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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한도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2023 평화통일시민강좌] ② 변학문 겨레하나평화연구센터 소장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2023평화통일시민강좌'를 연재합니다.

2023 평화통일시민강좌는 한반도 평화체제, 한미동맹, 북한의 건축과 경제 및 기후위기 대응, 전쟁국가 미국, 미일동맹의 역사를 3월 18일부터 11월 18일까지 신촌에서 진행됩니다.

아래는 지난 4월 15일 '기후위기 대응에 나선 북한'을 주제로 변학문 겨레하나평화연구센터 소장이 진행한 강연의 주요 내용입니다.

기후위기 관심 가져온 북한

2021년 7월, 북한이 유엔에 2030년 달성을 목표로 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이행상황을 담은 '자발적 국가 검토 보고서'(VNR, Voluntary National Review)를 제출했다. 이 VNR을 통해 북한은 재생에너지 비중 등을 공개했으며 이를 통해 북한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야 북한이 환경문제나 기후변화에 대해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북한의 자료를 살펴보면 김일성 시대부터 관심을 가지고 언급해왔다. 김일성 시대부터 공해방지 및 환경문제에 관해 이야기했고, 김정일 시대에도 2000년대 들어 국가의 통일적 지도 밑에 환경보호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했다.

김정은 시대에는 훨씬 더 자주 자연에너지나 재생에너지의 개발 확대를 강조했다. 북한은 예전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정책을 내왔지만 우리가 관심 있게 보지 않았을 뿐이다.

북에서도 자연에너지나 재생에너지를 쓴다는 우리 언론의 보도가 2015년경에 이미 있었다. 당시 보도사진을 보면 평양의 거리에 태양광 패널이 있다. 2015년 방북했던 겨레하나의 사진을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시내버스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붙여 '태양광 자동차'라 부르기도 했다.

<로동신문>은 세계 여러 나라의 기후변화와 재난, 그리고 기후 관련 국제기구 보고서 내용도 전하며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에 대해서도 보도하고 있다.

▲ 변학문 겨레하나평화연구센터 소장. ⓒ평화통일시민행동

김일성 시대의 환경보호 정책

김일성 집권기에는 환경보호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제도적 기반과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등 기초적인 것을 갖춰나갔다. 김정일 집권기에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뼈저리게 직접 경험하고 환경정책을 강화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김정은 집권기에는 김정일의 환경정책을 계승하면서 '친환경'과 '기후위기 대응'이 주요 국정 기조로 자리 잡았다.

1950년대 북한은 생태주의보다는 경제발전이나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해 환경문제도 신경 써야 한다는 인식이었다. 자원으로서 동식물 보호 증식을 강조하고 이것이 생물학의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50년대 후반에는 본격적으로 주체, 자립 노선을 세우고 최대한 국내에서 끌어모을 수 있는 부존자원들을 확보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했다. 생물자원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농업을 위한 생물학에서 경공업‧농업을 위한 생물학으로 변화했고 이때 동식물의 자원 조사 및 보호 증식이 생물학의 주요 연구과제로 부상했다.

1977년 제정된 토지법에 토지관리와 더불어 환경 관련 조항들이 일부 들어가고 이를 위해 '공해과학연구소'를 설치했다. 남한의 환경운동연합 출발이 '공해추방연합'이었듯 북한도 환경 관련 기구의 시작은 공해방지였다.

노동신문에 '기후위기' 관련 기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70년대부터다. 유엔에서도 환경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각종 선언이 나오기 시작한 시기가 70년대다.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본격화될 때 북에서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1986년 환경보호법이 제정되고 공해과학연구소가 '환경보호연구소'로 명칭이 바뀌고 역할을 확대했다. 1993년 지금의 내각에 해당하는 정무원 산하에 환경문제를 담당하는 비상설기구인 '국가환경보호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기후위기에 따른 대홍수로 시작된 '고난의 행군'

