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라는 물리적 공간의 한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지식은 얼마나 얄팍하며, 편견은 얼마나 두텁고, 인식은 얼마나 왜곡돼 있을까.
여행 콘텐츠의 붐이라고 할 만한 시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세계는 점점 '코로나 이전'을 꿈꾸고 있다. 여행에 목마른 사람들도 기지개를 켠다. 그러나 어디로 향하지? 그 곳에서 난 뭘 보고 뭘 겪을 수 있을까.
<굿바이보이 잘 지내지?>(임병식, 비바체)는 전 세계 100여 개국을 다니며 몸으로, 머리로 체득한 저자의 값진 기록이다. 단순히 즐기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여행 도중에 겪은 일, 만난 사람들과 함께 수많은 물리적, 심리적 장벽을 경험한 기록이기도 하다.
피가 피를 부르고 증오가 증오를 낳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제국주의 그늘에서 몸살 앓는 라틴아메리카, 강제 이주를 확인하는 중앙아시아, 그리고 이주노동자와 이주여성이란 창을 통해 저자는 '한국인'과 '세계인' 사이에 있는 우리 내면을 돌아본다. 저자는 모든 갈등 근저에는 "나만, 우리만 옳다"는 아집과 독선이 자리하고 있다며 아집과 독선이 내뿜는 독기를 고발한다.
"페루 마추피추에는 산길을 달리는 인디오 소년이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굿바이보이'라고 부릅니다. 10살 안팎 소년은 해발 2,400m 마추피추를 달리며 관광객들을 향해 목이 터지라 '굿바이'를 외칩니다. 소년이 사력을 다해 버스를 따라 산 아래까지 '굿바이'를 외치는 이유는 관광객들이 건네는 얼마 되지 않는 돈 때문입니다."
우린 굿바이보이가 그 돈을 온전히 가져가는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 가로채는지 알지 못한다. 인상 기행은 그렇게 끝나고 만다. 그러나 저자는 눈앞에 보이는 이 낯선 행위 속에서 수탈과 빈곤이 대물림되는 라틴아메리카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을 읽는다. 찬란했던 잉카, 아즈텍, 마야 문명은 16세기 스페인 제국주의에 의해 붕괴됐고다. 지금도 라틴아메리카는 강대국의 그늘, '부익부빈익빈'의 그늘 아래서 신음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극단적인 진영논리가 극성을 부리는 한국사회에서 저자는 균형감 있는 시선은 깊은 생각꺼리를 제공한다. 승자와 강대국, 기득권 중심 사고를 성찰함으로써 약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시선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끊임없이 출렁이는 한일 관계를 어떻게 바라봐야할 것인지 특별한 고민도 담았다. 내년(2024년)은 광복 80주년, 한일 외교정상화 60주년이다.
저자 임병식은 언론인으로 신문과 방송 매체에서 정치 평론가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비롯해 전북기자협회 '올해의 기자상' 등을 받았다. 지금은 서울시립대학교에서 '미디어와 정치사회' 저서로 <천 개의 길, 천 개의 꿈>, <전주천에 미라보다리를 놓자>, <국민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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