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소속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한 '문자 폭탄'이 당원이 아닌 외부 인사가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를 "외부 이간질"로 규정하고, 문제를 제기한 비(非)이재명계를 향해 "이간질에 놀아나지 말라"고 했다. 해당 문자메시지를 공개한 이원욱 의원에 대해서는 "강성 당원으로 단정한 정황과 근거도 확인해 향후 유사한 이간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면서 내부 감찰도 지시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조치는 비명계에서 '강성 지지층과의 결별' 요구가 높아지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신 이 대표는 친명(親이재명)계가 요구하는 대의원제 폐지에 대해선 거듭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현재 당내 최대 화두인 쇄신·혁신의 방향이 친명계의 요구대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는 24일 유튜브로 중계된 민주당 당원존 행사에서 "가짜뉴스를 비판하면서 우리끼리 허위 사실에 기초해 비난·비판하면 되겠느냐"면서 "외부 이간질에 놀아나지 말자. 확인 좀 하자"고 했다.
그는 "당 구성원들 사이에 할 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민주주의 기본 가치이고, 이게 억압되면 민주주의라는 게 숨쉴 수 없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다만 표현의 방식이 폭력적이거나 억압적이거나 모욕적이거나,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허위거나 왜곡이거나 이런 것은 공동체를 해친다. 철저히 자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원욱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이 받은 문자 폭탄 내용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며 "이 정도의 내용으로 문자를 보내오시는 분을 자랑스런 민주당원으로 여길 수 있겠냐"며 "이재명 대표님. 이걸 보시고도 강성 팬들과 단절하고 싶은 생각 없으신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문자 메시지에는 '민주당도 70%는 쓰레기 의원들입니다. 민주당만으로는 안 됩니다. 수박 놈들이 당선될 바엔 차라리 쓰레기 국힘당놈에게 의원직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 의원의 문자메시지 공개 이후 파장이 일자 당은 이 대표의 지시에 따라 즉시 감찰에 돌입했고, 그 결과 문자메시지 발신자가 당원이 아닌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4일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외부 세력의 이간질로 드러났다"며 "우리 당은 진보 진영의 와해를 노리는 이간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 이와 같은 이간계에 또다시 넘어가지 않도록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감찰단은 이 의원의 문자 공개 당시 테러 문자 발신자를 강성 당원으로 단정한 정황과 근거도 확인해 향후 유사한 이간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외부 세력의 이간계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내 구성원이 더욱 경각심을 갖고 신중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당내 자유로운 의견 개진은 충분히 보장되지만, 욕설과 허위 사실 그리고 외부 세력의 이간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서은숙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의원을 겨냥해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며 "해당 의원은 무슨 근거로 그 문자 보낸 사람을 극렬 지지자로 단정해 당 대표에게 개딸과 절연하라 요구했는지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에 문자 폭탄을 공개했던 이 의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1차적으로 조사해 봤더니 당원은 아니라고 한다"며 "당 차원에서 경찰에 고발한다거나 하는 조치들이 추가될 수도 있는데 그냥 중지해 버린다면 싱겁게 끝나고 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자 (폭탄) 문제는 이른바 '수박' 의원들이라고 평가되는 (비명계) 의원들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면 그분(강성 지지자)들이 얼마나 해악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해서 다 알 수 있다"며 "그런데 당에서 (대응을) 안 하고 있다"며 당이 강성 지지자들에 대해 보다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와 같은 요구에 부응하는 대신 '문자 폭탄 발신자를 확인 없이 강성 당원으로 단정했다'는 이유로 이 의원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며 사실상 질책한 셈이다.
이 대표는 다만 최근 친이낙연계 전혜숙 의원에게 욕설 문자를 보낸 당원에 대해서는 제명 처분을 내렸다. 이와 관련, 이날 방송에서 이 대표는 "얼마 전 (당원이) 당내 여성 의원 한분한테 좀 심한 문자를 보냈다. 당원인데 답도 안 하고 그래서 결국 제명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李, 친명계 초대하고 '대의원제 폐지' 의견 경청..."개혁의 때가 왔다"
이 대표는 또 "(지금까지) 분열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에 대해 많이 절제해왔던 게 사실"이라며 "다양한 영역에서 개혁, 쇄신 요구가 다양하게 뻗어나오고 있기 때문에 (개혁의) 때가 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해 조만간 쇄신안의 구체 내용을 공개할 계획을 시사했다.
당 혁신 방안에 대한 이 대표의 생각은 이날 방송을 통해 군데군데 옅게나마 드러났다. 우선 이날 방송에 초대된 인사들은 민형배 의원, 서은숙 최고위원, 임세은 전 청와대 부대변인,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 등 주로 친명계로 분류되는 이들이었다.
이 대표는 이들로부터 '대의원제 폐지' 등 요구사항을 경청했다. 처럼회 소속으로 당내 강성파로 분류되는 민 의원은 "(지역구민들로부터) 혁신 공천해라, 당원의 중심 당, 실제 공천 과정에서 그렇게 하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이야기를 전했고, 이에 이 대표는 "당도 당원이 주인이라고 하는데 실제 주인인지 아직 약간 의구심 많은 상태"라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간접민주주의 시스템을 채택했던 이유는 지리적 한계나 인구 숫자가 많아서인데, 지금은 정보·교통수단(발전) 때문에 그런 한계가 다 사라져서 가능하면 직접민주주의 욕망이 커진 것"이라고도 했다. 당내 대의민주제도에 해당하는 대의원제에 대해 부정적 의사를 밝힌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서 최고위원은 이에 "이제 당원 50만도 안 되던 시대가 아니다. 당원 140만 시대에 대의원제 폐지를 통한 당 혁신이 첫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 "서은숙 최고위원, 제가 사람 잘 고르지 않았나. 내년에 꼭 원내 입성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아울러 황 이사도 "다양성 존중도 맞는데, 이렇게 지금 싸워주는 거 당원들이다. 정치인들 못한다. 근데 훌리건 소리 듣고 '천 원(짜리) 당원' 얘기 듣는다"면서 당원 권한 강화를 요청했다.
그런가 하면 임 전 부대변인은 "당내 비판도 있을 수 있고 때로 잘못하면 혼도 날 수 있다"면서도 "건전한 당내 토론으로 풀 수 있는 걸 굳이 언론에, 외부에 얘기하는 행태는 용납이 안 된다. 뭐만 잘못하면 '대표 내려오라'고 한다"며 비명계 의원을 저격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또 혁신 방향에 대해 말하면서 "통합·단결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할 수 있는 혁신·개혁을 해나가자"고 말해 혁신 작업의 폭을 제한하는 데 무게를 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혁신보다 통합·단결이 우선이라는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기 때문.
이는 전날 친문계 윤건영 의원이 "혁신위가 전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당 지도부의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해야 한다"며 "혁신의 범위를 제한하면 안 된다.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심정으로 해야만, 민주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만)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과 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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