김정일 집권기에 환경정책이 강화되었다. 토지법이나 환경보호법 등 기존 법률을 여러 차례 수정‧보충하고 명승지, 천연기념물보호법, 환경영향평가법 등 환경 관련 법들을 많이 만들었다. 또한 비상설기구였던 국가환경보호위가 '국토환경보호부'로, 90년대 말에는 '국토환경보호성'으로 개칭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1994년 12월에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서명하고 2005년에는 교토의정서에 가입하는 등 여러 환경 관련 국제기구나 단체에 가입하여 활발하게 활동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김정일 집권기에는 '고난의 행군'이라는 뼈저린 경험이 있다. 1995년 연달아 대홍수가 있었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비공개회의에서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다고 언급할 정도로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었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가 2021년에 1970년~2019년 물과 관련된 재난재해에 대한 피해 규모를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1995년의 북한의 대홍수는 재산피해가 250억 달러 이상이며, 10위 규모였다. 1위는 2005년 미국의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였다.

그런데 2016년 9월에 보도된 <시사저널> 기사를 보면 1995년 당시 북한의 피해액이 150억 달러, 수재민이 전 국민의 25%에 달했다고 하면서, '전문가'의 말을 빌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더 많이 받아내기 위해 피해액을 부풀린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국제기구에서 당시 피해액이 더 컸다고 말하고 있다. 여전히 한국의 많은 언론은 북한이 말하는 것에 대해 무조건 '거짓말'이라고 본다.

북한은 1995년 고난의 행군 경험으로 이상기후 문제가 바로 자신의 문제임을 절감하게 된다. 1998년에도 북에 굉장한 수해가 있었다. 우리는 북한의 경제난이라 하면 제일 먼저 전력난을 떠올리는데 1998년 수해 당시 180개의 탄광이 침수되었다. 펌프로 퍼내야 했지만 전력이 없었으므로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결국 자연적으로 다 마르는데 10년 정도 걸렸다. 북의 기사들을 보면 2008년이 되면 북한의 경제가 어느 정도 돌아가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1995, 96년의 대홍수 이후 고난의 행군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국토관리 사업이 부실했음을 시인했다. 국토관리사업만 제대로 했다면 아무리 큰비가 내려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 이야기하고, 국토관리사업을 국가가 통일적으로 집중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수피해의 주된 원인으로 부실한 산림보호사업을 꼽고 산림을 복구하려고 노력했지만 김정일 집권 시기에는 잘 안됐다. 북한의 나무 심기를 지원했던 개인, 단체들에 따르면 당시 나무를 심어도 제대로 크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다. 전반적인 산림 과학기술 수준이 낮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후반의 자연재해는 북이 기후변화의 악영향을 직접 받고 있다고 인식하게 했다. 2000년 9월 노동신문 기사를 보면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이 0.6도씩 상승할 때 북한의 평균기온은 1.9도, 겨울철에는 4.7도가 올라갔다고 했다.

북은 원래 남보다 겨울에 춥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로 인한 겨울철의 온도 상승 폭도 더 컸다. 북한은 이상고온으로 인한 가뭄이 자주 발생했고 그 결과 1995년을 제외하면 1990년대 연평균 강수량은 크게 감소했다. 그런데 집중호우는 더 많아졌다. 북은 위의 <로동신문> 기사를 통해 지구 온난화가 이상기상의 원인이고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므로 이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일 시대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과 환경정책

