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지난해 말부터 5달 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 사망자 수가 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우크라이나 쪽이 봄 대반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한 가운데 최근 며칠 간 우크라이나 전역에 러시아의 공습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백지 수표"는 없다고 공언했던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돌연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지지를 천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AP> 통신, 미 의회전문지 <더힐>, 미 ABC 방송 등 외신을 보면 1일(이하 현지시각)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전화 브리핑에서 지난해 12월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 10만 명이 죽거나 다쳤고 이 중 2만 명 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추정치는 새롭게 기밀 해제된 미 정보기관 자료에 근거한다고 밝혔지만 자세한 도출 근거를 설명하진 않았다. 우크라이나군 사상자 수 추정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전쟁 발발 9달 뒤인 지난해 11월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러시아군 사상자 수를 10만 명으로 보고 있다고 발표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추정치는 최근 5달 간 러시아군 인명 손실이 크게 증가했음을 시사한다. 밀리 의장은 지난해 11월 발표 당시 우크라이나군 사상자 수도 10만 명 가량일 것으로 추정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군 사망자의 절반은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와그너 그룹 출신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와그너 그룹이 수감자를 대상으로 모병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전투원들에 대한 훈련 및 조직적 통제 부족 탓에 와그너가 대규모 인명 손실에 직면했다고 짚었다. 앞서 지난 주말 와그너 그룹을 이끄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와그너 사망자 규모가 94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계속해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 지역을 통제하려는 러시아의 시도가 대부분 "지연되고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가 집중 공세 중인 바흐무트의 전략적 가치가 한정적이라고 주장했지만 <AP>는 일부 분석가들은 러시아 쪽이 바흐무트를 통제할 경우 크라마토르스크나 슬로뱐스크 등 도네츠크 지역의 더 큰 도시로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쪽은 봄 대반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1일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반격 준비가 "거의 끝났고 모든 것이 준비됐다"고 말했다.
전날 나탈리야 후메뉴크 우크라이나 남부사령부 대변인도 현지 언론에 지난달 29일 일어난 크림반도 항구도시 세바스토폴 유류 저장고 화재가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대규모 공세(반격)을 위한 준비의 일환"이라고 밝히며 우크라이나 쪽이 배후임을 시사하고 대반격을 예고했다.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예고된 가운데 1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곳곳에 미사일을 퍼부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 밤 영상 연설에서 공습으로 철도 중심지인 남동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파울로흐라드에서 젊은 남성 2명이 사망했고 4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그는 또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북부 체르니히우에서 공습으로 학교가 파괴됐고 14살 소년이 숨졌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날아온 미사일 18기 중 15기가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쪽은 이번 공습이 우크라이나 군산복합체 시설에 대한 공격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로이터> 통신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지역 의회 의장인 미콜라 루카슈크가 이번 공격으로 아파트 19채, 주택 25채 및 3곳의 학교와 3곳의 유치원이 피해를 입었으며 부상자 중 5명은 어린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쪽은 3일 전인 지난달 28일에도 거의 2달 만에 수도 키이우를 공습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역을 폭격했다. 이 공격으로 적어도 25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영토 내 공격 주장도 러시아 측에 의해 계속 제기됐다. <로이터>는 2일 알렉산드르 보고마즈 브랸스크 주지사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인 러시아 남서부 브랸스크 지역 한 마을이 이날 아침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포격 당했다는 주장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포격으로 인한 사상자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30일에도 이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나군의 포격으로 민간인 4명이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마즈 주지사는 또 1일 이 지역에서 폭발물로 인해 화물열차가 탈선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철도공사(RZD)는 사건에 대해 "승인되지 않은 개인의 무단 침입"으로 인해 열차에 불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보고마즈 주지사 등은 사건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직접 지목하진 않았다.
한편 이스라엘에 방문 중인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은 1일 예루살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지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를 종합하면 해당 발언은 러시아 관영 매체 기자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철회할 수도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왔다.
매카시 의장은 해당 기자가 매카시 의장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제한 지원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질문한 데 대해 "내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아니다. 나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투표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지할 것"이라며 "나는 당신 나라가 우크라이나에서 하고 있는 일을 지지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매체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백지 수표"를 쓰지 않겠다고 말한 매카시 의장이 우크라이나를 "계속해서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이 지난달 24일 미 보수 매체 <폭스뉴스> 간판 앵커였던 터커 칼슨이 해고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극우 성향 칼슨은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불구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했고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칼슨 해고 뒤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이들이 그들의 견해를 전달할 "가장 효과적인 플랫폼 중 하나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칼슨은 폭스뉴스가 2020년 미국 대선 개표가 조작됐다는 음모론을 거듭 주장한 뒤 투·개표기 업체 도미니언에 명예훼손 소송을 당해 지난달 도미니언 쪽에 7억 8750만달러(약 1조 564억원)를 합의금으로 지불하기로 한지 약 일주일 만에 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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