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쇄신 의원총회에서 결의한 '혁신 기구'가 2주 넘도록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고 있지 않는 가운데, 혁신 기구의 권한과 방향을 두고 당내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친문계 윤건영 의원은 31일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혁신의 시간은 민주당을 기다려 주지 않는데 너무 질질 끌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라며 혁신위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물론 지도부의 어려움은 십분 이해한다. 당 혁신이 말처럼 쉽게 되면 그게 혁신이겠느냐"면서도 "어렵지만 마냥 시간을 끌 문제는 아니라는 걸 좀 지도부가 잘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 의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리고 혁신 기구에 대해 "전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 당내 혁신 기구 권한 논쟁의 불을 당겼다.
그는 "대표의 거취를 거론할 때도 아니고 비대위를 구성할 때도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혁신 관련해서는 아예 외부에서 사람을 모셔와서 맡겨 버리자"고 밝혔다.
윤 의원은 이같은 주장의 이유로 "혁신을 자기가 처해 있는 위치에서 바라보면 이게 정치화가 된다"며"혁신이 나한테 유리할까, 불리할까, 득이 될까 계산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혁신위에 지도부가) 들어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괜히 오해 살 필요 없지 않느냐"고 부연했다.
혁신 과제를 두고 친(親)이재명계에서 '대의원제 개선'을 꼽는 데 대해선 "대의원제 개혁이 혁신 과제 중의 하나일 수는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면서 "국민이 민주당 대의원제를 못 믿어서 불신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이어 "대의원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조응천 의원도 전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당내 혁신기구와 관련해 "혁신은 가죽을 벗겨서 완전히 새롭게 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하려면 전권을 주지 않으면 이건 불가능한 것"이라며 윤 의원과 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조 의원은 "(혁신위가) 안을 만들어서 최고위로 올렸는데 최고위에서 취사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대표나 최고위원들은 그런(혁신위에 전권을 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대의원제 관련해선 "저희가 엄청난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비상한 각오로 가야 하는데 지금 대의원제도 폐지 얘기만 하고 있다"며 "비유하자면 우리 집에 불이 났으면 빨리 꺼야 할 텐데 화력이 좋다면서 거기에 고기를 구워먹자고 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표의 등가성 문제가 있고 기득권 문제가 있으면 등가성을 어떻게 약화시킬 것인지, 기득권을 어떻게 낮출 것인지 쪽으로 가야지 이것만 탁 찍어서 하자고 하면 어떻게 되냐"며 "그러면 당원 100%로 가자는 것인데 이미 문제는 다 드러나고 있다. 목소리가 큰 당성 당원들 뜻대로 가자는 것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이어 조 의원은 "가장 큰 기득권은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들이 지역위원장을 겸임하고 있지 않냐"며 "기득권을 내려놓자고 얘기하는데 대의원제보다 더 큰 문제는 지역위원장을 겸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친명계인 안민석 의원도 혁신 기구를 외부 위원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31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혁신위 제대로 구성해야 한다. 전원 다 외부 인사로 구성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지금은 대의원제 폐지라든지 중앙위원 컷오프 폐지, 이런 것으로 시작하지만 총선을 앞둔 혁신의 핵심은 현역을 얼마큼 교체하느냐"라며 "현역 교체율이 높을수록 총선 승리율이 높은 것"이라고 외부 위원 중심의 혁신위 구성을 주장했다.
그는 다만 "제대로 구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속도 조절론을 폈다.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혁신 과제로 대의원제 폐지와 강성 팬덤과의 절연 문제가 언급되는 상황과 관련해 "제가 보기엔 백화점"이라고 했다.
그는 대의원제 폐지 문제에 대해선 "혁신 기구가 만들어지면 그 안에서 전체적으로 국민적 의견도 있고 또 당원들의 의견을 잘 포함해서 방향을 잡으면 될 거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개딸' 논쟁도 계속…"자연 정화될 것" vs "노사모와 달라. 李, 분명한 의지 보여야"
한편 비명(非이재명)계에서 주장하는 '강성 지지층과의 결별' 주장에 대해 김 의원은 "과도하게 개딸을 상징화해서 그걸 가지고 찬반을 하기보다는 국민적인 시각에서 개딸의 현재의 활동과 행위들, 그리고 그에 따르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작용과 반작용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조금 더 좀 냉정하고 좀 온도를 좀 내린 다음에 좀 살펴보면서 개선 방향들을 찾아나갔으면 좋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가 온라인 카페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개딸이나 이 팬덤이라고 하는 그다음에 그런 조직들이 누구 한 사람의 말에 의해서 움직이는가, 그건 제가 보기에는 아닌 것 같다"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과거에 노사모, 그다음에 문팬, 개딸 이건 사실은 전체적인 민주당을 지지해 왔었던 하나의 큰 적극적인 지지자들이 하나의 형태다. 하나의 문화였고 그래서 그 문화가 이어져 오는 것"이라면서 "지금 도드라지게 나오는 문제점들에 대해서 문제가 되면 그 문제를 해소해 나가고 그 사람들이 조금 더 긍정적으로 민주당 혁신 그리고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당에 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승화시켜내는 그런 좀 합리적인 대안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전에도 노사모, 문팬이나 개딸도 (그런)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정화해 나가면서 올바른 모습으로 활동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고, 그렇지 않은 극단적 행위들은 그 조직 내에서 제가 보기엔 소수화되고 자연 정화된다고 보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의 자정능력을 신뢰한다는 김 의원의 말은, 당내 비명계와는 온도차가 크다. 지난 석가탄신일 연휴 기간 경북 안동을 찾았다가 강성 지지층의 반대 시위를 마주했던 박용진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대표가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명확한 본인의 의사를, SNS에 한 번 올리는 걸로 면피성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본인의 의지와 분명한 태도를 보이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노사모가 일방적인 그냥 정치인과 지지자 그룹이었는가 생각해 보면, 노 대통령도 노사모에 대해서 긴장과 두려움으로 보는 태도를 여러 차례 보였고 노사모 그룹도 노 대통령에 대해서 비판적 지지를 유지했지 무조건적인 지지, 종교적 지지가 아니었다"며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공격하고 민주당 안에서 다양한 의견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팬덤이 움직이는 것은 모두가 다 견제해야 한다. 이렇게 물 갖다 놓고, 우리 편끼리만 남게 하고 다 졸이고 졸이면 '염전식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종민 의원도 같은날 방송 인터뷰에서 "폭력 행위와 결별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주장이 과해서 폭력적 행동·발언을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의도적으로 계속 반복하면 당원이면 징계를 해야 하고 당원이 아닌 사람은 고발을 하든지 조치를 취해야 되는데 이 조치를 안 취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 조치를 안 취하고 수만 건, 수십만 건의 폭력행위에 대해 '그래도 강성 지지층이 애당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감싸주거나 보호했다"고 비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