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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좌파정당, 스스로 연대연합의 구체적 방식과 방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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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좌파정당, 스스로 연대연합의 구체적 방식과 방안 마련해야 한다

[기고] 민주노총은 진보-좌파정당이 논의할 정치적 공간을 열어야

누가 보더라도 현재 진보-좌파정당이 보이고 있는 인식과 행태는 대중의 요구와 기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대중이 진보-좌파정당에게 바라는 것은 지금 이대로의 각자도생으로는 안 되니, 우선 '하나'가 되라는 것이다. 그러면 누군가는 이렇게 대꾸한다. 지난 민주노동당은 하나였지만 그때 대중이 모두 민주노동당을 지지한 것은 아니라고. 또 누구는 이렇게 반박한다. 지금의 상태를 분열로 보는 게 과연 맞으며,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이 정말 분열 때문인가라고.

대중의 요구와 판단

모두 대중의 요구에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 대중이 하나가 되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조건일 뿐, 결코 충분조건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 시기에 필요는 충족되었을지라도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에 대중이 그 이상의 힘을 실지 않은 것이다. 실제 민주노동당은 그 점에서 한참 부족했고 또한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즉 단지 하나가 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대중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대중이 지금 다시 하나가 되라고 요구하는 것은 대중 자신의 필요와 판단 때문이다. 그 필요와 판단은 낮은 차원에서부터 보다 높은 차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우선 선거 시기 알아서 찍으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는 호소, 진보-좌파정당 모두의 힘을 합해도 될까 말까한 판에 지금 뭐 하고 있냐는 핀잔과 탄식, 진보-좌파정당이 힘을 합해 기득권 거대 양당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주장 등 실로 다채롭다.

물론 지금 하나가 된다고 해서 대중이 진보-좌파를 지지하고 함께 한다는 보장은 없다. 대중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전략과 비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중이 보기에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과 하나가 되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즉 둘 모두가 필요하다. 단지 대중은 먼저 하나가 되는 모습부터 보여 달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됨'이 선결되어야 할 전략과 비전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금 대중이 하나가 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 '단일정당화' 하라는 것이 아니다. 대중도 '단일정당'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아가 '단일정당화'가 꼭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 즉 현재 진보-좌파정당의 상태를 단지 분열로만 보는 게 아니다. 그들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미 지난 10여 년 동안 진보다원주의를 시행해 왔다. 민주노총이 지금 연대연합(정당)을 중심으로 논의를 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다만 그들 사이에 차이, 심지어 대립이 있더라도 그 때문에 연대연합을 못 하거나 거부할 처지는 아니라는 게 대중의 판단이다.

진보-좌파정당은 왜곡, 기만, 침묵을 멈춰야

문제는 진보-좌파정당들이 연대연합(정당)마저도 적극적으로 할 의사, 의지, 특히 역량을 아직까지 보여 주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오히려 대중의 요구와 바람을 왜곡하고, 스스로를 기만하고, 침묵으로 회피하고 있다.

정의당과 노동당은 현재의 연대연합 논의를 사실상 진보당의 프로젝트로 낙인찍으려 하고 있다. 이는 사실에 대한 명백한 왜곡이자 과장이다. 우선 연대연합에 나서라는 것은 광범한 대중의 요구다. 또한 민주노총 내 제 정파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연대연합의 필요 자체를 대체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연대연합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 방식과 방안을 둘러싸고 아직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지난 대선에서 '민중경선운동본부'(지금의 '새로운 노동자 정치운동 추진모임')는 일찍부터 진보-좌파정당의 연대연합을 강력히 제기해 왔다. 현재 민주노총도 '논의기구'와 중집 논의를 통해 어쨌든 중지를 모아가고 있는 중이다.

사실이 이와 같은데도, 정의당과 노동당은 진보당이 또는 민주노총 내의 특정 정파가 민주노총 안에서의 다수파로서의 지위를 앞세워 대대에서 표결을 통해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할 수도 있다는 비판과 우려만을 반복하고 있다. 정의당과 노동당이 내세우는 진보당의 의도란, 현재의 연대연합 논의를 진보당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 사실상의 단일정당화를 목표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그들에게 그런 의도와 목적이 있을 수 있으며 어쩌면 적극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런 반응에는 두 가지 결정적 문제가 있다.