김정일 집권기에는 과학기술 중시를 표방하고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을 98년부터 세 번에 걸쳐 시행했다. 1차, 2차, 3차로 갈수록 환경 관련한 과제들이 점점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와 자원절약, 산림복구, 오염방지, 지금의 재자원화인 자원 재활용에 대한 연구개발 과제가 선정되었다. 풍력, 태양에너지나 조수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연구하고 특히 농장에서 나오는 폐설물을 모아 발효시켜 나오는 메탄가스를 식생활이나 난방에 이용하기 위한 연구를 많이 했다.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복합미생물비료나 생물농약을 개발하기도 한다. 퇴비를 만들 때 적당한 미생물을 뿌려주면 발효가 잘돼서 품질이 높아져 똑같은 양으로도 훨씬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래서 북의 여러 미생물을 분리 동정하여 특징을 살펴본 이후 북의 기후 풍토에 맞는 미생물들을 찾아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또한 컴퓨터와 위성자료 이용을 확대하고 지리정보체계(GIS)를 도입하여 환경보호 사업의 현대화와 정보화를 추구하고 있다. 또한 국가과학원 전기연구소에는 작은 용량이기는 하지만 300W 풍력발전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2005년부터는 저탄소 경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외국의 절약형 경제 또는 절약형 사회를 건설하는 시도를 노동신문에 소개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저탄소 경제', '녹색산업'에 주목하면서 저탄소 경제가 효과적인 환경보호 방안인 동시에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2010년, 2011년 단천마그네샤 공장을 두 해 연속 방문하면서 경소마그네샤(경소 마그네시아)를 이용한 색기와 등의 건재 생산을 치하했다. 그리고 경소마그네샤로 만든 건재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녹색 건재이기 때문에 저탄소 경제, 녹색경제로 나아가는 세계적 추세에 맞게 이러한 제품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김정은을 후계자로 확정하고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후계체계 구축에 나섰다. 고난의 행군 이후 무너졌던 국가의 기본적인 의사결정 구조들을 점차 정상화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김정일 집권기의 정책과 성과, 미완성 과제를 정리하여 김정은 시대의 정책적 방향과 국가 과제로 삼았다.

재해성 이상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생산방식과 기술개발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주석 탄생 100년을 기념한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첫 공개 연설을 했다. 할아버지 대의 일심단결과 아버지 대의 불패의 군사력에다 자신의 새세기 산업혁명을 더하여 사회주의 강성국가를 만들자고 하면서 '새세기 산업혁명' 이야기를 꺼냈다.

새세기 산업혁명이란 국가 경제 전반을 지식경제로 전환하고 김정일 시대의 핵심적인 과학적 성과였던 CNC를 기반으로 해서 경제 전반을 CNC화, 컴퓨터화, 자동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강화하여 최종적으로 지식경제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새세기 산업혁명론은 김정일 시대의 정책과 성과, 미완성 과제를 집약하여 정립된 것이다.

환경정책도 마찬가지다. 저탄소 경제도 결국 김정일 집권기에 강조해왔던 환경정책과 담론을 기반으로 하여 김정일 집권 때의 제도적 기반과 연구개발 성과들을 바탕으로 김정은 시대 들어 본격적으로 저탄소 경제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김정은 집권 2년 차인 2013년 7월 <로동신문>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온상승과 강수량 증가, 재해성 기후현상의 빈도가 높아지고 북의 평균기온 상승 속도가 지구의 평균보다 2.7배에 이르며 폭우가 잦고 여러 지역에서 최대 강수량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여기에 적응하는 생산방식과 기술개발이 필수적임을 지적하고 이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제출한 VNR의 기후 위기로 인한 재해성 이상기후 내용을 살펴보면 2015년에는 심각한 가뭄 직후 폭우가 오거나 골프공만 한 우박이 떨어졌다는 보고가 있다. 2016년에는 강수량 측정 이후 최고량의 집중호우로 인해 두만강이 범람하고 2018년, 2020년에는 심각한 가뭄 이후 장마철의 호우가 있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2020년은 코로나, 제재와 더불어 가뭄과 집중호우가 '삼중고'에 들어가기도 했다. 북은 기후변화가 자신들의 문제임을 체감하고 이를 전제로 모든 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산림복구 사업의 경우 김정일 집권기에는 많은 역량을 투입했지만 성과가 안 나기도 했고 북 사회가 전체적으로 무너진 상황에서 산림복구에 집중적인 관심을 쏟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 리더십의 특징은 '집요함'이다.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면 끝장을 볼 때까지 몇 번이고 시도한다.

