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중개 앱으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피해자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2일 오전 9시쯤 부산 동래경찰서 정문 밖으로 나와 취재진 포토라인 앞에 선 정유정은 검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이같이 말했다.
"피해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특정한 이유가 무엇이냐", "피해자 유가족에게 할 말 없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피해자 유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실종 사건으로 위장하려 하였는가"라는 추가 질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답한 정유정은 "신상공개가 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답변한 뒤 호송차량에 탑승했다.
앞서 지난 1일 부산경찰청은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내·외부 전문가 7명의 의견을 수렴해 정유정의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위원회는 "범죄의 중대성·잔인성이 인정되고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효과 등 공공 이익을 위한 필요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신상공개 이유를 밝혔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 30분쯤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자 집에 찾아가 흉기로 휘둘러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정유정은 범행 다음 날인 27일 새벽 시신 일부를 여행용 가방에 실은 뒤 택시로 이동해 경남 양산에 있는 낙동강변 풀숲에 유기했다. 당시 정유정을 태웠던 택시 기사가 이를 수상히 여기고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을 유기한 장소는 평소 정유정이 자주 산책하러 가던 풀숲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범행 후에는 곧장 옷을 갈아입는 치밀함을 보였으며 실종 사건처럼 꾸미려고 피해자의 신분증과 휴대전화, 지갑까지 챙겨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정유정은 범행 시점인 석 달 전부터 '살인 사건', '시체 없는 살인' 등의 단어를 집중적으로 검색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한 지역 도서관에서 범죄 관련 소설을 빌려본 내역도 조사됐다.
경찰에서 정유정은 "평소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범죄 수사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관심이 많아졌다"며 "살인에 대한 충동을 느껴 실제 살인을 해보고 싶어 범행에 이르렀다"고 진술했다. 그동안 우발적 범행을 주장해 온 정유정은 관련 증거와 가족의 설득으로 인해 심경에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유정은 과외 중개 앱에서 자신을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라고 속이고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당시 정유정은 자녀 영어 과외 선생님을 구한다며 피해자에게 연락했고 사건 당일 중고 사이트에서 구입한 교복을 갈아입은 뒤 학생으로 위장한 채 피해자의 집으로 찾아가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정유정은 범행 은폐를 위해 마트에 들러 흉기와 락스, 비닐봉지 등을 구입했고 이러한 정황을 봤을 때 경찰은 계획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유정은 부모와 오래전부터 떨어져 지냈으며 사회적 유대 관계도 부족했다"며 "고등학교 졸업 이후 특별한 직업이 없없다"고 말했다. 또한 "정유정은 살인뿐만 아니라 시체 유기까지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보이며 단독 범행으로 추정된다"며 "사이코패스 성향에 대한 검사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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