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미등록 아동 사망 사건을 막기 위한 '출생통보제'의 법제화를 촉구했다.
인권위는 29일 송두환 인권위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출생 미등록 아동의 비극적인 사망 사건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아동 출생 시 분만에 관여한 의료진 등에게 출생사실을 국가기관 또는 공공기관에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이 시급하다"라고 밝혔다.
감사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확인된 미등록 영·유아의 수는 2236명에 이른다. 모두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무적(無籍) 상태의 아이들이다. 이들은 제도의 사각 아래 학대나 방치에 쉽게 노출된다.
인권위는 이날 성명에서 현 제도상에선 부모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을 시 △보호자 등에 의한 학대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학대 상황에 처해도 발견이 어려우며 △필수예방접종 등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하고 △취학연령이 되어도 학교에 가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위는 "아동의 출생사실 정보를 국가가 관리하게 되면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을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효과적으로 아동학대를 예방하거나 아동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유엔(UN) 인권조약기구들은 우리 정부에 출생등록제 마련을 지속 권고해 왔으며, 출생통보제는 이미 상당수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은 '모든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2017년에도 '출생 시 분만에 관여한 의사· 조산사 등에게 아동의 출생사실을 국가기관 또는 공공기관에 통보할 의무를 부여'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정부·사법부·국회 등에 권고한 바 있다.
이에 인권위는 "2017년 인권위가 출생통보제 도입을 권고한 지 6년이 지나도록 출생통보제는 법제화 되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에 비극적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라며 "출생통보제를 조속히 법제화 할 것을 국회에 간곡히 촉구한다"고 했다.
다만 인권위는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더라도, 사회적‧경제적 위기에 있는 임산부의 병원 밖 출산과 같은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며 부모가 아이를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보호출산제'의 도입에 관해서도 사회적 논의를 촉구했다.
보호출산제가 시행될 경우 위기 상황의 임산부의 신원을 보호하면서도 영아 유기 방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오히려 양육 포기를 조장하고 출생아동의 부모에 대한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우려도 있어 국제적으로도 논란의 대상에 부쳐지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 2019년 한국정부에 대한 제5·6차 최종견해에서 "익명으로 병원에서 출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허용하는 제도의 도입은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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