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특별법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안과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 본회의 부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결의안도 채택됐다. 세 안건의 표결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권 주도로 이뤄져 향후 이를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재석 185명에 찬성 184표, 반대 1표로 국회법상 요건인 전체 의원 3/5 이상 찬성을 충족해 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됐다. 노조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안은 재석 184명에 찬성 178표, 반대 4표, 기권 2표로 과반을 넘겨 가결됐다.
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 야당 의원 183명이 공동 발의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주 내용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인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특조위에 △ 진상조사를 위해 필요한 자료·물건 제출명령권 및 증인·참고인 등 동행명령권 △ 수사·감사 등 요청권 △ 청문회 실시권 등을 부여하는 것이다. 신속처리안건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은 최장 330일(소관 상임위 180일 이내 → 법제사법위 90일 이내 → 본회의 60일 이내)이다.
노조법 개정안에는 노조법상 사용자와 노동자의 범위를 넓혀 간접고용·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의 노조할 권리를 넓히는 내용이 담겼다. 사측이 쟁의행위 관련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범위를 폭력·파괴 등 직접 손해로 한정하고, 법원은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의무자 개인별로 손배 책임을 정하게 한 내용도 있다. 부의 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위해서는 상정과 표결 절차가 추가로 필요한데, 상정 권한을 쥔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를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표결에 앞서 종일 충돌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전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양당 원내대표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21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 어렵다"고 신속처리안건 지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국회법에 따 라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본회의 직회부를 결정했기 때문에 부의할지 말지 표결할 것"이라고 강행 의사를 표했다.
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보듬고 사회를 함께 치유해 가야 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면서도 "이미 원인과 과정이 밝혀진 상황에서의 특별법은 야당의 정쟁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대했다.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윤 원내대표는 본회의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나'라는 질문에 "재의요구 전에 필리버스터를 할 것"이라며 "그래도 못 막으면 마지막 수단까지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 등이 제출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 및 수산물 안전성과 어업인 보호 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도 재석 172명, 찬성 171명, 기권 1명으로 국민의힘 불참 속에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결의안에는 정부에 △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해 국제해양소 제소 및 잠정조치 청구 △ 한국 해역 방사성 물질 감시 확대 △ 수산업 피해 최소화 및 보호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양당 원내대표는 김 의장 주재 회동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결의안에 대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와 관련 윤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결의안을 여야 합의 없이 처리하는 것은 극히 없는 사례"라며 "의장 주재로 양당 원내대표가 사전 회의를 할 때도 합의가 안 되면 시간을 갖고 처리하기로 어느 정도 양해가 된 상황인데 약속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여야가 후쿠시마 오염수 국회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한 데 대해서도 그는 "파기된 거다. 청문회는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본회의 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신속처리안건 지정, 노조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결의안에 대한 반대 뜻을 담아 국회 로텐더홀에 모여 규탄대회를 열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와 관련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불법 정치감사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김 의장은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들께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협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국정조사 요구서에서 민주당은 "유 사무총장은 '전 전 위원장에 대한 묵과할 수 없는 내용의 제보가 있다'며 국민권익위원장이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여론몰이를 하며 특별감사에 돌입했다"면서 "그러나 유 총장이 언급한 제보는 단 한 줄의 익명제보가 전부"라고 했다. 아울러 "유 사무총장은 (전 전 위원장 감사의) 최종 결론이 불문(不問, 문제 삼지 않음)으로 가닥이 잡히자 감사원의 최고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 결정을 덮고 정치적 표적 감사임을 은폐하기 위해 감사위원회의 최종의결 없이 감사원 사무처가 작성한 감사 결과 보고서를 무단으로 공개하는 등 심각한 위법까지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감사원 감사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드러나자 제대로 일을 잘 하고 있는 국가기관에 다수 의석으로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라고 맞섰다.
이밖에 이날 본회의에서는 의료기관에 아동의 출생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출생통보제'를 담은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 주가 조작 등 불공정 거래로 인한 이익의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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