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원로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대통령 취임 후 첫 연말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지지도가 낙제점"이라며 "제발 좋은 인재를 찾아서 자문을 들으라"고 충고했다.
윤 전 장관은 20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윤석열 정권 8개월을 평가한다면 몇 점을 주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점수는 굳이 제가 매길 필요가 없다. 지금 국민적 지지를 보면 그게 점수 아니냐"며 "여론조사를 봤더니 40%를 넘어섰다고 굉장히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지금까지 30%에도 못 미치다가 근래 40%을 넘어섰는데 아마 취임 초에 그렇게 낮은 지지도를 보여준 대통령은 전례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윤 전 장관은 "그게 국민이 매긴 점수 아니겠느냐. 아직도 낙제점인 것"이라며 "낙제를 했으면 59점을 받으나 49점 받으나 마찬가지 아니냐"고도 했다.
윤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잘한 일, 잘못한 일을 하나씩 꼽아 달라고 하자 "민심이 많이 떠난 요인 중에 하나는 역시 인사 문제 아니었나 싶다"고 지적했다. '잘한 일'로는 "청와대를 나오기로 마음먹은 건 잘했다"고 꼽으면서도 "다만 그 방법과 과정이 잘못됐다. '1년 후에 옮기겠습니다'(라고 하고) 1년 안에 준비를 해야지, 이렇게 안보가 중요한 나라의 대통령이 된 분이 국방부하고 합참을 쳐들어가듯이 들어가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연말 사면설이 나오는 가운데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에 대해 '복권 없는 사면'을 추진했다 김 전 지사가 이를 거부했다는 소식에 대해서도 윤 전 장관은 "이왕 뭘 베풀려면 확실하게 베풀지 뭘 이만큼은 하고 이만큼은 안 되고…"라며 "나라도 안 받겠다. 5년 남은 것도 아니고 5개월 남았다는데"라고 꼬집었다.
윤 전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새해 조언을 해 달라는 질문에는 "평생을 검사로만 보내던 양반이 대통령이 돼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안 봐도 안다"면서도 "그런데 6개월이 지나서 내년에 들어가면 그런 것이 변명이 안 된다.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정말 국정을 잘 이끌어가야 된다"고 지적하고는 "제발 좋은 인재를 찾아서 계속 평상시에 비공개적으로 자문을 들으라"고 충고했다.
윤 전 장관은 "여러 분야에 좋은 인재가 있다. 그 분들은 나서는 것은 꺼릴 테니까 비공식적으로 만나서 자문을 끊임없이 들으면 된다"며 "그렇게 안 하면 내년은 정말 헤쳐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협치와 관련해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야당 지도부를 관저로 초청해야 한다며 "아무리 검찰에 있던 사람으로서 혐의가, 나름대로 똑떨어진 증거가 있다고 생각해서 '상대하기 싫다', 또 '그런 사람을 내가 상대하는 것은 괜히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니까 나쁜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게 아니다. 대통령은 야당 대표로 선출됐을 때 바로 만났어야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 대표가) 다수당 대표니까 '나라 형편이 어렵고 상황이 안 좋으니 전폭적으로 좀 도와줘서 잘 좀 해나가자'라고 부탁하는 게 뭐가 나쁘냐"며 "그렇다고 검찰이 수사를 안 하느냐. 그러면 검찰을 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했다.
"한동훈, 정치 말리고 싶다. 소질있어 보이지 않아"
정치권의 '책사'로 불렸던 윤 전 장관은 정치권에서 올해 가장 주목받은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꼽았다. 윤 전 장관은 "간결하고 명료한 자기 논리, 자기 생각이 있더라. 자기 생각을 간명하게 논리화하는 능력도 있어서 전달력이 좋다. 짧고 임팩트가 있다"고 한 장관에 대해 호평했다.
윤 전 장관은 그러나 '한동훈 당 대표 차출설'에 대해서는 "그건 아니라고 본다. 본인이 그런 데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재목이라는 건 적재적소가 있는 것이지 논리가 명쾌하다고 정당 대표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검사로서, 법을 집행하는 사람으로서 명쾌한 것만 가지고 민주 정당의 대표가 되는 것은 또 다른 자질이 필요한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나아가 "저는 (한 장관에게) 정치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며 "그런(장관) 자리에 있는 건 좋다. 그러니까 정치할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국회의원 하겠다는 것까지 굳이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으나 그 사람이 국회의원 가면 거기서 그치겠느냐? 주변에서라도 또 그렇게 그치지 않게끔 상황을 만드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며 "그러니까 아예 그러느니 정치에 발들을 놓지 않는 게 좋다. 적재적소라고 보면 정치할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소질이 있어 보이면 얼마든지 하라고 제가 권하겠지만 제가 볼 적에는 정치에 소질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면서 "그러니까 괜히 좋은 인물 하나가, 다른 쪽으로 갔으면 크게 성장하고 나라에도 기여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 정치권에 들어와서 망가지는 것은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왜 정치에 소질이 없다고 보는가'라고 라디오 진행자가 되묻자 "법을 하는 양반들은 가능한 한 정치하면 안 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있지 않느냐'는 재질문에 그는 "그러니까 경력으로 보면 적임이 아니다"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과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보좌했을 때부터 "역시 법을 전공하고 평생 법을 집행하는 일에만 계셨던 분들은 이거(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며 "(이 전 총재에게) '정치라는 건 재판하는 게 아니라서 유죄도 무죄도 아닌 경우가 많다'고 했더니 '이 사람아, 유죄면 유죄고 무죄면 무죄지 이것저것도 아닌 게 어디 있어?'(라고 하더라)"라고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윤 전 장관은 다만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 당원투표 100%로 전당대회 규칙 변경이 추진되는 데 대해서는 "정당 대표를 뽑는데 사실 원론적으로라면 국민한테 물어보는 것조차가 이상한 것 아니냐"며 "당원만을 가지고 투표하는 게 원칙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거대한 원내 제1당이 그 대표의 개인 비리를 지키려다 보니까 국민들이 볼 때 아주 떳떳하지 못한 짓을 자꾸 하게 되지 않느냐"며 "분리돼야 한다. 이재명 대표가 아무리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라 할지라도 이 대표가 당 자체는 아니지 않나"라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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