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야간문화제를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집회에 참석한 참가자 3명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그간 대법원 앞에서 이뤄진 같은 행사를 막지 않았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집회 엄정 대응' 지시가 내려진 뒤 경찰력을 투입했다.
26일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에 따르면 경찰은 그제(24일)부터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야간문화제를 막기 위해 대법원 앞에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기동대 약 600여 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1박2일 투쟁은 2021년부터 여러 차례 진행됐지만 경찰이 집회 장소를 원천 봉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등 약 5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해당하는 불법파견 관련 판결을 조속히 내려달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 대법원 앞에서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노숙 농성을 해왔다. 한 달여 전에 열린 농성 또한 민원없이 마무리 되었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활동가 100여 명은 전날 대법원 앞에서 계획대로 야간 문화제 진행을 시도했으나 경찰은 방송 장비가 실린 차량을 견인해 갔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와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자 경찰은 노조조합원 3명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이어 경찰은 오후 8시 30분쯤부터 노조에 세 차례 해산명령을 내리고 오후 9시쯤 경찰력을 투입해 강제해산 조치를 시작했다. 경찰은 노조원을 한 명씩 직접 끌어내 집회 장소에서 약 300m 떨어진 위치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금속노조는 전날 밤 성명을 내고 "윤석열 경찰이 대법원 앞에서 불법파견,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노동자 3명을 25일 오후 6시 30분경 연행했다"며 "문화제는 집시법 15조 예술, 체육, 오락 등에 관한 집회로 신고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집회 미신고를 이유로 연행한 것은 위법성이 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간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수년 동안 대법원 앞에서 여러 차례 노숙농성을 진행해 왔다"며 "지금 대통령의 '노숙 농성 금지' 한 마디에 경찰이 태도를 바꿔 마구잡이 폭력 연행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 전국 경찰 경비대에 서한문을 보내 "그동안은 집회·시위 과정에서 무질서와 혼란이 발생해도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의 실현과정으로 인식해 관대하게 대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불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며 공권력 행사를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권력의 엄정한 법 집행'을 지시한 지 이틀만이다.
한편, 경찰은 6년 만에 불법 집회·시위 해산과 불법 행위자 검거 훈련을 재개했다. 전날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대 13개 중대는 시위자들이 해산 명령에 불응하는 상황을 가정한 단계적 강제해산과 검거훈련을 진행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부터 다음달 14일까지 3주간 집중 훈련을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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