먼저 그러한 비판과 우려는 정의당과 노동당이 연대연합(정당)을 할 의사가 있을 때 가능하고 일부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자신들이 애초에 그럴 적극적 의지도 없으면서 연대연합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런 핑계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자기기만으로, 내적으로 자기방어와 외적으로 대중의 판단을 흐리게 하려는 의도라고밖에 할 수 없다. 또 하나는 만약 그 때문에 연대연합에 소극적이고 부정적이라면 이는 자신들의 무능함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설령 그들에게 그러한 의도가 있다고 해도 그것은 토론과 논쟁을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한 차원의 것이다. 두 당이 거부하는 연대연합(정당)은 애초에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중이 먼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한편 진보당은 아직까지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신들을 향한 여러 측면에 걸친 의구심과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진보당을 향한 비판과 의구심은 좀처럼 수그러들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진보당이 침묵하고 있는 이유가 만약 위에서 말한 상황을 진짜 염두에 둔 것이라면 그 의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은 물론, 민주노총과 진보-좌파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 이게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당 중심의 노동운동을 실현하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길 당부한다.

물론 필자는 진보당이 위와 같은 의도 때문에 현재 침묵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진보당 역시 현재의 연대연합 논의에 정의당이나 노동당과 마찬가지로 소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이 실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정의당과 노동당이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한 연대연합은 어차피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러니 괜히 잘못 나섰다가는 비판과 우려만 사실화시켜주는 꼴이 되지 않을까를 우려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연대연합이 아니라도 2024년 총선에서 독자적인 교두보를 확보하는 데 전력하는 것이 더 자신들에게 플러스가 된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독자적으로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좋다. 진보당이 어떤 판단을 하든지 그건 진보당의 몫이고 책임이다. 다만 진보당은 자신들을 놓고서 밖에서 해석이 분분한 상태를 빠르게 정리해야 한다. 진보당이 현재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어떤 의도를 갖고 있든 진보당은 자신의 침묵이 모처럼 어렵게 맞이한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연대연합 논의의 진전을 방해하고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는 진보-좌파정당이 전면에 나서야

현재 민주노총은 지난 4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의 결정에 따라, '논의기구'와 중집에서 정치방침과 총선방침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진보-좌파정당이 보이고 있는 소극적인 태도가 겹쳐 아직 의미 있는 진전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는 역으로 진보-좌파정당이 연대연합 논의의 실질적인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사실 민주노총의 역할은 진보-좌파정당들에게 연대연합에 나설 것을 촉구·견인하는 데 있다. 결국 최종적으로 연대연합의 구체적 방식과 방안은 정당의 결의와 참여에 의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이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마침 노동당과 정의당은 최근 자신들의 입장의 일단을 밝혔다. 노동당은 "사회변혁을 위한 (중략) 선거연대에 임하되(강조는 필자), 사회주의 대중정당 노선을 견지한다."고 밝히면서 일단 선거연대를 언급하고 있다. 정의당 또한 "진보 4당과 (중략) 다양한 연대연합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강조는 필자)한다"라고 함으로써 진일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앞으로 좀 더 구체화 되어야겠지만 그러기 위한 최소한의 주객관적 근거는 제출되었다고 본다.

이제 진보당만 남았다. 진보당은 늦지 않게 어떤 수준에서든 입장을 내와야 한다. 바라건대 늦은 만큼이나 노동당이나 정의당의 입장보다 한 발 더 진전된 입장이 제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를 통해 현재의 답보 상태를 극복하고 논의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렸으면 한다. 그럼으로써 자신들에게 쏠리고 있는 비판과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를 마련한다면 모두에게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기까지의 과정에는 여러 난관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모두의 커다란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내적으로 당원들의 이해와 참여를 끌어내야 할 것이고, 외적으로 정당법과 선거법의 제약을 뚫고 나와야만 한다. 무엇보다, 대중의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총의 역할

민주노총은 이제 진보-좌파정당이 주체적으로 구체적 논의를 할 수 있는 경로를 여는 차원에서 정치방침과 총선방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치방침은 기존에 제출된 방안을 중심으로 합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그 속에 지난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평가가 녹아들어 있다. 가장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평가가 담겨 있다.

총선방침은 정치방침이 내포하고 있는 기조와 방향을, 지금의 구체적 정세와 상황에 맞게 큰 틀에서 가닥을 잡으면 된다. 민주노총이 연대연합의 구체적인 방식과 방안까지 모두 결정하려 들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진보-좌파정당에게 맡겨두자는 얘기도 아니다. 민주노총은 지금처럼 계속해서 촉구, 견인하는 역할을 놓지 말아야 한다.

다만 진보-좌파정당이 감당해야 할 몫은 그들이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민주노총은 진보-좌파정당 사이의, 그들과 민주노총 사이의, 이것들 모두와 대중 사이의 협력과 소통을 이끌어 내는 것에 진력해야 한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 도중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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