산림복구의 경우 2단계로 나누어 1단계는 2017년에 마무리했다고 하고 현재 2단계 사업을 진행 중이다. 2단계 산림복구는 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 등 최고위급에게 구역을 나누어 책임을 지도록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산림복구에 관하여 "민둥산을 보면 잠이 안 온다. 우리 자식들에게 이 민둥산을 어찌 물려주겠냐. 산림복구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겠다"라고 여러 차례 직접 언급했다.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지난 2021년 5월 24일 "나무심기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심은 나무들에 대한 비배관리"라며 비배관리를 방법론 있게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신문은 강동군을 조명하며 "제곱미터(㎡)당 책임제를 정확히 실시하여 애써 심은 나무들이 잘 자라도록 하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로동신문

또한 김정은 집권기에는 자연에너지 개발 이용을 확대하고 '영 에너지', '영 탄소 건축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전 국가적인 자연재해 예보 및 피해방지 시스템 구축과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과학농사'도 강조하고 있다.

평균기온 상승으로 차 농사의 북방한계선이 올라가 황해도에서 차 농사가 꽤 이루어지고 있고 차음료 공장도 지어졌다. 또한 황해도 대동강과수종합농장에서 사과재배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매해 수확량이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기온상승 속에서 옥수수의 생산성이 낮아지고 밀의 생산성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도 여기에 맞춰 자신들의 알곡 정책을 바꾸어 최근 밀농사를 강조하고 있다.

당 대회 이후 첫 현지지도 현장, '122호 양묘장'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때 남쪽의 기업인들도 방북했었다. 그때 북에서 처음 데려간 곳이 122호 양묘장이다. 2016년 5월 7차 당대회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첫 현지지도가 이곳이었다. 북한은 122호 양묘장이 양묘장 중 처음으로 전 공정을 자동화한 곳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곳은 자원과 기술이 제일 많은 군 산하의 양묘장으로 양묘장 현대화의 표본이다.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화가 이루어졌으며 관수를 컴퓨터망으로 연결하여 중앙 통제실에서 모니터링하며 원격통제하고 있다. 북은 122호 양묘장에서 일 년에 두 번 묘목 생산을 하며 1회차 생산량도 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북은 122호 양묘장을 표본으로 하여 도마다 하나씩 양묘장을 만들 것을 지시했고 2년 뒤인 2018년에 강원도에도 양묘장이 만들어졌다. 이곳은 122호 양묘장보다 더욱 현대화되어 현재는 강원도 양묘장이 전국의 표본으로 되고 있다.

북한의 날씨 예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업기상이다. 날씨에 가장 민감하고 태풍, 집중호우 등의 정보를 가장 빨리 알아야 하는 사람들이 농민들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휴대폰에 농업기상 앱을 깔면 기상수문국에서 바로바로 날씨 예보를 해준다. 지금은 날씨뿐만 아니라 병해충 정보도 전해주고 있다.

모든 것이 자원이다! '절약형 경제'

김정은 집권기에는 환경보호, 기후변화 대응, 자원 부족의 극복방안으로 '절약형 경제'를 궁극적 방향으로 두고 있다. 북한은 공군 비행장을 밀고 1500동 혹은 600동의 온실을 지었는데, 온실 바닥의 부산물들로 메탄가스를 만들어 연료로 쓰고 남은 찌꺼기는 퇴비로 쓰면서 최대한 쓰레기를 줄이는 식으로 농축산에서 고리형 순환생산체계를 만들고 있다. 또한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는 생산방식을 도입하고 재자원화를 강화하고 있다.

환경 관련 법률도 제·개정하고 있는데 특이하게 2020년에 이동통신법을 제정하면서 친환경 에너지 이용을 명시했다.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지국이나 기지국 관리사무실에서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를 적극 개발하고 활용하라는 것이다.

실제 기지국이나 이동통신을 관리하는 건물을 보면 태양광 패널이 잔뜩 있다. 창문마다 패널이 달려 미관상 좋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자신들이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충당하고 있으며 이를 법에도 명시하고 있다.

연구개발을 활성화하고 있기도 하다. 재생에너지 개발의 중심 역할을 하는 국가과학원 자연에네르기연구소를 2014년에 신설했다, 기존 환경보호연구소를 확대 개편한 것으로 보이는 국토환경보호성 산하 '환경과학기술연구원'을 신설했다.

