되는가 하는 성과에 비례해 후속적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대기업을 다니다 창업하는 사람에게 봉급은 대기업보다 적게 주지만 대신 스톡옵션을 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같은 '정당하고 비례적인 보상'은 세계 모든 문명국가의 문화산업에서 오랫동안 널리 사용되어 왔다.

넷플릭스는 2012년에 유럽에 진출했다. 역시나 '매절'이라는 사업모델을 강행했다. 저작권법에서 보장한 '정당한 보상'을 상식처럼 받아오던 유럽 창작자들은 새로 등장한 온라인 스트리밍의 '매절'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온라인 스트리밍의 속성상 '최초사용'과 '재사용'을 구별할 방법은 없었다. 더구나 넷플릭스는 어떤 작품을 구독자가 얼마나 시청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했다. 내 작품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반향을 일으켰는지를 작가에게 알려주지 않는 게 원칙이라니, 얼마나 기괴한가.

예술이란 주고받는 것이다. 작품에 대한 대중의 반향을 이해하는 것은 다음 창작에 있어 매우 긴요한 정보가 된다. 하지만 유럽의 창작자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 기괴한 원칙을 깰 수 없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저작권자이자 자영업자라 미국처럼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단체협상을 할 수 없는데, 기존 저작권법은 온라인 스트리밍이라는 신매체까지 다루고 있지 않았다.

이에 유럽연합(EU) 의회는 2019년 '저작권법 개정에 대한 명령서'를 통과시켰다. 이 명령서는 27개 유럽연합 회원국이 모두 자국의 저작권법에 반영해야만 하는 의무사항으로, 제3장 제18조부터 제23조까지가 '디지털 단일시장에 대한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명령'이다.

디지털 단일시장이란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최초상영과 재방영, 국내와 국외의 구별이 존재하지 않는 단일한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의미다. 현재 27개 회원국 모두가 자국 저작권법 수정을 마쳤다. 넷플릭스는 이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창작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올해 초 누적 시청시간 기준으로 집계된 넷플릭스 '톱(Top) 100' 작품들을 보면, 미국이 57개 작품을 올려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15개 작품을 낸 한국이었다. 3위는 우리의 절반에 못 미치는 7개 작품을 낸 스페인과 영국. 다음으로 멕시코 3개 작품, 독일 2개 작품이다. 이 중 넷플릭스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창작자는 한국 창작자뿐이다.

이것이 '팩트'임에도, 한국의 법학자들 중 일부는 이를 유언비어라고 주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자본과 따스하게 유착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세계의 거대한 물결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주장인 것은 분명하다.

심지어 우리나라 저작자의 저작권 확대를 추구해야 할 저작권위원회마저, 이러한 세계적 물결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우리나라 저작자들에 대한 보호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왜 우리만 신중해야 하는지 설명이나 근거는 없다. "하면 안 된다"의 완곡한 표현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저작권위원회로서는 지닐 수 없는 사고방식이다. 시장에서 작동해야 할 '보이지 않는 손'이 엉뚱한 곳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짙은 의혹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국제작가조합연맹(IAWG: International Affiliation of Writers Guilds)이라는 단체가 있다. 미국작가조합을 필두로 캐나다,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스라엘, 인도, 뉴질랜드의 작가조합 그리고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IAWG에서는 지난 수년동안 넷플릭스로부터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의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이 적절한가를 논의해왔다.

2021년, <오징어게임> 관련 미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를 통해 넷플릭스가 어떤 방식으로 작품별 매출을 계산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해 보면, 작가와 감독을 합쳐서 <오징어게임>은 472억 원, <지금 우리 학교는>은 142억 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137억 원, <사내 맞선>은 87억 원, <갯마을 차차차>는 62억 원, <환혼:시즌1>은 60억 원, <더 글로리>는 39억 원, <사냥개들>은 32억 원, <나쁜 엄마>는 25억 원의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이것은 얼마나 큰 돈일까? 거칠게 비교해 보자면, 미 <포브스>가 추산한 BTS의 2020년 수입은 650억 원, 손흥민의 2023년 연봉은 114억 원이었다. 네이버 웹툰은 2021년 최고 수익을 올린 웹툰작가 한 명에게 지급한 돈이 124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때 네이버 웹툰의 전체 매출은 5000억 원이었다. 124억 원은 전체 매출의 2.5%다.

2021년 넷플릭스의 매출은 38조 원이었다. 38조 원의 2.5%는 약 1조 원이다. 앞서 언급한 넷플릭스에 걸 한국 콘텐츠들의 '정당한 보상금'을 모두 합치면 1000억이 조금 넘는다. 크게 주목받지 못한 작품들이 훨씬 많지만 그런 작품은 그만큼 '정당한 보상금'도 적을 테니 계산에 넣지 않더라도, 앞서 언급한 쟁쟁한 작품들이 모두 한 해에 터진다는 가정 또한 무리이므로 넷플릭스가 한국 저작자에게 지급하는 '정당한 보상'의 최대치는 대략 1000억 원이라고 볼 수 있다.

