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덴마크 입양인들이 함께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DKRG)을 설립하기로 결정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이 단체는 한국 입양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과 친생부모를 알 권리를 위한 활동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1년 전 저희는 열린 마음과 궁금증으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위조된 서류와 한국에서 극적으로 친부모와 재회한 입양인들에 대한 소문과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우리는 (입양 서류에 따르면) 길거리에서 발견된 고아이거나 돌볼 수 없는 미혼모의 자식이기 때문에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그런 사실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가끔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그때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우리는 대부분의 입양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졌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소수의 입양 사례에서만 잘못을 찾아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거의 1000건의 입양 사례를 검토한 결과,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기대했던 진실된 사례는 모두 어디에 있었을까요? 투명성은 어디로 갔을까요? 1년이 지난 지금,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입양 사례는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처음 발견한 것은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와 한국사회봉사회(KSS)의 문서 위조, 사기였습니다. 조사 후반에는 성적 학대 사례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홀트와 같은 입양기관에 머무르고 있을 때와 해외로 입양된 이후 모두 한국 아동들에 대한 성학대 사건들이 존재합니다.
사기, 명예훼손 등 사건의 규모가 너무 커서 우리는 한국의 진실화해위원회에 조사를 신청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2월 6일 300여건의 입양인들이 개별 요청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단체가 직접 위원회에 신청한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진실화해위가 사건을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한다는 발표에 전세계 입양인들은 환호성과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야말로 역사적 사건입니다!
위원회의 결정을 다른 나라들도 뒤따랐습니다. (입양을 받은) 프랑스,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덴마크에서는 한국 해외입양에 대한 조사 또는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결과가 나왔습니다. 홀트의 프랑스 내 사업 파트너인 입양기관은 입양기관 허가가 취소되어 곧 문을 닫을 예정입니다.
프랑스 정부가 입양 기관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중개된 한국에서의 입양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프랑스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서류 누락, 서류 위조, 생모의 동의 부재, 시민권 허위 신고, 해당 국가 출입국 규정의 사기, 납치, 절도 또는 아동 판매와 관련된" ,"과거 활동으로 인해" 입양기관의 자격을 취소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프랑스 정부의 결론이며, 프랑스는 홀트의 오래된 '범죄 파트너'였던 입양기관(Le Rayon de Soleil)에 조치를 취한 첫 번째 국가가 된 것입니다.
저의 고국인 한국이, 한국으로부터의 입양에 대해 수혜국에서도 조사할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는 것이 저는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최근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해외입양인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통한 인권보장 방안 연구")는 나의 옛 조국이 앞장서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이 연구는 한국 입양에 대한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 규모가 커서 처음으로 입양 인권 침해에 대한 유효한 통계 수치와 개념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입양업계는 더 이상 "일부 고립된 사례일 뿐"이라거나 "일반화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스스로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 연구에서 한국 입양아 중 6.2%(16명 중 1명)가 입양기관 및 기관의 보호 하에서 성적 학대를 당했으며, 13.5%(8명 중 1명 이상)는 입양 후 직접 성적 학대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비해 제가 살고 있는 덴마크의 연구에 따르면 1.5%(64명 중 1명)의 아동이 성적 학대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국내 최대 입양기관의 모토는 "입양은 사랑입니다" 입니다. 하지만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여러모로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킵니다.
한국 국가기록원에서 공개된 문서는 한국의 산부인과, 병원, 주민센터가 아동 매매의 배후에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합니다. 이 문서에는 입양 기관들이 기부금을 아동 양육에 사용하지 않고 개인적 이익을 위한 투자와 투기에 사용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한국의 자체 문서에도 입양기관이 아동의 실제 신상 정보를 위조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입양기관 홀트 측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법적, 문화적 차이로 인해 입양인들이 모든 것을 오해했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문화를 말하는 것일까요? 서양 문화? 한국 문화? 문화적 차이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은 홀트에서만 통용되는 문화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글을 쓴 DKRG 공동대표 피터 뭴러 씨는 덴마크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2022년 9월, 283명의 해외입양인들이 진실화해위원회에 입양될 당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11월 15일, 12월9일 두 차례에 걸쳐 추가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372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권위주의 시기에 한국에서 덴마크와 전세계로 입양된 해외입양인의 입양과정에서 인권 침해 여부와 그 과정에서 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다행히 진실화해위는 12월 8일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이 해외입양을 시작한지 68년만의 첫 정부 차원의 조사 결정이다. <프레시안>은 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요청한 해외입양인들의 글을 지속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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