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문서 반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연방법원에 출석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뉴욕타임스>(NYT), <AP> 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께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출석해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기소인부 절차에서 간첩법 위반 혐의를 비롯한 37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약 45분 간 진행된 절차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변호사를 통해 "무죄"를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 퇴임 뒤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 기밀문서를 보관하고 이를 회수하려는 당국의 시도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 8일 미국 전·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연방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지난 9일 미 연방 검찰이 공개한 공소장엔 국방 관련 기밀 정보를 의도적으로 보유한 것과 관련한 간첩법 위반 혐의 31건을 비롯해 사법 방해 공모 혐의, 거짓 진술 혐의 등 총 37개 혐의가 적시됐다. 국방 정보 불법 보유 혐의는 한 건당 최고 징역 10년이 선고될 수 있는 중범죄다.
기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및 다른 나라들의 국방 역량, 미국의 핵무기 관련 정보 등 기밀이 담긴 문건들을 손님이 드나드는 무도회장, 화장실, 샤워실, 창고 등에 마구잡이로 보관했다. 이에 더해 기밀 문서를 열람할 권한이 없는 이들에게 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기소인부 절차를 마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바로 인근 유명 쿠바 음식점에 방문해 지지자들을 만난 뒤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위치한 자신의 골프 클럽으로 이동해 공식 입장 표명에 나섰다. 저녁 베드민스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모든 일을 올바르게 처리했는데 그들이 나를 기소했다"며 다시 한 번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사악하고 극악무도한 권력 남용을 목격했다"며 "부패한 현직 대통령이 거짓이며 날조된 혐의로 가장 강력한 정적을 체포했다"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난했다.
미국 CNN 방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기 대선 출마가 이제 "단순한 정치 캠페인이 아니라 자기 구명에 관한 것이 됐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법정 싸움이 계속됨에 따라 출마 의사를 밝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큰 목표가 유죄 판결 때 감옥에 갇힐 위협을 없앨 수 있는 대통령 권한을 되찾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CNN 방송의 정치 평론가 밴 존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구하기 위해 출마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사법 체계와 특검을 무너뜨려야 한다면 그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소가 공화당 지지자들을 흔들 것이라는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지 하루 뒤인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실시된 로이터와 입소스 공동 여론조사를 보면 공화당 지지자의 81%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으로 봤다. 공화당 지지자의 43%는 차기 대선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는 당내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비율(22%)의 2배 가까이 된다.
사건을 담당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지난 9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이 빠르게 진행되길 원한다고 밝혔지만 <로이터> 통신은 기밀 증거를 다루는 사안의 복잡성과 트럼프 쪽 변호사들의 책략 등을 고려할 때 재판이 1년 이상 지연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했다. 재판이 미뤄진다면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유롭게 선거 운동을 벌일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엔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와의 성관계 전력을 감추기 위한 입막음 돈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사업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뉴욕 맨해튼지검에 의해 미국 전·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형사 기소됐다. 이에 더해 2021년 1월6일 미 의사당 폭동 선동 혐의 및 2020년 대선에서 조지아 선거 결과에 개입하려 한 혐의 등도 조사 중에 있어 추가적인 법적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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