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대통령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갖자는 대통령실의 제안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4일 서울대병원에서 분신 건설노동자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기자) 여러분을 만난 김에 현안 말씀을 드리겠다"며 "대통령께서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이 여러 사정으로 어렵다면, 원내대표와 만나는 것도 저는 괘념치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용산 측에서 야당 대표를 빼고 원내대표와 만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명한 것 같다"며 "그에 대한 제 입장 "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지금 민생이 너무 어렵다. 건설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할 만큼 갈등도 심각하다. 러시아·중국발 경제위기, 한반도 평화 위기도 매우 심각하다"며 "정치를 다시 복원해야 한다. 상대를 죽이려는게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하고 협치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은 지난 2일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당선 축하 인사를 온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와 만날 의향이 있다"며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면 만날 수 있고, 여야 원내대표가 따로 만나는 과정에서 부르면 본인이(윤 대통령이) 올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대통령이 (이재명) 당 대표를 먼저 만나는 것이 순서"라며 고사의 뜻을 밝혔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대표 패싱' 또는 야당 내부 갈라치기에 대한 동조로 비칠 것을 우려한 반응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원내대표가 먼저 대통령과 만나도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실제로 윤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 대통령은 오는 10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최근 기자단과 '깜짝 오찬' 행사를 갖거나 여당 지도부를 불러 만찬을 하는 등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이날 오전 민주당 고문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은 이재명 대표가 가르마를 타줘야 한다"며 "'나는 만나지 않더라도 여야 대화를 위해서나 대통령과 대화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 박 원내대표 당신이 먼저 만나라'고 정치력을 발휘해주는 것이 이재명의 정치가 앞서가는 길"이라고 해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박 전 원장의 이같은 조언이 한 나절만에 실현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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