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중개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의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 수치가 정상 범주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경찰이 정유정(23)을 상대로 실시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 결과 27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연쇄 살인범 강호순보다 높은 수치다. 강호순은 2005년 장모 집에 불을 질러 아내와 장모를 살해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여성 8명을 납치·살해해 2009년 사형 판결을 받았다.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는 모두 20개 문항으로 40점 만점이다. 한국은 통상 25점 이상, 미국은 30점 이상일 때 사이코패스로 간주한다. 일반인은 15점 안팎의 점수가 나온다.
역대 우리나라 주요 범죄자의 사이코패스 지수를 살펴보면 연쇄 살인범 유영철(38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29점), 연쇄 살인범 강호순(27점), 어금니 아빠 이영학(25점) 등이다.
경찰은 정유정이 범행을 자백했지만 범행 동기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보강 수사 차원에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진행했다. 다만 검사 결과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유정이 정상인 범위를 넘은 것은 사실"이라며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 뒤 오늘내일 중으로 검찰에 결과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 30분쯤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자 집에 찾아가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유정은 범행 다음 날인 27일 새벽 시신 일부를 여행용 가방에 실은 뒤 택시로 이동해 경남 양산에 있는 낙동강변 풀숲에 유기했다. 당시 정유정을 태웠던 택시 기사가 이를 수상히 여기고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을 유기한 장소는 평소 정유정이 자주 산책하러 가던 풀숲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범행 후에는 곧장 옷을 갈아입는 치밀함을 보였으며 실종 사건처럼 꾸미려고 피해자의 신분증과 휴대전화, 지갑까지 챙겨 나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정유정은 범행 시점인 석 달 전부터 '살인 사건', '시체 없는 살인' 등의 단어를 집중적으로 검색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한 지역 도서관에서 범죄 관련 소설을 빌려본 내역도 조사됐다.
경찰에서 정유정은 "평소 방송이나 인터넷으로 범죄 수사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관심이 많아졌다"며 "살인에 대한 충동을 느껴 실제 살인을 해보고 싶어 범행에 이르렀다"고 진술했다. 그동안 우발적 범행을 주장해 온 정유정은 관련 증거와 가족의 설득으로 인해 심경에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유정은 과외 중개 앱에서 자신을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라고 속이고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당시 정유정은 영어 과외 선생님을 구한다며 피해자에게 연락했고 사건 당일 중고 사이트에서 구입한 교복을 갈아입은 뒤 학생으로 위장한 채 피해자 집으로 찾아가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정유정은 범행을 은폐하려고 마트에 들러 흉기와 락스, 비닐봉지 등을 구입했고 이러한 정황을 봤을 때 경찰은 계획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이어왔다. 경찰 관계자는 "정유정은 부모와 오래전부터 떨어져 지냈으며 사회적 유대관계도 부족했다"며 "살인뿐만 아니라 시체 유기까지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봤을 때 단독 범행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유정은 지난 2일 살인, 사체유기, 사체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신상공개 결정에 따라 포토라인 앞에 선 정유정은 "피해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특정한 이유가 무엇이냐", "피해자 유가족에게 할 말 없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피해자 유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실종 사건으로 위장하려 했는가"라는 추가 질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답한 정유정은 "신상공개가 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답변한 뒤 호소차량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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