2016년 2월 일본인이 방북해서 자연에너지 연구소 로비에 걸려있는 2014년~2044년 계획표를 찍어와 남한 언론이 보도한 적이 있었다. 그 표를 보면 자연에너지를 최대한 개발해서 30년 뒤 500만kW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500만kW는 5GW이고, 이는 남한의 평균적인 원전 5대 정도의 발전용량이다.

태양광 패널로 자체 에너지 충당

김정은 집권 이후 북은 나선 지구와 같은 대규모 특구와 별도로 작은 규모의 20여 개 지구를 경제개발구로 지정했다. 그중 황해남도의 '강령국제록색시범구'가 있다. 이 지역은 넓은 해안 양식 면적과 풍부한 수산자원을 가지고 있는 지역으로 녹색기술과 유기농산물의 허브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황해남도 서해 지역은 우뭇가사리의 대규모 서식지로 주목받고 있다. 우뭇가사리는 생물학 연구에서 배양용 배지 제작에 필요한데,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담당했던 모로코가 자원 보호를 이유로 공급량을 크게 줄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남한의 일부 해양 생물학자들은 북의 황해도 서해 쪽을 세계 우뭇가사리 생산의 중심지로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지역이 강령록색시범구와 그리 멀지 않다.

2015년 김정은 집권기 협동농장 중 처음으로 평양시민들이 먹는 채소와 과일을 생산하는 평양시 사동구역의 장천남새전문협동농장을 현대화했다. 이곳의 살림집에는 태양열 가열기나 태양광 패널이 있다. 또한 메탄가스 탱크가 있어 농장 온실에서 나오는 찌꺼기들을 발효해서 나온 가스로 의식주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한다. 또한 이 탱크에서 나온 찌꺼기는 다시 온실에 거름으로 뿌리는 순환생산체계를 만들고 있다.

위성과학자주택지구의 가로등에도 태양광 패널이 달려있고 과학기술전당에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가 있다. 북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과학기술전당에 필요한 기본전력은 이 태양광 발전설비로 충당한다고 한다.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의 두 정상이 점심을 먹었던 대동산수산물식당의 건물 옥상에도 태양광 패널이 가득하고 조선중앙은행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전력을 충당하고 있다.

그러나 필요한 건물의 공터에 태양광 패널을 짓다 보니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도 있었다. 이러한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 능라유원지처럼 햇빛이 잘 드는 곳에 태양광 패널을 모아 공동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전력 생산량은 개별적으로 생산할 때보다 2배 정도 많다고 하는데, 각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패널 수에 따라 전력을 분배하고 남은 전력은 국가 전력망에 넣어주고 수익을 나눈다. 이렇듯 여건이 되는 곳들은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대동강에는 '옥류'라는 유람선이 있는데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깔려있다. 평양시민들이 출퇴근용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사전 예약하면 관광용으로 쓸 수 있다고 한다. 남한 언론에 '북한이 자랑하는 태양빛 전지 유람선이 자주 멈춘다'라는 보도가 있었다.

실제 기사를 읽어보면 겨울에는 강물이 얼기 때문에 운항을 안 한다는 내용이다. 이 유람선은 4월부터 11월까지만 운항한다고 한다. 하지만 제목만 얼핏 보면 이 유람선의 성능에 문제가 있어 자주 멈춘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평양 강남군에는 소형이지만 벼겨가스발전도 있다. 강남군은 벼가 많이 재배되는 농촌지역으로 지역의 특색을 살린 발전소를 지은 것이다.

영탄소 건축의 대표물은 평양의 려명거리이다. 려명거리의 건물에는 녹색이 들어간 건물이 많은데 처음 설계할 때부터 녹색건축을 표방하면서 마감을 녹색으로 했다.

2017년 4월 완공한 려명거리는 그때 당시 북이 가지고 있던 친환경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테라스에는 잔디를 깔아서 단열효과를 내는 '얇은층 지붕녹화기술'이 도입되었으며 모든 건물에는 태양열 패널 및 가열기가 설치되었다.

