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취임을 계기로 대통령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나 "이재명 당 대표를 먼저 만나는 것이 순서"라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2일 국회에서 취임 축하인사차 박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비공개 자리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중을 전했다.
이 정무수석은 "윤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와 만날 의향이 있다"며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면 만날 수 있고, 여야 원내대표가 따로 만나는 과정에서 부르면 본인이(윤 대통령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이재명) 당 대표를 먼저 만나는 것이 순서"라고 명확히 뜻을 전했다고 김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동에 앞서 모두발언에서도 같은 취지로 말했다. 그는 "일주일 뒤면 대통령 취임 1주년인데, 1년 동안 야당 대표와 회동이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이 저희로서는 참 아쉬운 대목"이라며 "야당 대표와의 회동이 대화 복원의 출발이 되도록 대통령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수석은 이에 "좋은 일들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화답하고 '야당 대표' 대신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역제안했으나, 박 원내대표가 여기에는 거절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면서 윤 대통령과 양당 원내대표 회동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 원내대변인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 만남이 어렵다고 해석해주시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도 첫 인사
박 원내대표는 이 정무수석에 이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도 첫 인사를 나눴다. 여야 원내대표는 무쟁점 법안인 대선 공약 관련 법안 처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우선 과제를 논의했는데, 무쟁점 대선 공약 등에 대해서 여야 수석들이 모여 처리할 부분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회의장이 말했지만 헌법 불합치, 위헌 결정 법안들이 신속히 개정돼야 하는데 이 부분도 여야 수석들이 논의해서 신속하게 처리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5월 임시국회 일정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당헌에 따라 내일 의총에서 공식적으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빠르면 오늘이나 내일 오전이라도 협의하되, 공식 추인이 되어야 여야 간 일정 합의도 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여야 간 의견 차가 큰 전세사기 특별법과 관련된 논의는 이날 이뤄지지 않았다.
윤 원내대표는 "민생을 챙기고 국익을 챙기는 정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여야 협치의 조건은 없다"며 "민생 우선, 정치 복원, 무쟁점 법안 우선 처리, 통합 위한 외연 확장 경쟁 등 박 원내대표의 취임 이후 메시지 하나하나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대선 때 공통 공약 가운데 쟁점이 없는 부분을 확인해서 법안을 만들어 처리하는 그 과정에서 신뢰가 생길 것이고, 그것이 더 큰 협상과 협의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는데 윤 원내대표가 제 말에 화답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답했다.
박광온 "지지자, 반사이익만으로 선거 못 이겨"
박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첫 공식 회의를 주재하고 '확장적 통합' 비전을 제시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지자들만으로, 반사이익만으로 선거는 이길 수 없다"면서 "확장적 통합으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거나 유보한 온건·개혁 성향의 국민까지 모셔올 수 있도록 확장적 통합을 준비하고 일상적으로 발표하겠다"면서 "확장성은 유능함에서, 유능함은 정책에서 비롯된다. 특히 정책에서 신뢰받는 민주당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확장적 통합'을 언급했다. 그는 원내대표 축하 인사 차 국회를 방문한 김 지사를 향해 "우리가 추구하는 쇄신이나 확장, 통합, 이런 가치를 가장 중시하시고 제가 보기에는 가장 어울리는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에 김 지사는 "쇄신과 통합을 말씀하셔서 정말 같은 생각으로 뜻을 같이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대표님께서 추구하시는 쇄신과 통합, 저와 저희 경기도에서 같은 뜻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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