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에 참석해 "종전선언은 가짜 평화 주장", "반국가세력이 북한 공산집단에 대한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종전선언을 노래부르고 다녔다"고 말한 데 대해 야권은 물론 정치권 전반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3선 의원, 사무총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원로 유인태 전 의원은 29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정말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며 "점점 더 극우에 포획돼 가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장 등 극단적인 사람들을 쓰는 걸로 봐서는 점점 그쪽에 좀 포획이 돼 가는 것 같다. 너무 깊숙이 극우 쪽으로 빨려들어간다는 느낌"이라며 "극우에 대한 신앙심이 깊어져 가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우려했다.
유 전 의원은 "(그러면) 자기는 그 반국가 세력에 가서 요직인 검찰총장은 왜 했느냐"며 "그건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나아가 "윤 대통령이 원래 정치를 시작하려고 할 때 '나는 어느 진영에 속하지 않고 싶다'고 했고 (5.18 기념식 때) 망월동에 의원들을 대거 동원해서 갔는데 앞으로는 아마 안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한 우려는 야권을 넘어 중도·보수진영에서도 나왔다. 금태섭 전 의원을 중심으로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세력인 '성찰과 모색' 포럼의 곽대중 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전직 대통령을 반국가세력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곽 대변인 역시 "그러면 윤 대통령은 반국가세력의 검찰총장으로 일했던 것인가. 이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왜) 자꾸 이렇게 갈라치기를 하려고 하는 건지"라며 "당선되고 나서 공약했던 게 '통합정부를 만들겠다',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하면서 그런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않으니까 그런 측면에서 실망이 쌓여간다"고 했다.
'성찰과 모색'은 이날 별도 논평을 통해 "어제 윤 대통령의 자유총연맹 연설은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의 연설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같은 몽상적 대북정책에는 우리도 동의하지 않지만 거기에 동의하는 국민이 꽤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 대통령은 그렇게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국민을 싸잡아 반국가세력이라 매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개인이 정치적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대통령은 특정 진영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이고 국가원수"라며 "어제 윤 대통령의 발언은 공화국을 이끌어 가는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지위와 역할마저 방기한 반(反)헌법적 발언"이라고 했다. 이들은 "누가 대통령 옆에서 이런 잘못된 역사 인식, 정세 인식을 심어주고 증오심과 적개심을 불어넣고 있는지 심히 개탄할 노릇"이라며 "대통령은 제발 그런 사람을 멀리하고 내치시라"고 촉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단 대통령의 안보에 대한 큰 걱정은 이해를 한다"면서도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반국가 세력'이라는 이 센 발언은 국가 안보에 대한 걱정이지, 지난 정부를 간첩 세력이라고 보는 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하 의원은 "반국가 세력이라는 게 우리 강경 우파에서는 간첩이라고 말한 것 아니냐 하는 법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그건 아니다. 그래서 저는 대통령실에 요구하고 싶은 것은 안보에 대한 걱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반국가 세력이라는 게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간첩과 차별화된다는 걸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재강조했다.
하 의원은 특히 윤 대통령의 발언이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장의 '문재인 간첩' 발언 직후에 나온 점에 주목하며 "저는 시기적 우연함, 우연의 일치라고 보는데, 그런데 보수 진영에는 일종의 신호가 될 수 있다. 박인환의 '간첩' 발언을 사실상 두둔한 것 아니냐"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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