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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못에 꽃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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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못에 꽃 피다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충북 괴산, 증평, 청주 지역 민간인 학살사건

우리의 현대사는 이념갈등으로 인한 국가폭력으로 격심하게 얼룩지고 왜곡되어왔습니다. 이러한 이념시대의 폐해를 청산하지 못하면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부작용 이상의 고통을 후대에 물려주게 될 것입니다. 굴곡진 역사를 직시하여 바로잡고 새로운 역사의 비전을 펼쳐 보이는 일, 그 중심에 민간인학살로 희생된 영령들의 이름을 호명하여 위령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름을 알아내어 부른다는 것은 그 이름을 존재하게 하는 일입니다. 시간 속에 묻혀 잊힐 위기에 처한 민간인학살 사건들을 하나하나 호명하여 기억하고 그 이름에 올바른 위상을 부여해야 합니다. <프레시안>에서는 시인들과 함께 이러한 의미가 담긴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연재를 진행합니다. (이 연재는 문화법인 목선재에서 후원합니다) 편집자

*모래못에 꽃 피다

民들레 꽃 피는 날에는 당신이 생각납니다

眞달래 꽃 지는 날에는 당신이 그립습니다

비 오시는 날에는 눈물이 나구요

눈 오시는 날에는 마음이 얼어붙습니다

73년 동안 따가운 햇살은 바쁘게 다녀가고

이 봄, 또 한 생명이 피고 지고 있습니다.

괴산, 증평, 청주에서 붙들려가

잘못도 없이 허망하게 학살된

엄니 아부지 오라버니 형님들의 피울음 서린

청주시 북이면 옥수리 옥녀봉 *옥녀봉 골아당에는

아직도 800위 선열들의 천둥 번개 소리 요란합니다

앞집에도 옆집에도 뒷집에도

해마다 7월이면 제사상 앞에서

깊은 탄식과 비통한 심경으로

검붉은 대지에 무릎 꿇고 간절히 비옵니다

집단총살 누명 벗지 못한 뼈저린 아픔과

하염없이 구천을 떠도는 800위 원혼들의

얼룩진 눈물 자국 거두게 하시고

속히 진실규명 밝히시어 억울한 넋을 달래소서

국가 공권력에 정당하게 맞서지 못한 피눈물과

재앙으로 이어진 그날의 아우성을 기억하게 하시고

눈감고 귀 닫고 입 막으며 살아낸 후손들의

상처를 보듬으며 오천년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무궁화꽃 오천만 송이 활짝 피우게 하옵소서

* 모래못 : 가) '사담'리의 옛 지명, 나) 2003년 위령비 제위 / 충북 괴산군 사리면 사담리 567-8번지

* 옥녀봉 : 가) 학살터 / 8천평 정도의 골짜기 밭, 나) 충북 청주시 북이면 옥수리 299-4번지 옥녀봉 골아당

▲ 1950년 7월 9일(음력 5월 24일) 충북 청주 괴산 지역 800여 명의 보도연맹원 민간인학살이 자행된 옥녀봉 골아당 계곡 8,000평 정도의 골짜기 밭. 유해매장 추정지로 함부로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공고문이 서 있다. ⓒ김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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