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날인 1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서울 도심 곳곳에서 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양대노총은 '주 69시간 확대'를 골자로 한 노동시간 개편, 노조 사무실 압수수색 등 강경한 노동 정책을 펴온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과 노동개악에 맞서 총력투쟁을 선언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후 첫 노동절인 이날 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는 양대노총 추산 9만여명, 경찰 추산 5만5000여명이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뒤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노동자대회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중구 세종대로 앞에서 '노동개악 저지! 윤석열 심판! 5.1 총궐기 2023 세계노동절대회'를 개최했다. 세종대로를 가득 메운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윤석열 OUT'이라는 손피켓을 들며 "노동자 다죽이는 윤석열 정권 박살내자"고 7월 총파업을 결의했다.
특히 이날 집회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의 분신 시도로 엄숙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이날 노동절 집회 직전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양아무개 지대장은 정부의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분신을 시도해 생명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아무개 지대장은 정부가 지난 3월 9일 지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이후 구속영장이 신청되자 "정당한 노조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라니, 자존심이 허락되지가 않는다"며 유서를 남기고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했다.(관련기사 : 관련기사 : 노동자의날, 尹정부 '노조탄압' 항의하며 건설노동자 분신)
민주노총은 노동절 대회를 생명이 위독한 양아무개 지대장을 위한 묵념으로 시작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건설노동자 한분이 강릉 법원 앞에서 스스로 몸을 불살랐다"고 이날 대회사의 운을 뗐다. 양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의 잔인한 건설노조 탄압이 급기야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그럼에도 오늘 (양아무개씨에 대한) 영정실사심사를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박정희와 전두환이 육군장성 하나회 출신들의 총칼로 정권을 장악했던 것처럼 윤석열 정권은 검찰 공화국을 만들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며 "압수수색은 일상이 되었고, 건설노동자들의 구속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불법 비리 폭력 간첩, 온갖 낙인을 찍어 민주노총을 공격하는 저들의 목적은 결국 민주노조의 말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참을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며 "총파업 투쟁으로 윤석열 정권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종덕 민주노총 사무총장도 "기어이 노동자를 사지로 몰아냈다. 민주노총에서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건폭'으로 몰고, 분신으로 내몰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고 "노동자임에도 노동자 아니라고 한다"… 노조법 2,3조 통과 촉구
노동자대회에서는 법적으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직(특고) 노동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특고노동자들은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조법 2조, 3조의 통과를 촉구했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사용자와 노동자의 정의를 확대해 간접고용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까지 노조법 보호 대상에 포함하자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3조 개정안은 노조 탄압을 목적으로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소송을 제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기사 : "특고 고용해 돈 버는 사람이 사용자…교섭 나서도록 법 개정해야")
박완규 민주일반연맹 부위원장은 "저는 근로기준법의 적용도 받지 못하는 특고노동자"라며 "재활하는 전문기술을 갖고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노동자임에도 노동자가 아니라고 한다"고 개탄했다. 이어 "30년, 40년 가까이 된 선배 노동자들이 지금까지 노동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기본적인 퇴직금 또한 법적인 투쟁을 해야지만 보장받는다"고 했다.
이어 "국회에서 논의중인 노조법 2,3조는 원청과 교섭할 권리를 보장한다"며 "현장의 95%가 하청이고, 95%의 사장은 임금과 복지를 책임질 여력이 없다"고 했다. 이어 "모든 이익은 원청인 대형 브랜드 사장이 가져가는 현장의 노동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노조법 2,3조의 통과를 촉구했다.
김정원 금속노조 서울지부 LG솔루션지회 지회장은 "우리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특수고용노동자로서 탄압과 차별속에서도 노조를 조직하고 자랑스러운 임단협을 쟁취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노골적으로 밀어붙이는 친재벌 정책은 우리같은 약자인 특고를 더 힘들게 할 것이고, 총파업 투쟁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도 7년 만에 노동자대회…"노동자 저항의 불길 정권 전체 불태울 것"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서울 여의대로에서 '노동개악 저지! 민생파탄 규탄! 2023 노동절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노동절에 열리는 것은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쉬운해고 저지 투쟁 이후 7년 만이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윤석열 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한국노총은 오늘 전국노동자대회를 시작으로 윤석열 정권의 반노동정책에서 맞서, 끈질긴 투쟁의 대장정에 돌입하겠다"며 "탄압에는 더 큰 저항으로 맞서는 것이 승리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에게 경고한다"며 "정부가 노동혐오를 멈추지 않고, 반성과 정책변화 없이 불통의 길을 고집한다면 노동자·서민의 저항의 불길은 정권 전체를 불태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도 윤석열 정권을 향한 투쟁 의지를 강조했다. 대회 참석자들은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의 반노동정책을 규탄하며, 정권의 노동개악에 맞서는 총력투쟁을 선언한다"며 "150만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노동개악에 맞서는 모든 노동시민사회 세력과의 연대를 기초로 노동개악 저지와 노동중심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세적 투쟁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노조법 제2·3조 개정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과 최저임금 인상 △공적연금 일방적 개악과 공공부문 민영화 및 구조조정 저지 △공무원‧교원 정치기본권 보장 및 공무직 노동자 차별 철폐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저지 등을 결의했다.
한편, 대표적인 특고 노동자인 배달노동자들도 이날 서울 송파구 배달의 민족 본사 앞에서 '5.1 배민노동자 대회'를 열고 9년째 동결 중인 기본 배달료를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조합원 150여명은 지난해 배달의민족 영업이익이 42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다며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 받은 돈이 노동자들에게도 돌아갈 수 있도록 기본 배달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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