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없이 서봤던 기자회견장이었지만,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되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은 늘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두 살 아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어린이날을 앞둔 4일 오전 용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날을 제외한 364일 동안 어린이들은 어디에서 놀 수 있나" 물으며 "노 키즈 대한민국을 퍼스트 키즈 대한민국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용 의원은 특히 노 키즈 존이 즐비하고 공공 어린이시설이 부족한 국내 도시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언급했다.
전국엔 "7만 개가 넘는 놀이터가 있지만 그중 공공 놀이터는 1만 여 개에 불과"하며 "인스타 핫플이라 불리는 카페와 식당, 심지어는 공공이 운영하는 도서관조차 노 키즈존이 되어버렸다"는 게 용 의원의 지적이다. 용 의원은 "갈 곳 없는 어린이에게는 편의점에서 핫바를 사먹는 것이 유일한 여가"라고 강조했다.
굳이 노 키즈 존과 같은 '적극적 배제' 형태가 아니더라도 사회 곳곳은 어린이 차별지대인 경우가 많다. 용 의원은 "유아차를 끌고 버스를 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식당이나 카페를 가도 영유아를 위한 아기의자가 구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는 허다하다"라며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은 앉을 곳이 없고, 용변을 처리할 곳도 없는 것이 2023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키즈카페의 입장료는 커피 몇 잔을 훌쩍 넘을 만큼 비싸다. (그러나) 온 사회가 '어린이는 모두 키즈카페로'라고 외치는 것 같다"라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결국 "'그러게 왜 아이를 낳아서 고생이냐'는 말로도 들린다"고도 지적했다.
매년 어린이날이 돌아오면 노 키즈 존을 고수하던 카페 등 일부 점포는 한시적으로 이벤트성 '예스 키즈 존'을 선포하기도 한다. 육아 커뮤니티 등지에선 이러한 이벤트를 두고 '평소엔 어린이 및 양육자를 배제하면서, 시혜적이거나 상업적인 목적의 기만 이벤트를 벌인다'는 식의 성토가 터져나오곤 한다.
이날 용 의원은 자신 또한 그 분노의 당사자라며 "어린이날 하루만 어린이를 환대할 게 아니라, 매일매일 어린이를 환대하는 사회가, 어린이와 어린이를 돌보는 양육자들이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퍼스트 키즈 대한민국'을 위한 세 가지 정책제안을 발표했다.
먼저 그는 만 16세 이상만을 이용자로 삼는 국립중앙도서관을 예로 들며 "공공시설부터 노 키즈 존을 없애나가자"고 제안했다. 현재 국내에선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해 부천의 한 시립도서관, 대구의 한 구립도서관 등 공공시설 '노 키즈 존' 사례가 보도된 바 있다.
용 의원은 "공공시설조차 노 키즈 존을 관행 삼아서는 안 된다"라며 "각 지자체에 공공시설 내 어린이 접근성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공공놀이터의 확대 등 어린이 여가를 위한 공공시설의 확충 또한 촉구했다.
'한국판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가 다음 제안으로 꼽혔다.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는 어린이 동반 가족이나 임산부 등이 박물관, 미술과, 공원 등에 방문할 경우 줄을 세우지 않고 입장시키는 제도다.
용 의원은 "최근 일본에서는 저출생 문제의 해법으로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를 추진겠다고 밝혔다"라며 "양육자를 위축시키고 눈치보게 만드는 사회가 아닌 가장 먼저 환대하고 포용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론 국회에 계류 중인 '평등법(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제안됐다. "어린이를 차별하는 사회가 아니라,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사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용 의원은 노 키즈 존에서 시작해 '노 유스 존', '노 중년 존' 등 특정 집단에 대한 사회적 배제 현상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나와 다른 사람, 조금 서툴고 느린 사람도 마땅히 시민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상식을 잊어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린이는 세상을 처음 배우는 동료 시민이기에 모든 게 느리거나 서툴고, 미숙할 수 있다"는 용 의원의 말처럼, 이날 기자회견에 동행한 용 의원의 아이는 용 의원이 발언하는 동안에도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용 의원은 "회견문을 다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애정과 응원의 눈빛으로 함께해주셨던 기자님들, 수어통역사님, 국회관계자 분들 덕분"이라며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소란스러웠던 오늘의 기자회견이 우리가 충분히 아이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사회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이날 기자회견의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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