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광해·인조 시대 균형외교 설계자이자 이를 집행한 군사 전략가로 일세를 풍미한 낙서(洛西) 장만(張晩) 장군에 대한 장편 역사소설 <장만>상중하 3권이 나왔다. 상권은 <장만-균형외교전쟁> 중권 <장만-인조반정> 하권 <장만-호란의 격랑속으로>(이계홍 지음, 글로벌마인드)이다.
"이 시대 왜 장만 장군이어야 하나?"라는 화두를 던진 이계홍 작가는 "장만 장군은 조선조의 대표적 국방전문가로서 임진왜란-정유재란-심하전투-이괄의 난-정묘호란(1627)-사후의 병자호란(1636)을 경고한 난세의 위기를 극복한 위인이다. 장군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축복"이라며 "조선·명나라·후금·일본의 동양 4국 각축전에서 중립외교와 균형외교를 설파한 장군의 군사외교 철학을 오늘날의 현실에서 더욱 반추해볼 인물이다"라고 평가했다.
선조-광해-인조로 이어지는 조선조 중·후반기는 이른바 '난세의 시기'였다. 선조대의 기축옥사(1589)를 기점으로 지식인 사회의 한 축이 무너져 국가적으로 좌절감이 팽배하던 시기였다. 3년 후 우린 불행히도 임진왜란(1592)이라는 최대의 국난을 겪어야 했다. 이어 정유재란(1597)으로 산하는 초토화됐다. 설상가상으로 광해대에 인조반정(1623)이 일어나고, 인조대에 이르러서는 이괄의 난(1624)-정묘호란(1627)과 그의 사후 뒤이어 병자호란(1636)으로 역사적 격랑은 이어졌다. 50년 가까이 조선은 외침(外侵)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이때 무장으로 전장 최일선에서 맹활약한 장군이 장만(1566-1629)이다. 그가 활동했던 시기는 선조-광해-인조, 즉 세 왕이 나라를 경영하던 시기다. 어쩌면 조선이 한반도에서 사라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시기이기도 했다.
이계홍 작가가 임진왜란·정유재란·이괄의 난 발발 당시 야전군사령관(팔도부원수)으로 활약한 충무공 금남군 정충신 장군 이야기를 소설로 집필하면서 장만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정충신 장군의 스승이자 상관이 장만 장군이었다. 이렇게 장만 장군을 알게 된 작가는 장만 장군 관련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 분석했다.
장만 장군은 병조판서, 형조판서, 팔도도원수, 팔도도체찰사, 팔도도원수를 지낸 조선조 최고의 문·무관으로서 단순히 싸움만 하는 장군이 아니었다. 무장에게서 보기 드문 시대를 꿰뚫어 보는 예지력과 통찰력을 지니고 있어서 국가 존립과 발전을 위한 균형·중립외교를 설파했다.
작가는 조선조·명나라·후금·일본 등 동북아 4국의 격변하는 전환기에 그가 주장하고 설파한 길을 따라갔다면 우리나라 역사의 물줄기는 상당 부분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사위 최명길과 김신국, 정충신, 남이흥, 이시백, 장유 등 당대 실천적 지성 인맥이 활동 영역을 확장했더라면 우리나라 역사가 초라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저자가 이 역사소설을 쓰면서 절감한 교훈이라고 했다.
임진왜란 하면 이순신·권율 장군을 꼽으면서, 동시대에 활약한 장만 장군에 대해서는 그 평가가 박하다는 것이 장만을 연구한 학자들의 중론이다. 중고교 국사 교과서에도 장만 장군에 대한 언급이 많지 않다. 이는 조선 시대 정치 및 인물 연구가 학문적 계보 중심이거나 문벌과 당쟁사 중심으로 엮인 영향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한편으로는 장만 장군이 개혁파로서 비주류로 살아오다 보니 주류 사회에서 배척받은 측면이 없지 않다. 당시 성리학이 지배하는 국가 체제에서 개혁은 국가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되곤 했다. 물론 그 역시 문과 무를 겸비한 사대부로서의 한계가 분명 있었지만, 당대 꽉 막힌 나라에서 국방 개혁과 균형외교를 주장한 것은 획기적이었으나, 주류 사회에는 먹히지 않았다. 그래서 명나라 사대만을 주장하는 사대부에 반기를 든 비주류의 삶은 고단할 뿐이었다. 수구적 경쟁으로 체제를 이끌어가는 풍조였으니 나라를 개조하자거나 균형외교를 펼치자는 주장은 배척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계홍 작가는 "장만 장군의 개혁적 행적이 묻혀선 안 된다는 작가적 소명이 있었다"라며 "그는 문신의 신분이었지만 무인이 되어 현실에 맞는 국방 전략으로 국난 극복을 위해 헌신한 군사 전략가로서의 면모가 뚜렷했다"고 평가한다.
이계홍. 소설가·언론인. 전남 무안 출생. 동국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1989). 1974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소설 <점화>가 당선되었다. 동아일보 문화부차장, 문화일보 특집부장, 서울신문 논설위원, 수석편집부국장, 통일문제연구소장 역임. 현재 용인대 겸임교수이자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월간문학 신인상(1974), 일붕문학상(1994), 제 9회 동국문학상(1995) 수상.
[소설] <해는 지고>(현대문학 260.1976.8) <유성기행>(1979) <어디로 가시나요>(1980) <해는 지고>(1981) <울밑에선 봉선화>(1982) <빈들의 포효>(1984) <떠돌이별의 수기>(1986) <틈만 나면 자살하는 남자>(책나라.1992) <비껴앉은 남자>(신원문화사.1993.중편) <초록빛 바다>(1993.장편) <저 미망을 향하여>(1993) <밑천>(문학아카데미.1994) <초록빛 파도>(아사달의꽃.1994) <김말동선생>(현대문학.252.1975.12) <달리는 눈물로>(장편)
[작품집] <틈만 나면 자살하는 남자> <비껴 앉은 남자>
[인물평전] <울 밑에선 봉선화>(우석출판사.1983) <이계홍의 휴먼스토리>(모아드림.2004) <장군이 된 이등병>(화남.2005)
[꽁트집] <밑천>(문학아카데미.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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