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전략과 정국 운영에 대해 여야 정치권 원로들이 쓴소리를 내놨다. 김영삼 정부 청와대 공보수석, 환경부 장관을 지낸 '보수의 책사' 윤여준 전 장관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섣부른 접근을 했다고 지적하며, 국내 정치에서도 국정 아젠다를 명확히 제시하고 야당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은 윤 대통령의 언론관 문제를 지적했다.
윤여준 "尹대통령, 한일관계 과감한 조치 평가하지만…"
윤여준 전 장관은 26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서 여러 가지 과감한 조치를 했다"며 "과거 대통령들이 꺼리던 일을 용기 있게 했고, 어느 면에서는 상당히 용기 있게 했다"면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그렇게 볼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한일관계를 일본이 저렇게 옹졸하게 못 풀고 있으면 우리라도 조금 통 크게 풀자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저 정도로 윤 대통령이 대담하게 하는 건 괜찮다고 평가를 했다"면서도 "윤 대통령이나 정부가 이 문제는 특별히 세심하게 다루지 않으면 큰 화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이것(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은 국민이 워낙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이고 일본 내부에서도 위험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지 않느냐"며 "그러니까 이 문제는 섣불리 정치적으로 접근하려다가는 큰 화근이 될 수 있다. 민심이 생각보다 훨씬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전 장관은 정부·여당이 '과학적 접근'을 강조하며 야당이나 시민사회의 문제 제기를 '괴담'으로 치부하는 데 대해 "그러면 그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람들은 과학자가 아닌가?"라며 "IAEA가 좋다고 했다는 것인데 IAEA라는 것도 어차피 정치적인 기구이고, 우리는 우리대로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또 한미일 안보동맹 등 윤석열 정부의 전반적 외교전략에 대해서는 "그거는 잘했다. 국제질서가 지금 빠른 속도로 재편되는 과정에 들어갔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근래 중국·러시아 견제를 위해서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를 굉장히 강조하고 있으니 우리 입장에서는 국가적 현실이 일단 거기에 호응을 안 할 수가 없다"고 하면서도 "정작 우리한테 제일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한 반도체 문제는 아예 말도 못 꺼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대통령실이 '사실상의 핵공유'라고 한미 정상 간 워싱턴 선언을 평가하자 미국 측이 이를 바로 부인한 데 대해 "방미 성과를 좀 국민들한테 좋게 포장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고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걸 미국이 기다리고 있다가 바로 부인할 거라는 걸 미처 예상을 못했던 것 아닌가"라며 "백악관이 공식적으로 부인 성명을 내버리니까 다른 모든 성과가 그것 하나로 다 묻혀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것 하나로 마치 대통령실이 별 성과도 없는 걸 과장하다가 들통이 난 것 같은 모양새가 만들어졌지 않느냐"며 "이것은 정말 윤 대통령 자신이나 대통령실이 반성해야 된다"고 꼬집었다.
윤여준 "의회가 안 돌아가는데 이게 무슨 의회민주주의 국가냐"
윤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국내정치 정국 운영에 대해서도 "기억나는 국정 아젠다가 없다. 체계적으로 제시한 게 없으니까"라며 "벌써 1년이 지났다. 윤 대통령이 취임 첫 해를 이렇게 보내고 나면 나머지 4년은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과의 협치가 미진한 부분에 대해 "평생을 검찰에서 보낸 양반 입장에서 볼 때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아마 범법자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제1야당의 대표지만 범법자를 어떻게 내가 상대할 수 있느냐', '면죄부 주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했던 것 아닌가 짐작한다"며 "잘못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쨌든 현직 국회의원이고 지역구 국민이 선출한 사람이다. (반면) 범죄는 혐의 단계"라며 "국민의 대표이고 제1야당의 대표니까 일단 공식적으로 그 위치를 존중했어야 한다.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어떻든 그 지위에 대한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말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으로서는 저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되면 원내 다수당하고 대화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니까 다수당은 자기들이 다수당이니까 법률 만들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또 그걸 번번이 거부권 행사해, 이렇게 국가적으로 지금 여야가, 입법부와 행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고민을 해도 헤쳐나가기 어려운 난제들이 닥치는데 이렇게 서로 적대적 관계를 가져가면 국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통치를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효율적으로 통치가 안 되고 있고 그런 지가 1년이 넘었다. 이렇게 계속할 건가"라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되풀이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렇게 가버리면 이게 무슨 의회민주주의 국가냐. 의회가 안 돌아가지 않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이부영 "尹, 언론관이 '특수부 검사' 정도"
이부영 이사장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언론관 문제를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작년 8월에 있었던 미국 방문에서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 그라고 대통령 막말 파동이 있었는데 그것을 MBC가 조작 보도를 했다고 공격을 했다"며 "대통령이, 권력자가 얼굴에다 철판을 깔고 뻔뻔하게 사실 보도를 한 쪽을 오히려 왜곡보도, 가짜 보도라고 공격하고 나오는데 거기에다 대고 언론이 뭐라고 하겠느냐. 상대를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국민들도 저런 인격한테 뭐라고 상대를 해서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며 "(유권자들이) '아이고, 저 사람은 저 사람대로 이야기하게 내버려두고 우리는 우리가 믿는 대로 가자' 이렇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 이사장은 "대통령이 지금 특수부 검사가 자기들이 수사한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정도로 언론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언론에 국정 전반의 복잡하고 힘든 일을 순리에 따라서 이해시키고, 자기들이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인정을 하고 언론을 봐야 되는데, 특수부 검사가 자기 수사 상황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정도로 언론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시각을 가지고는 국민들한테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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