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제주 4.3 희생자 추념일인 3일 제주를 방문해 "여전히 4.3을 모독하는 행위가 이뤄지고 있어서 개탄스럽고 가슴 아프다"면서 "4.3의 완전한 치유를 이룰 때까지 마음으로 함께하겠다"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4.3 추념식에 불참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직전 대통령이었던 문 전 대통령은 제주에서 공개 행보를 하며 대조를 이뤘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4.3 평화공원을 개별적으로 방문해 참배한 후 기자들과 만나 "4.3의 완전한 치유야 말로 진정한 화해와 통합에 이르는 길"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4.3 영령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그 넋을 가슴 깊이 추도한다"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4.3 특별법 개정으로 특별 배상과 보상이 이뤄지는 가운데 처음으로 맞이하는 추념식이고 지난 3년간 코로나 위기 때문에 제대로 행사를 하기에 많은 제약이 있었는데, 오늘 그런 제약을 벗어나 많은 도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추념식이 된 것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재임 중에 적어도 2년에 한 번씩은 4.3 추념식에 직접 참석하겠다고 약속드린 바가 있었는데, 지난해에는 제가 임기 마지막 해이고 또 당시 (윤석열) 당선자께서 추념식에 참석했기 때문에 제가 제대로 참석하지 못했다"면서 "오늘 아주 뜻 깊은 추념식에 참석하게 되어 뜻 깊고 보람 있게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4.3 평화공원 방명록에도 "4.3의 완전한 치유가 진정한 화해와 통합의 길입니다"라고 썼다.
'오늘 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달리 말씀드리지 않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의 제주행은 4.3 희생자 유가족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문 전 대통령은 참배에 앞서 희생자 유가족 10명 내외와 식사를 나누며 위로를 전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제주 4.3을 앞두고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가슴 속에 오래오래 묻어두었다가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주는 듯한 이야기를 들으며 4.3의 상실과 아픔을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이념이 상처를 헤집지 말길 바란다"며 "4.3의 완전한 치유와 안식을 빈다"고 밝힌 바 있다. 4.3 북한 개입설을 주장하는 일부 여당 인사와 극우단체들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 열린 행안부 공식 추념식과는 시차를 두고 제주에 방문하면서, 일각에서 기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조우는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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