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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이어져온 '라이더 대행진' 막아선 폴리스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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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이어져온 '라이더 대행진' 막아선 폴리스라인

[현장] 경찰이 막아선 '라이더 대행진'…뿔뿔이 흩어져 도심 행진

배달의민족 라이더 100여명이 '라이더 자격제' 도입, 생활임금 보장 등을 촉구하며 서울 시내에서 오토바이 행진을 벌였다. 라이더들은 경찰의 폴리스라인에 막혀 대형을 갖추지 못해 뿔뿔이 흩어진 채로 도심을 행진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은 10일 서울 여의도부터 대통령실 인근인 용산 일대까지 오토바이 100대 규모가 함께 행진하는 '2023 라이더 대행진'을 개최했다. 당초 200여명의 라이더들이 모여 행진할 예정이었으나 경찰과 법원의 제재로 규모가 절반으로 줄었다.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모인 배달노동자들은 '라이더 자격제를 시행하라', '배달라이더 생존권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작 집회를 열었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 라이더 안전관리를 위해 기본적인 자격요건을 두는 '라이더 자격제' 도입과 생활임금 보장, 알고리즘 협상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라이더 대행진은 5년째 이어진 행사다. 그간 라이더들은 대오를 갖춰 행진 시위를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 행진에서는 대오가 흐트러졌다. 경찰이 길을 가로막아 라이더들이 시위를 통한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었다. 

앞서 올해 행진을 앞두고 경찰은 오토바이로 이동하는 라이더 대행진 집회에 금지 통고를 내렸다. 이에 관해 법원은 "경찰의 행진 금지통보가 위법하다"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지부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다만, 시위 참여 오토바이 대수를 100여대로 제한했다.

서울행정법원 3부는 "오토바이는 배달종사자의 생업 수단이고 신청인 산하의 라이더유니온 지부를 잘 상징할 수 있는 표현물에 해당하므로,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신청인 단체가 집단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도 보장될 필요가 있다"며 "오토바이를 이용한 집회 및 행진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신청인의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2023 라이더대행진'에 참석한 배달 노동자가 경찰이 친 폴리스라인 앞에서 멈춰서있다. ⓒ프레시안(박정연)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이렇게 험난한 라이더 대행진은 처음"이라며 "경찰이 오토바이를 가져오면 안 된다고 통고했는데, 법원은 오토바이 탑승이 라이더의 적절한 표현 수단임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구 위원장은 "우리는 코로나 시대에 '필수 노동자'로 불렸"지만 "현재 우리 상황은 배달의민족을 시작으로 확산하는 임금 삭감을 감내해야 하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구 위원장은 "배달의민족 기본배달료의 28%가 삭감되었고, 동네 배달 대행사는 35%까지 기본배달료를 삭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인 이날 구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야기한 게 '기득권 노조 타파하고 노동 약자는 보호하겠다'는 노동개혁"이었으나 정작 관리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 약자인 라이더에 관해 "정부 정책에서 저희와 같은 배달노동자들의 권리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전성배 라이더유니온 서울지부장도 "배달의 민족은 '알뜰정책'이라는 정책을 만들어서 우리의 임금을 일방적으로 후려치고 있다"며 "날씨 할증마저 반토막을 낸 가운데 알뜰해지는 것은 저희의 수입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 배달의 민족 영업이익이 4200억 원이 넘었는데 라이더가 기업에 많은 돈을 벌어다주고 있다"고 일갈했다.

전 지부장은 정작 플랫폼 회사는 "배달비가 비싸다는 이야기를 방패삼아 (그 원인으로) 저희를 팔아먹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를 두고 '파트너'라며 돈 안드는 립서비스를 하지만 대우는 개돼지만도 못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2023 라이더대행진'에 참석한 배달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배달노동자들이 집회를 마치고 오토바이로 행진을 시작하려고 할 때 이를 막아서는 경찰과의 마찰로 도로가 한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구 위원장은 "행진에 제한 요소가 있어서 5대씩 출발해야 하고 경로도 조금 복잡해졌지만 법원에서 허용한 대로 법대로 행진하겠다"고 밝혔다.

오토바이에 탄 배달노동자들은 일렬로 줄을 서고 5대 씩 대오를 맞춰 나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찰이 5대의 오토바이가 시야에 사라진 지 5분이 지나고 나서야 다른 5대의 오토바이를 보내는 식으로 질서를 유지하자, 일렬대오가 흐트러진 배달노동자들이 항의했다.

배달노동자들은 "경찰이 집회 행진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법원에서 허용하는데 왜 경찰이 행사를 막느냐"고 항의했다.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오토바이가 뒤이어 행진하지 못하도록 막아서자 일부 집회 참석자들이 반대쪽 도로로 빠져나갔다. 이에 따라 일대가 순간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배달노동자들은 결국 대오를 완전히 갖추지 못한채 각자 흩어져 도심을 행진했다. 용산 대통령실 인근까지 가지는 못했고 용산구청 앞에서 행진을 멈췄다. 용산경찰서가 용산구청까지만 행진을 허용하겠다는 집회부분 금지 통고를 내리면서다. 배달노동자들은 용산구청 앞에 모여 마무리 집회를 진행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조직국장은 "사실상 라이더들이 모여서 행진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5대의 오토바이들이 출발한 지 한참이 지나서야 경찰은 또 다른 5대의 오토바이들을 보냈고, 이들이 모여서 대오를 형성하려고 하면 경찰차가 방해했다"고 행진 상황을 설명했다.

구 위원장은 "대통령실에 가려고 했는데 경찰의 집회 제한 통보로 인해 용산구청 앞에서 멈췄"지만 "오토바이 행진을 올해만 하고 끝낼 것이 아니기에 경찰과는 싸우지 않고 용산구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항의하겠다"고 설명했다. 

▲'2023 라이더대행진'에 참석한 배달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오토바이 행진을 하다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토바이 5대씩만 행진이 가능하다며 출발 지점에서 통제에 나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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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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