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중심에 선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조기 귀국 압박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20일 오후 국회에서 3시간 가까이 의원총회를 열고 돈봉투 사태에 대한 수습 방안등을 논의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참석한 의원들은 최근 불거진 전당대회 관련 의혹이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들과 당원들에게 큰 실망을 안긴 일이고, 이에 따라 지도부가 사과했지만 국민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리기로 결의의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어 "송 전 대표가 즉각 귀국해 의혹에 대해 낱낱이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그것이 당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국민과 당에 대한 기본 도리일 것이라는 데 뜻을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미 지난 17일 대국민 사과와 아울러 송 전 대표의 귀국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송 대표는 그러나 이같은 당 지도부의 공식 요청에도 미온적으로 대응했고, 이에 의원 전원이 합심해 송 대표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송 대표가 예고한 22일 기자회견 전 귀국을 촉구한 것이냐'는 질문에 "본인이 판단하실 것"이라면서 "지난 월요일과 오늘 의원들의 공식 요청이 있는 만큼 종합적으로 놓고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일각에서 송 전 대표의 탈당·제명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박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자리에서는 탈당·제명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특정(송영길) 캠프의 일일지라도 당 지도부, 모두가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책임 있게 수습하고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차원에서 우리의 자세, 나아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통해 국민과 당에 입장을 제대로 밝히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의원총회는 흡사 송 전 대표에 대한 성토대회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발언에 나선 10여 명의 의원들 중 상당수가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장 밖에서도 송 전 대표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문제의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송 전 대표에게 0.59%p차이로 석패했던 홍영표 의원이 침묵을 깨고 "참담하다"며 첫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홍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당사자의 신속하고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송 전 대표의 책임 있는 자세와 아울러 당의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홍 의원은 "지금까지 발언을 자제했다. 저 역시 민주당의 일원이기에 무거운 책임감을 함께 나눴고, 저를 피해자라고 말씀하는 상황이라 발언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당 대표의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당과 당사자의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제 생각을 밝히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시대착오적인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행위를 단절하기 위해 당사자의 신속하고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국민과 당원께 진솔하게 용서를 구하고 다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민주당은 한 발자국도 전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 지도부를 향해서는 "당은 온정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무너진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면서 "당을 혁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철저한 반성과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난 대선부터 지선에 이어 오늘까지 제대로 혁신하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의원총회 직후에는 국회에서 비(非)이재명계 의원들로 구성된 ‘민주당의 길’ 토론회가 열렸다. 민주당의길 의원들은 토론회를 통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떻게 당을 혁신해야 할지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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