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브라질이 중립에서 벗어났다는 미국의 비판을 잠재우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룰라 대통령은 최근 중국 등을 방문하며 미국과 유럽이 전쟁을 "조장"하고 있다고 발언해 서방의 비난을 받았다.
<로이터> 통신,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 등을 보면 18일(현지시각)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에 방문한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과 오찬 뒤 연설을 통해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침해를 규탄한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분쟁에 대한 협상을 통한 정치적 해결을 옹호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브라질의 중립적 입장이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룰라 대통령이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연이어 비판한 뒤 나온 것이다. 앞서 룰라 대통령은 15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뒤 "미국은 전쟁을 조장하는 것을 멈추고 평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유럽연합(EU)도 평화를 위한 대화를 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6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유럽과 미국은 전쟁이 계속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전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나라가 내린 결정"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7일 룰라 대통령의 "미국과 유럽이 평화에 관심이 없거나 전쟁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주장"은 "잘못됐다"며 "브라질이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러시아와 중국의 선동을 앵무새처럼 흉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18일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 또한 브리핑에서 "충격을 받았다"며 브라질 쪽의 어조가 "중립적이지 않고 사실도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유럽연합(EU)도 반발했다. 피터 스타노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전쟁의 책임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쪽에 있다고 시사하는 룰라 대통령의 주장을 거부하고 EU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정당한 방어"를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브라질리아에 주재하는 한 유럽 대사가 룰라 대통령의 무기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러시아 편을 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고 덧붙였다.
브라질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거부하며 중립적 입장을 표방해 왔지만 지난주 룰라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이어 이번주 브라질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환대하며 서방의 의심스러운 시선에 직면했다.
17일 라브로프 장관은 마우루 비에이라 브라질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브라질의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의 기원에 대한 완벽한 이해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현지 언론을 인용해 이날 라브로프 장관이 룰라 대통령을 오는 6월 열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 초청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서한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룰라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독자적 중재 모색 시도는 중국의 입장과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브라질의 최근 러시아 및 중국과 관계 강화 행보는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AP> 통신은 전세계에서 대두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 중 하나인 브라질의 주요 대두 수출처는 중국이며 주요 비료 공급처는 러시아라는 점을 지적했다. 매체는 비에이라 장관이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남미 비료 공급의 4분의 1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라브로프 장관과 비료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논의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쪽은 서방의 비난을 일축했다. 비에이라 장관은 17일 커비 조정관의 비판에 대해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지만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18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러시아 침략의 본질과 진정한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룰라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방문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피해자와 침략자를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실제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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