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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범칙금’과 ‘과태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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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범칙금’과 ‘과태료’

필자는 40년을 넘게 교직 생활을 했다. 그래서 한때는 하루에 두 번씩 주례를 본 적도 있다. 언젠가는 12시에 논산에서 주례를 보고, 2시에 익산으로 달려간 적도 있다. 그러다 보면 시간에 쫓겨 과속하는 일도 잦았다. 제자들은 평생에 한 번 있는 경사이기 때문에 어렵게 부탁을 하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쉬는 날도 없이 돌아다녀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한번은 서울 신사동에서 결혼식이 있었는데, 토요일 대학원 수업 마치고 11시에 출발했는데도 결혼식 시간에 맞출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버스 전용차선을 달렸다. 어김없이 아저씨(?) 달려와서 우측에 차를 대라고 한다. 사정 얘기를 하고 싼 것(?)으로 끊어 달라고 재롱을 떨었는데, 아저씨(?)는 아무 말도 없이 버스 전용차선 위반에 벌점까지 있는 것으로 끊어 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 주에도 똑같은 상황으로 또 걸렸고 또 범칙금을 냈다. 사실 결혼식 주례라는 것이 거절하면 그만인데, 평생에 한 번이라는 말에 할 수 없이 약속을 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범칙금도 많이 내고, 국가에 기여(?)한 바가 제법 많은 편이다. 주말 부부로 살기에 주말마다 장거리를 달리는데, 요즘은 도로가 거의 주차장이라 언제 도착할지 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 그냥 알아서 기다리라고만 한다. 그러다가 뻥 뚫린 구간이 있으면 한시라도 빨리 가려도 가속 페달을 밟아 본다. 그러면 또 과속 딱지가 날아온다. 투덜투덜

범칙금과 과태료가 뭔지 헷갈릴 때가 많다. 오늘은 별로 기분 좋은 통지서는 아니지만 이런 것들의 개념을 명확하게 해 보고자 한다. 우선 범칙금의 사전적 정의부터 알아보자. 범칙금(犯則金)은 “경범죄 처벌법이나 도로 교통법 등을 위반한 사람에게 부과하는 벌금”을 말한다. 범죄행위에 해당하지만 재판을 통하여 형벌을 받지 않고, 행정 절차를 통하여 일정한 금액을 납부하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범칙금은 벌금이나 과태료와는 구분된다. 예문으로는

경찰관이 과속 차량을 길가로 유도하고 나서 운전자에게 범칙금을 부과했다.

교통법 위반 차량에 범칙금을 부과하다.

와 같이 쓸 수 있다. 범칙금의 납부 절차와 방법은 도로교통법에서 정하고 있다.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버스 전용차선 위반 등의 행위를 하다가 적발되면 범칙금 납부 통지서를 받게 되고 정해진 기간 내에 납부해야 한다.

한편 과태료는 벌금이나 과료와 같은 형벌이 아닌 행정 질서법에 속한다. 사전적 정의를 보면 다음과 같다. “과태료(過怠料) : 공법상의 의무 이행을 태만히 한 사람에게 물게 하는 돈”이라고 나타나 있다. 그러므로 과태료는 도로교통법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그 외에 개인정보보호법, 공직자윤리법, 노인복지법, 산업안전보건법, 식품위생법, 의료법 등 다양한 법률에서 행정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납부하도록 정한 것이다. 과태료에 대한 예문은

소방법 위반 및 소방 시설 관리 소홀 등에 따른 과태료 부과율도 증가했다.

경찰 단속반이 불법 주차를 했다는 이유로 우리에게 과태료를 물렸다.

와 같다. 도로교통법 상 범칙금을 납부하는 경우도 있고, 주차위반으로 과태료를 물 수도 있다.

범칙금이나 과태료를 물지 않으려면 법을 잘 지키면 된다. 하지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위반을 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범칙금을 낼 각오를 하고 달리면 된다. 아무튼 필자는 그렇게 버스 전용차선 위반으로 혼난 다음부터는 가능하면 주말 늦은 밤이나 새벽에 운행한다. 어쩌다 고향에 갈 때 버스 전용차선을 용감하게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씁쓸한 기분을 금할 수가 없다. 그러다가 단속에 걸린 것을 보면 다시 기분이 풀리는 것을 보면 필자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인가 보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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