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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컵'에 물 증발하는데, 윤석열 정부 '제3자변제' 돈 지급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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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컵'에 물 증발하는데, 윤석열 정부 '제3자변제' 돈 지급 시작했다

제3자변제 거부 피해자들 "일본은 나머지 한쪽 뺨도 내놓으라고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추진된 '일제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해법'이 현재 착착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3자 변제의 주체인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사장 심규선)은 최근 강제동원 피해자 2명의 유족에게 배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피해자에겐 대법원이 판결한 배상금과 지난 5년간 일본 기업 측이 배상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지연된 이자까지 합해 약 2억 원가량이 각각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한 강제징용 피해자 15명 중 10명이 제 3자 변제를 통한 배상금 수령에 동의한 바 있다. 나머지 8명에 대해서도 배상금 산정 작업 등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주, 양금덕, 이춘식 피해 당사자와 피해자 유족 등 5명은 제3자 변제안에 반대했다.

재단과 외교부는 수령을 원하는 피해자 측으로부터 '판결과 관련한 금전을 한국 정부에게 대신 지급받는다'는 취지의 수령 신청서를 받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채권 소멸과는 무관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금덕 등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같은 소식이 알려진 후 성명을 내고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한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행안부 산하 재단을 꼭두각시로 내세워 국내 기업들로부터 뜯어낸 기부금을 재원으로, 소송 원고들에게 배상금에 해당하는 금전을 대신 지급하는 것"이라며 "법적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가 앞장서 피해자의 법적 권리를 짓밟고, 어렵게 쟁취한 사법 주권을 포기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시민모임은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한 일본제철·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들은 한국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며, 줄곧 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도 낯짝이 두껍지만, 일본 기업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데 한국 정부 재단이 나서서 책임을 왜 대신 지느냐"고 비판했다.

시민 모임은 "일본은 한일 정상회담이 끝난 지 며칠이나 됐다고 '강제동원 문제는 끝났으니 독도를 내놓을 차례'라며 설쳐 대고 있다. 반성은 고사하고 한쪽 뺨을 내줬으니 나머지 한쪽 뺨도 내놓으라는 것이 '성의'와 '호응'인가"라며 "윤석열 정권은 상식에 반하고, 법적으로도 허용될 수 없는 얼치기 제3자 변제 방식으로 강제동원 문제를 적당히 무마해 보려는 허튼수작을 당장 거둬야 한다"고 했다.

일본은 앞서 지난 3월 6일 한국 정부가 발표한 제3자 변제안과 16일 있었던 한일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 4월 11일에 발간한 정부 공식 외교청서에 조선인 강제 동원과 관련해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내용을 뺀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성과로 내세웠던 일본 총리의 발언조차 공식 외교청서에 실리지 않은 셈이다. 이 외교청서에는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유하고 있다는 주장이 실렸다.

한국 정부는 외교청서에 실린 독도 기술과 관련해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했으나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외교청서의 한국 관련 기술과 관련해서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문제 등에 대해 한국으로부터 항의가 있었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 박진 외교부 장관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대법원 배상 판결 이행과 관련해 피고인 일본 기업이 아닌 제3자가 변제하는 방식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물컵에 비유하면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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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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