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지형에 변화가 생겼다. 비(非)이재명계 이원욱 의원이 돌연 불출마 선언을 한 반면, 당초 후보군에 없었던 친(親)이재명계 박범계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로써 차기 원내대표 선거는 3명의 범(凡)친명계 후보(김두관·박범계·홍익표)와 1명의 비명계 후보(박광온) 간의 경쟁 구도로 재편됐다.
이 의원은 1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위기 앞에서 원내대표 도전을 멈추겠다"며 차기 원내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저는 지난 대선 이후 민주당이 강성 팬덤 정치에 갇혀선 안 된다고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해왔다. 소중한 결실 중의 하나가 '민주당의 길(민길)'이었다"며 "'민길'은 민주당이 균형 감각을 잃지 않도록 하는 좌표를 만들기 위한 여러 의원들의 노력의 성과였다"고 밝혔다.
이어 "후보 등록을 목전에 둔 이 시간,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가지가 있음을 다시 한번 판단하게 됐다"며 "오늘, 민주당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민심의 균형 잡힌 길을 갈 수 있도록 말을 남길 사람이 필요하다. 결론은 저의 원내대표 도전보다는 민길의 역할 강화와 소신 있는 목소리가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라면서 "민주당의 길이 열어가는 비전으로 민주당 총선 승리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비명계 후보는 박광온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박광온 의원으로서는 별도의 단일화 과정 없이 사실상 '비명 단일화' 효과를 누리게 된 셈이다.
반면 친명계 또는 범친명계에서는 김두관·홍익표 의원에 더해 이날 박범계 의원까지 출마 의사를 밝히며 표가 3분할될 상황에 놓였다.
박 의원은 이날 원내대표 후보 등록을 마친 뒤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검찰 독재의 올가미, 수렁에서 당을 건져 내야 한다"며 다소 전격적으로 출마의 변을 밝혔다.
박 의원은 "기척도 없이 갑자기 원내대표에 나서게 돼 미안하다. (다른 후보들은) 내가 아니어도 좋은 후보들, 좋은 역량과 자질을 가진 훌륭한 의원들"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비상한 시국"이라며 "민주당 내부의 문제가 윤석열 검찰 독재, 민주주의 침해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거라면 우리는 더 독하게 내부 개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금 민주당은 내부적으로는 혁신하고, 외부적으로는 윤석열 검찰 독재와 '맞짱'을 떠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맞짱을 뜨는 데 적절한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 후보는 이날 오후 4시까지 후보 등록을 마친 뒤 기호 추첨을 했다. 그 결과, 1번 홍익표 의원, 2번 김두관 의원, 3번 박범계 의원, 4번 박광온 의원으로 결정됐다.
안규백 의원, 윤관석 의원 등도 출마설이 돌았으나 최종적으로 4명만 접수하면서 선거는 4파전으로 짜여졌다.
추첨을 마친 후보들은 바로 선거 운동에 돌입해 오는 27일까지 진행한다. 선거일은 오는 28일로, 이날 각 후보는 정견 발표를 할 계획이다. 재적의원 과반수 득표로 당선자를 선출하되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 간 결선투표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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