2021년 넷플릭스가 미국 작가들에게 지급한 '정당한 보상'이 1000억 원을 넘었고 감독들 몫까지 합치면 2000억 원이다. 현재 미국작가조합이 파업 중인 핵심 쟁점은 '정당한 보상'을 실제 시청시간에 비례해서 지급하라는 것인데, 그것이 실현되면 '정당한 보상'은 지금보다 두세 배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헐리우드 콘텐츠 다음으로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것이 K-콘텐츠다. 헐리우드 작가와 감독에게 한 해 최대 6000억 원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한국 작가와 감독에게 '최대 1000억 원'은 결코 과하지 않다.

그러나 현재 국내로 유입되어야 마땅했을 1000억 원의 '정당한 보상'은 모두 넷플릭스 미국 본사로 빨려나갔다. 한 명의 대박 작가에게 124억 원을 지급한 웹툰업계가 경험하는 것처럼, 영상물 저작자에게도 '정당한 보상'이 보장되면 '공정'에 예민한 신세대들이 영상산업으로 러시할 것이다. 자신의 미래를 믿고 맡겨도 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미래를 만들고 확장해갈 것이다. 한 때 한국 영화산업이 그러했듯이.

하지만 디지털 21세기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우월적 지위를 무지막지하게 휘둘러 세계 문명국 중 한국에서만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매절'이란 계약 앞에, 우리 영상산업의 미래는 블랙홀로 빨려나가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그저 방임하고 있다. 그 결과는 한국 영화산업이 이미 경험한 바와 같으리라.

OTT 산업이 한국 영화산업의 길을 반복하지 않게 할 방법은 간단하다. 우리도 유럽연합 의회가 2019년에 했듯이, 저작자는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저작권법에 명시하면 된다. 그런데 이 명료한 해답을 앞에 두고 흙탕물을 뿌옇게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위헌'을 들먹이는 법학자들과, 이들에게 스피커를 달아주는 저작권위원회다.

'정당한 보상'은 방송드라마의 저작권사용료와 완전히 동일한 메커니즘과 구조로 작동하게 된다. 만약 '정당한 보상'이 위헌이라면, 30년 넘게 실행되어 온 저작권사용료 시스템이 위헌이었단 말인가? 위헌을 주장하려면 그것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나, 해당 법학자들도 저작권위원회도 그 점에 대해선 못 들은 척 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그들의 귀와 입을 막고 있는 것일까?

한국 영화산업에서 겪었던 기시감이 든다. 상영업과 배급업의 겸업금지를 담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이 나왔을 때도, 시장 실패를 주도한 주체들과 그에 결탁한 자들이 위헌을 주장했다. 결국 법안은 사장되었고, 한국 영화산업도 붕괴되었다.

한국의 '정당한 보상' 도입에 대해 넷플릭스는 공개적인 발언을 삼가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지급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0년 3월 16일, 독일 넷플릭스는 독일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공표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정당하고 비례적인 보상을 지급하는 것은 우리에겐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것이 우리와 독일 창작집단과의 지속적인 파트너쉽을 위한 든든한 초석이기 때문입니다."

이랬던 넷플릭스가 유독 한국 창작자에게는 '정당한 보상'을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입장에서 자유로운 국내 OTT들은 '우리는 창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면 생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직원들을 위해 국민연금 등 4대보험료를 회사가 분담하면 회사 망합니다. 우리는 면제시켜 주세요'라고 하소연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런 회사는 그냥 망하게 두는 게 시장경제 아닌가? 사회주의 계획경제마냥 경쟁력 없는 회사를 직원들의 고혈을 짜가며 유지시킬 것인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와 경쟁하는 것이 버겁다는 것은 십분 이해한다. 5톤짜리 소형 어선과 50톤짜리 대형 어선의 경쟁이 쉬울 리 없다. 하지만 5톤짜리 어선들도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 어족자원이 풍부해지면 된다. 바다에 물고기가 차고 넘친다면, 50톤짜리는 50톤짜리대로, 5톤짜리는 5톤짜리대로 배를 물고기로 꽉꽉 채울 수 있다.

어족자원을 풍부하게 하려면 뭘 해야 할까? 그물코를 늘려서 어린 물고기를 놓아주고, 산란기에는 조업을 금지하는 규제가 도입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절대 어획량에 있어서 가장 큰 대가를 치르는 건 50톤짜리 대형 어선이다. 즉 그들의 남획을 제한함으로써 소형 어선들의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당장의 어획량에 목을 매 그물코를 더 촘촘하게 하고, 산란기고 뭐고 저인망을 던져대는 경쟁을 벌이면 어장은 조만간 황폐해지고 자본력이 약한 소형 어선부터 업에서 퇴출당한다. 종국엔 대형 어선도 어장을 미련없이 떠날 것이다. 더 좋은 어장을 찾아.

이치가 이렇듯 뻔한데도, 당장 돈이 급한 국내OTT들은 '매절'이 우리의 헌법정신이자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해괴한 논리를 부끄러움도 없이 펼치고 있다. 당장 숨 넘어간다는 사람에게서 무슨 이성을 기대하랴. 열이 펄펄 끓는 아이가 해열제를 안 먹겠다고 발버둥치면 억지로 먹이는 게 부모가 할 일이다. 문체부와 국회가 그 역할을 부여받았다. 아이가 약 먹기 싫다고 하니 그냥 내버려두자는 부모,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③편에 계속)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이미지컷.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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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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