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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공유'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세력이 있다?…무례한 백악관 반응,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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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공유'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세력이 있다?…무례한 백악관 반응, 이유는?

대통령실 "우리가 미국과 핵을 공유하는 것은 아닌 게 맞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통해 도출한 '워싱턴 선언'에 대해 백악관이 "사실상 핵 공유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면서 대통령실과 여권이 적지않게 당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핵 공유'라는 말이 정치권, 언론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백악관이 '핵 공유가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이같은 '온도차'와 관련해 추측이 난무하자 설명에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8일 "우리가 미국과 핵을 공유하는 것은 아닌 게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핵 공유로 느낀다는 것과, 핵 공유가 아니라는 것이 (한미간) 입장 차이라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력한 확장억제 조치를 담은 정상 간 역사적인 문서를 만들어냈고 이를 통해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핵공유' 발언에서 한 발 물러선 셈이다.

앞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앞서 '워싱턴 선언'에 대해 "한미 양국은 이번에 미국 핵 운용에 대한 정보 공유와 공동계획 메커니즘을 마련했다"며 "우리 국민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라고 브리핑 한 바있다. 그러나 백악관 에드 케이건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은 한국 특파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는 워싱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설명하는데 이런 설명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직설적으로 말하겠다. 우리가 이 선언을 사실상 핵 공유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에드 케이건 선임국장이 "매우 직설적으로 말하겠다"며 거두절미한 것은 외교적으로도 '무례한 반응'에 가깝다. 한국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워싱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로 평가한 한국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도 매우 이례적이다.

핵무기 사용에 관해 미국은 독점적, 배타적, 최종적 권한을 보유한다. 단 한번도 이 '단일 권한' 원칙은 변한 적이 없었다. 백악관의 이같은 반응이 사실상 '핵 공유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라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당초 '핵 공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은 방미를 앞두고 한미일 확장억제협의체 창설 등 "일본을 포함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아시아 판 핵 계획 그룹을 구상하느냐"는 <로이터> 통신 기자의 질문에 "강력한 핵 공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는, 나토 이상의 강력한 대응이 준비가 되어야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때문에 언론에서도 '나토 이상의 핵공유'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는 보도들이 쏟아져 나왔다. 

'워싱턴 선언'이 나온 후 여권 고위 관계자들의 반응도 '핵 공유'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워싱턴 선언이 "사실상 최초의 핵 공유 선언문"이라고 주장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미국이 다른 나라와 핵 공유 체제를 구축한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이어 우리가 두 번째"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여권의 반응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두 번째로 미국과 핵을 공유한 국가가 된다. 이는 곧바로 윤 대통령의 '방미 외교 성과'에 대한 상찬으로 이어졌다. 최근 여론조사의 대통령·여당의 지지율 하락세 원인으로 '외교' 문제가 꼽히고 있는 가운데 '외교 성과'를 적극 홍보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백악관에서 "핵 공유가 아니다"라는 '직설적 반응'이 나오자 윤재옥 원내대표는 "(핵 공유 정의와 관련해) 당의 공식 입장을 정한 건 없다"고 한 발 물러섰다. 결국 '핵 공유'라는 단어 의미를 여권에서 '내부 정치'를 위해 자의적으로 사용하다 머쓱해진 상황이 됐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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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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