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19일자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 대해 강한 비판과 우려의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20일 낮 서울 광화문광장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찾은 후 취재진과 만나 "어제 하루는 대통령의 말 몇 마디로 대한민국이 수천 냥의 빚을 진 날"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문제 얘기를 외신 기자들에게 굳이 직접적으로 그렇게 말해야 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군사 지원 문제를 직설적으로 언급해서 대러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동북아 평화 안정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적 지원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고, 외신은 이를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대서특필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러시아에 약 170여 개 진출해 있고, 동북아 평화와 한반도 안정에는 러시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러시아와의 관계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정책 판단은 물론 표현에 있어서도 더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중국과 대만 간의 문제는 쉽게 표현하거나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이 아니다"라며 "그런데 양안 문제를 직설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대중관계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서 대한민국 경제·안보에도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양안관계 등 중국 관련 사안은) 대한민국 국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한 전날 윤 대통령이 4.19 혁명 기념사에서 "혁명 열사가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한 데 대해서도 '대통령의 품격'을 문제 삼았다.
그는 "저는 대통령 공식 기념사에서 '사기꾼'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며 "그 말을 듣는 저를 포함한 현장의 많은 참가자, 우리 국민들께서 느끼셨을 자괴감이 참으로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옛말에 '말 한 마디에 천 냥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고, 우리가 자주 쓰는 말 중에 '외교적 언사'라는 말도 있다"며 "그만큼 외교는 말조심을 해야 한다. 누군들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그대로 내뱉고 싶지 않겠느냐만, 외교에서는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대표는 기자들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 관련 질문을 한 데 대해서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의미에 대해서는 "(보도사진전 개막식 참석차) 광화문에 오는 길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들렀다"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반드시 저희가 통과시키고 이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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