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일본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북한은 다음달 초 또 다시 전원회의를 하겠다고 밝혀 위성 발사를 기점으로 내부 체제 결속과 대외적인 존재감 강화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29일 <교도통신>은 일본 해상 보안청이 이날 북한 당국으로부터 오는 31일 0시에서 다음달 1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위성 발사에 따라 해상에 위험구역을 설정하겠다고 일본 정부에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일본 공영방송 <NHK>는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에 이같은 방침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서해 2곳과 필리핀 동쪽 해상 1곳 등 총 3곳에 위성의 잔해물이 낙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상보안청이 항행 경보를 발령하고 선박에 주의를 당부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위성 발사는 2021년 8차 당 대회 때 제시했던 군사 관련 과업 중 하나다. 당시 북한은 고체형 ICBM, 핵잠수함,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무인정찰기와 함께 군 정찰위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후 구체적인 발사 계획은 지난해 12월 19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의 '국가우주개발국 정찰위성개발을 위한 중요시험 진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예고됐다. 통신은 전날인 18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개발을 위한 최종단계의 중요시험을 진행하였다"며 "국가우주개발국은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발표하였다"고 밝혔다.
그런데 예정됐던 올해 4월 발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4월 19일 통신은 전날인 18일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했다며, 이 자리에서 "4월 현재 제작 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준비를 다그쳐 끝내며 앞으로 연속적으로 수개의 정찰위성을 다각 배치하여 위성에 의한 정찰정보수집능력을 튼튼히 구축할 데 대한 전투적과업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발사 준비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지난 5월 16일 김 위원장은 비상설 위성발사 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했는데, 통신은 김 위원장이 "사업정형을 구체적으로 료해하시고 총조립 상태 점검과 우주환경시험을 최종적으로 마치고 탑재준비가 완료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돌아보시였다"고 보도해 발사 준비가 어느 정도 진행됐음을 시사했다.
이에 북한의 발사 시점이 언제일지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 가운데 북한이 이날 일본에 발사 일정을 통보함에 따라 그간 발사 준비가 신속하게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위성 발사에 대해 "언젠가는 하겠지만 전문가들과 담당 부서인 국방부 등의 평가에 의하면 당장은 쉽지 않다고 한다. 즉각적인 행동이 예상되는 정도는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북한이 이날 일본에 발사 계획을 통보한 것은 국제해사기구(IMO) 총회 결의서에 따라 운영 중인 전세계항행경보제도(WWNWS) 때문인데, 회원국은 조정국에 해상사격훈련이나 해상훈련, 선박 침몰, 암초 발견과 같은 긴급한 사항이 있을 때 이를 알려야 한다. 한반도가 속한 구역인 'NAVAREA XI'의 조정국은 일본이다.
양분된 국제사회, 북한 위성 발사 막을 방법 사실상 없어
정부는 이날 북한의 위성 발사 예고와 관련해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대통령실은 관련 동향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북한의 소위 '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일체의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며, 어떠한 구실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북한이 역내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을 예고한 것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며, 불법적 발사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만일, 북한이 끝내 발사를 강행한다면 그에 대한 응분의 대가와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정부는 긴밀한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해 한미일 공조를 언급하며 이를 기반으로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이러한 공조로 북한의 발사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북한은 오히려 이같은 공조를 위성 발사의 주요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 통신은 지난 4월 18일 김 위원장이 위성 발사에 대해 "미제가 핵항공모함과 핵전략 폭격기를 비롯한 각이하고도 방대한 전략장비들을 조선반도(한반도)와 주변지역에 상시배치수준으로 전개하면서 남조선(남한)을 침략의 전초기지로, 전쟁화약고로 전변시키고있는 현 실태와 연합준비태세의 구실밑에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과 영토완정을 위협하는 미국과 남조선의 군사행동이 보다 노골화될수 있는 전망적 우려로부터 출발"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남조선이 올해에 들어와 가장 적대적인 수사적 표현을 내뱉으며 명백한 행동으로 보여준 바와 같이 앞으로도 '확장억제력제공'과 '한미동맹강화'의 명목 밑에 반공화국군사태세를 더욱 강화하려고 획책하는 상황에서 우리 국가가 현재와 미래의 우려스러운 안보환경에 상응한 군사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 "군사정찰 위성보유가 계단식으로 확장되고 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군사적 위협과 도전으로부터 국가의 안전환경과 영토완정을 수호하고 인민의 안녕과 발전 이익을 고수하며 상황에 따라 선제적인 군사력을 사용하기 위한 자위적국방력강화에서 노는 역할과 전략적 가치와 의의"를 강조했다.
현재 국제 정세를 고려하더라도 북한의 위성 발사를 제어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군사 행동을 제대로 제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안보리는 지난해부터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그 어떤 공통된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높은 수준의 대응조치인 '결의안'(Resolution)은 커녕 중간 단계 수준인 '의장 성명(Presidential statement)'도, 가장 낮은 수준인 '언론 성명(Press Statement)'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안보리는 4월 17일(현지시각) 뉴욕 유엔 본부에서 그달 13일 북한이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과 관련한 조치를 논의했으나, 북한의 행위를 규탄한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과 달리 중국과 러시아 등은 미국의 군사 행동이 북한의 행위를 불러왔다고 주장해 결국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오는 6월 제8기 제8차 전원회의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이미 올해 2월 말에 7차 전원회를 가졌는데 상반기에 또 다시 전원회의를 여는 이례적인 결정을 한 셈이다.
29일 통신은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2023년도 상반년기간 당 및 국가행정기관들의 사업정형과 인민경제계획수행실태를 총화대책하고 우리 혁명발전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정책적문제들을 토의하기 위하여 6월 상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전원회의를 소집할 것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통상적으로 매년 한 두차례 개최했던 전원회의를 상반기가 다 지나기도 전에 위성 발사 기간에 맞춰 개최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위성 발사 성공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발사 성공을 통해 국방력 강화를 위한 일부 과제를 완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내부 결속 및 대외적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 아니냐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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