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통일부 장관 내정자 인사와 관련해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이제는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일 서면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이날 참모들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통일은 남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더 잘 사는 통일,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통일"이라고 말했다.
우리 헌법 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돼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말에서 인용된 부분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이라는 부분만이며, '평화적'은 빠졌다.
앞서 김영호 신임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지난 2019년 우익성향 언론 <펜앤드마이크> 기고에서 "김정은 정권이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가 이루어져서 남북한 정치 체제가 '1체제'가 되었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해 '평화적 통일정책 수립·추진'이라는 헌법의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 인식을 보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의 의무에 대해 규정한 우리 헌법 66조는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돼있고, 대통령 취임선서의 내용을 정한 헌법 69조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돼있다.
즉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한 헌법 조항에서는 모두 '평화적'이 공통적으로 강조돼 있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은 없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그간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에 중점을 둬온 통일부가 대북 압박의 선봉 역할로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정치권·관가 안팎의 전망을 뒷받침한다.
윤 대통령은 11개 부처 차관 인사와 관련, 지난달 28일 차관 내정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과감한 인사'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조금 버티다 보면 또 (정권이) 바뀌지 않겠나' 생각하는 공무원들은 정부가 아니라 국회로 가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지난 정부, 즉 문재인 정부 시절의 관성에 젖어 현 정부 국정철학에 부정적 내지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공무원들은 사실상 내보내라는 취지의 강력한 주문인 셈이다.
정부 부처는 차관 교체 이후 고위공무원단 등 대규모 고위직 인사를 단행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며, 특히 일부 부처는 1급 공무원(국실장급) 전원이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차관 내정자들에게 "저에게 충성하지 마시고 헌법 정신에 충성하시라"며 과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을 상기시키는 듯한 주문을 하기도 했다고 이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사람에 충성하지 말라'는 취지의 당부와, '정권이 바뀌었으면 바뀐 정권의 철학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공무원 인사 지시는 일견 상충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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