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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아동은 국민 아니니 지원 없다? 인권위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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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아동은 국민 아니니 지원 없다? 인권위 "차별"

인권위 "교육부, 이주아동에게도 유아학비 지원해야"

한국 국적을 가지지 못한 이주아동들을 유아학비 지원 정책에서 배제하는 것은 아동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국적 이주아동들이 유아학비 지원에 있어 차별받지 않도록 "교육부 장관에게 유아학비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18일 밝혔다.

교육부는 매년 수립하는 당 학년도 유아학비 지원계획에 따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모든 유아에게 유아학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해당 계획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유아'는 지원제외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2020년 개정된 경기도 '외국인주민 지원조례'처럼 일부 지자체는 조례 제·개정을 통해 외국인주민 자녀에게도 유아학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국가 차원의 지원책'이 없어 지원금액은 지자체별로 상이하고, 거주지에 따라서는 조례가 있어도 아예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지난해 이주민 인권 관련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 시민사회단체는 교육부의 이 같은 지침으로 인해 "이주아동은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받고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를 위협받고 있다"라며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접수했다.

해당 진정을 두고 교육부는 인권위 측에 "외국 국적 유아를 유아학비 지원 대상에 포함할지는 다른 사회복지 서비스 제도와의 형평성과 정부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유아교육 지원대상을 한국국적 소지 아동에게만 한정하는 것은 '교육기본법 제1조에 따른 사항'이라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해당 조항은 법률상 교육의 권리 주체를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유아교육법상의 유아학비 지원대상도 '국민'이란 조건이 전제된다.

인권위는 교육부의 이 같은 입장이 아동복지법, 아동권리협약 등에서 도출되는 '비차별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봤다.

국제연합(UN)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아동권리협약) 등 국제인권기준은 이주아동 등 취약한 상황에 있는 아동이 보육시설 이용, 교육, 복지 등 국가가 제공하는 보호체계 접근에 있어 차별을 경험하는 것을 우려하며, 이주아동이 한국 아동과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법적 장벽을 없애야 한다는 비차별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아동복지법 제3조 제1호는 아동을 '18세 미만인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동법의 제2조 제1항은 "아동은 자신 또는 부모의 성별,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유무, 출생지역, 인종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아니하고 자라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의 경우 제2조 제3호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출신 국가' 등을 이유로 고용, 재화.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 등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특히 국가의 유아교육 지원사업의 목적은 "생애 출발선에서의 균등한 교육기회 제공으로 국가의 미래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이며,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의 실현"이라며 "이주아동 또한 국내에 거주하는 아동으로서 생애 출발선에서 균등한 교육기회 제공이 필요하며, 아동권리협약, 아동복지법 등에서 강조하고 있는 비차별 원칙을 실제의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봤다.

또한 인권위는 "무엇보다 이주노동자 부모의 상당수는 경제활동이 원활하지 못하거나 한국어가 미숙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주 아동들에 대한 돌봄지원은 더욱 중요"하다며 "적절한 보육을 받지 못하면 아동의 생존·발달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결국 아동빈곤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해당 아동과 그 가족에게는 물론 장차 학교와 사회 전체에 부담이 전가될 수 있어 부수적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이주민의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인권위는 유아교육 지원확대와 관련한 개선방안 마련은 "독자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영역임이 인정된다"라며 "대한민국 비 국적자 이주아동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피진정인을 포함한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하고, 이를 통해 유아학비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주민의 수는 관련 통계를 수집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로 계속해서 증가해왔고, 이에 따라 외국인주민 자녀 수 또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총 213만여 명으로 총인구 대비 4.1%에 달한다. 한국 국적을 가지지 못한 ‘외국인 주민 자녀’ 또한 27만여 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만 6세 이하 미취학 아동이 11만 4555명(자녀 전체의 39.6%)에 이른다.

▲ 2020년 10월 이주인권단체들은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미등록 이주 아동의 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희망의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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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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