또한 태양빛을 모으는 집광기가 설치되어 건물 안쪽의 파이프처럼 생긴 반사관과 연결되어 햇빛이 들지 않는 지하 시설물에 자연채광을 제공한다. 또한 지열을 이용한 난방설비들로 난방에 쓰는 전력 소비를 줄이고 있다.

려명거리의 옥상에는 빗물을 받아 재생 이용하는 시설물들이 있다. 북은 거창한 것부터 작은 분야까지 구석구석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고 있다.

'계통병렬형'으로 운영되는 태양광 발전소들

2017년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소가 등장했다. 남포시 와우도의 일종의 휴게소인 '정양소' 는 외벽 전체에 태양광 패널을 달아놓고 '계통 병렬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보통 우리가 남한의 아파트에서도 보는 태양광 패널은 기존 전력망과는 별개로 전력을 생산하여 배터리와 연결하여 쓴다. 그러나 계통 병렬형은 기존 전력망과 연결되어 있다. 독립적인 태양광 패널은 직류전기를 쓰지만 국가 전력망은 교류를 쓰므로 직류전기를 교류전기로 변환하는 '계통 병렬형 역변환기'를 개발하여 와우도의 정양소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여기에서 효과가 입증되어 순차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능라유원지의 100개 정도 되는 태양광 패널도 국가 전력망과 연결되어 있다.

북에서 계통 병렬형 태양광 기술을 처음 개발한 곳은 목란광명회사이다. 이 회사는 원래 각종 영상물, 게임기, 노래방기기를 제작, 서비스하는 곳인데 생산에 필요한 전력을 자체 생산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을 도입했고, 계통병렬형 역변환기까지 개발하게 되었다. 김일성종합대학 졸업생들 수십 명이 있는 곳으로 꾸준한 연구와 개발로 태양광에서도 전문성을 가진 회사가 된 것이다. 

평안북도 신의주에 있는 자연에네르기발전소에는 1km가 넘는 구간에 태양광 패널을 깔아놓고 중간중간에 풍력발전기 수십 개를 설치했다. 2019년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발전을 시작했고 계속 기술개선을 하는 상황이다.

생산 현장에서의 친환경기술

북한은 생산 현장에서도 친환경기술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류원신발공장은 에너지절약형 통합생산체계를 구축하여 옥상에 400kW 용량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했다. 북의 보도에 따르면 신발생산을 위한 전력뿐만 아니라 공장 운영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자체 충당하며 전력이 남으면 국가 전력망에 넣어준다고 한다.

평양화장품공장 옥상에 백 수십 개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2017년 보도 당시 70% 정도의 전력을 자체 충당하며 지열 설비도 설치되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 평양화장품공장은 2015년 김정은 위원장이 랑콤, 샤넬과 품질을 비교하며 현대화를 지시했던 곳이다. 2년여에 걸쳐 현대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친환경 에너지를 대거 도입했다.

927 닭공장의 경우 처음에는 소규모 태양광 패널로 사무실 조명과 컴퓨터 전원을 충당하는 정도였다가 복합형 태양빛 발전을 도입하여 공장 생산 전반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게 되었으며, 하루에 15톤씩 배출되는 닭 배설물로 1000㎥의 메탄가스를 생산하고 이걸 이용해 매일 2000kWh의 전력을 생산한다고 한다.

또한 후방사업으로 농장을 운영하여 벼겨를 이용한 벼겨가스 발전공정도 만들어 3중 자연에너지 발전체계를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전력자립의 성공은 모범사례로 꼽혀 전국에 전파되고 있다.

평양자라공장은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통합생산체계를 도입하여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북에서는 이러한 통합생산체계도 자원과 에너지 투입을 최소화하여 생산성을 높이기 때문에 친환경, 저탄소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주요 방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대북 제재 상황에서 '재자원화'는 사활적 문제

재자원화는 북에서 2020년대부터 크게 강조하는 분야다. 물론 그전에도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부터 평양시에서 배출되는 도시 오물의 100% 재자원화를 목표로 구역별로 하나씩 오물처리공장을 만들었다. 함흥에서는 2.8비날론공장 등에서 나오는 폐설물로 벽돌을 만들어 1년에 벽돌 수십만 장을 생산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부터 재자원화에 대해 주목했지만 제재 문제에 봉착하면서 더욱 절약과 재자원화를 강조하였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4월 시정연설을 했는데, 이때 재자원화를 사활적 문제라고 규정했다.

이 연설에서 연말까지는 미국이 새로운 안을 내오기를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제재가 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라 전제하고 재자원화를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북한이 바라는 미국의 협상안은 연말까지 나오지 않았고, 북한은 2019년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제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2020년 4월 북한은 재자원화법도 제정하였다.

재자원화를 위해 모든 지역에서 폐기물 수거사업을 강화하였는데 이는 코로나19에 대응한 자체 봉쇄 이후 더욱 강조되었다. 작은 천 조각은 소숫자리까지 무게를 측정하고 파지 1톤이 학습장 1만 수천 권을 만들 수 있다며 재자원화를 끊임없이 강조하였다.

평양의 오물처리공장에서는 자기구역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을 재처리하여 벽돌이나 파이프를 만들고 있다. 평양버섯공장은 버섯 생산할 때 밑에 까는 기질의 2, 3차 재이용을 위한 배합 비율을 확증하여 버섯 생산에 도입하고 고무산세멘트공장의 경우 석회석 생산공장에서 배출되는 잡돌을 선별하여 시멘트 원료로 재이용할 수 있는 설비를 제작하여 시멘트 증산에 기여하기도 했다.

2020년부터는 재자원화에 관한 기사들이 많았다. 이유는 첫째로 당장 필요한 자원들이 없으니 재자원화에 대한 절박성이 컸고 두 번째로는 연구개발 초기 단계이므로 상대적으로 손쉬운 과제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 지난 2021년 3월 2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국가과학원 함흥분원에서 국산화와 재자원화를 위한 연구사업에 힘을 넣고 있다"며 관련 사진을 보도했다. ⓒ로동신문

재자원화 부족한 점에 대한 자체 비판

연구기관에서는 국가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들이 많지 않아 비판적 평가를 받았다. 연구기관들은 공장들이랑 똑같이 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더 어렵고 중장기적인 연구과제를 해야 하는데 당장 눈앞의 이익만 바라고 자연발생적 연구개발을 해서 비판을 받았다. 또한 공장들은 당장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서 재자원화 품질은 신경도 안 쓰고 환경보호 하자고 하는 재자원화가 오히려 환경오염을 유발하기도 하는 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2020년 제정된 재자원법을 제대로 지킬 것을 강조하며 전국적으로 법을 얼마나 잘 집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졌다.

생산 현장에는 재자원화의 사례가 많지만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이에 비해 부진한 상태이다. 그러나 마감 단계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기사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아 올해 하반기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고 예상해본다.

북한은 어떤 부분에서는 포장을 잘하는 것도 있지만 김정은 시대에서는 자신들의 문제점을 솔직히 이야기한다. 많은 북한 연구자들이 북한이 포장하는 것만 보며 못 믿겠다 비판하지만, 조금만 신경 써서 보면 예전보다 훨씬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런 것만 보더라도 북한의 내부상황을 우리가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자원화 관련해서는 무계획성과 오염 유발, 낮은 품질, 금방 열기가 식어버리는 '오분열도'에 대해 비판한다. 예를 들면 평양의 수매사업소를 가보니 분리수거함에 그대로 쓰레기들을 쌓아놓고 재자원화를 하지 않는다거나, 평양제일백화점의 인민 소비품 전시회에서 수입 원자재로 제품을 만들어놓고 잘 만들었다고 자랑을 해서 비판받았다는 기사들이 있다.

산림복구사업의 경우 지역별 편차가 있고 예전에 잘해서 모범으로 꼽혔던 지역이 지금은 퇴보했다는 이야기도 한다. 절약형 생산체계에서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설비 자체가 지나치게 용량이 큰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사용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전체 에너지 소비량에서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은 절약형 경제와 기후위기에 대한 다양한 대응책들을 내놓고 있고 성과도 있다. 하지만 문제점도 있고 이를 개선해가는 상황이므로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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