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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 훈련이 방어적? 북한 없애는 공세적 훈련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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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미 연합 훈련이 방어적? 북한 없애는 공세적 훈련으로 바뀌었다

[2023 평화통일시민강좌] ①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2023평화통일시민강좌'를 연재합니다.

2023 평화통일시민강좌는 한반도 평화체제, 한미동맹, 북한의 건축과 경제 및 기후위기 대응, 전쟁국가 미국, 미일동맹의 역사를 3월 18일부터 11월 18일까지 신촌에서 진행됩니다.

아래는 지난 3월 18일 '위기의 한반도, 한미연합훈련을 어떻게 볼 것인가'주제로 평화네트워크 및 한겨레 평화연구소장인 정욱식 대표가 진행한 강연의 주요 내용입니다.

팀스피리트 훈련과 북한의 준전시상태 돌입

한미연합훈련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 1955년부터 당시 작전통제권을 가지고 있던 유엔사령부 주관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1978년 한미연합사가 창설되고 작전통제권이 형식적으로 유엔사에서 한미연합사로 넘어간 이후 한미연합군사훈련은 한미연합사령부가 주관하게 됩니다.

역사적으로 복기해 보면 가장 주목할만한 훈련은 팀스피리트 훈련입니다. 이 훈련은 1976년부터 1993년까지 실시되었습니다. 1975년 유럽에서는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와 바르샤바 조약기구(WTO) 사이에 헬싱키 프로세스를 통해 군비통제와 군축, 군사적 신뢰에 관한 합의가 체결되었습니다. 여기서 군사훈련의 상한선을 정했습니다. 군사훈련에 동원되는 병력과 전투기, 헬기 등의 규모에 제한을 두었습니다.

유럽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이 힘들어진 미국은 한반도로 와서 '팀스피리트'라고 하는 군사훈련을 하기로 합니다. 이 훈련은 규모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주일미군과 괌, 그리고 미국 본토에서도 미국 병력이 참가하여 한국군을 포함해 30만 명 안팎의 병력이 동원되었습니다. 여기에 핵추진 항공모함과 잠수함, 구축함, 전략 폭격기 등 미국이 가지고 있는 가용 자산들이 총동원되었습니다.

팀스피리트 훈련이 시작되면 북한은 사실상의 전시체제로 돌입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한미연합훈련에 동원된 무력이 불시에 밀고 올라오면 바로 끝입니다. 북한은 팀스피리트 훈련을 할 때마다 히스테리 반응을 보이고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호소가 전혀 먹히지 않으니 1990년대에 북한은 중대 결심을 합니다. 바로 '북핵문제'가 시작된 것입니다. 팀스피리트 훈련으로 상당한 위협을 느낀 북한은 세계 최강 미국을 상대하려면 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미국 정보기관이 북한이 몰래 핵무기를 만드는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북핵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평화통일시민행동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과 제네바합의

이때 미국의 반응은 두 가지였습니다. 강경파들은 북한이 핵을 가지기 전에 영변 핵시설을 파괴하여 북한의 핵무장 능력을 애초에 제거해 버리자고 했습니다. 또 하나의 목소리는 냉전도 끝났는데 이렇게 큰 규모의 군사훈련이 필요 없으니 오히려 미국이 자제하여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고 대신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도록 외교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1992년 1월 노태우 정부와 아버지 부시 정부가 청와대에서 만나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을 발표합니다. 이 발표전에 미국은 북한에 팀스피리트 중단 입장을 통보했습니다. 그리하여 한미 발표가 있자마자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가입하겠다고 발표합니다. 그 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과 남북기본합의서도 공식적으로 발효되었습니다. 1992년의 한반도는 괜찮은 분위기로 흘러갔습니다.

하지만 1992년은 공교롭게도 한미 모두 대선을 치르는 해였습니다. 대선이 임박했던 1992년 10월 한미 국방장관이 기자단을 통해 느닷없이 팀스피리트 훈련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합니다. 1993년 2월 결국 팀스피리트 훈련은 재개되었고 북한은 그 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을 합니다. 이것이 정확히 30년 전입니다.

북한의 NPT 탈퇴는 공개적으로 핵무기 보유를 시도하겠다는 표현으로 간주하였습니다. 돌이켜 보면 지금 북핵문제 때문에 야단법석을 치는데 그때 만약 한미가 팀스피리트를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면 이후 한반도 정세는 어땠을까요? 안타깝고 화가 나는 역사의 장면 중의 하나입니다.

1993년 하반기부터 북미회담이 재개되고 1994년 초에는 팀스피리트 훈련을 안 했습니다. 미국은 클린턴 정부로 바뀌고 한국은 김영삼 정부로 바뀐 상황이었습니다. 팀스피리트가 중단되면서 1994년 10월 제네바합의가 나왔습니다.

한미연합훈련과 북핵문제의 악연을 생각해보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면 한반도 정세에 훈풍이 불었고 재개를 하면 전쟁위기까지 치닫게 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94년 이후 팀스피리트 훈련이 공식적으로 없어지고 그 훈련 이름이 연합전시증원훈련(RSOI)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실시되었습니다. 더불어 한미연합 지휘소 훈련인 키리졸브 훈련,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 훈련이 매년 봄에 대규모로 실시되었습니다.

그리고 8월이나 9월에는 한국의 을지훈련과 한미연합훈련이었던 '포커스 렌즈' 훈련을 합쳐 '을지포커스렌즈'라는 이름으로 연합훈련이 실시되었습니다.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은 2009년 '을지프리덤가디언'이란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오바마의 대중국포위전략과 한미일군사협력의 시작

한반도 정세에서 굉장히 중요한 타이밍이 2009년이었습니다. 아들 부시 행정부는 2002년 국정연설을 통해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선제공격의 대상으로 올려놓았습니다. 올해가 이라크전쟁 20년이 되는 해인데요, 그때 당시를 생각해보면 살벌한 분위기였습니다.

2003년 제국의 꿈을 안고 시작한 이라크전쟁은 제국의 수렁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자 도널드 럼스펠드처럼 이 전쟁을 주도했던 이른바 네오콘들이 경질됩니다. 그런데 이 네오콘들은 대북 강경정책도 주도했던 사람들입니다. 북한과의 협상을 반대했던 네오콘들이 이라크전쟁의 여파로 줄줄이 쫓겨나고 크리스토퍼 힐이나 콘돌리자 라이스가 기지개를 켜면서 북미대화가 시작됩니다. 이런 움직임이 6자회담과 선순환을 만들며 의미 있는 성과들이 만들어지다 2008년 청와대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시작된 것이죠.

2008년 8월, 김정일 위원장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접한 청와대는 드디어 그날이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곧 망하리라 생각했습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다'라고 했습니다.

2009년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가 시작됩니다.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는 부시 행정부 말기의 북미대화의 성과를 계승하여 북한과 담판을 짓자는 대북협상파들도 있었지만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들을 규합해야 한다는 세력들도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한미일군사협력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북한이 계속 말썽을 부려야 할 상황이 필요했습니다. 지금 대북압박을 명분으로 한 한미일 군사협력의 강화는 2009년의 재현입니다.

북한의 결심, '결정적 한 방을 가져야 한다'

와병에 있던 김정일 위원장이 회복하여 새로 시작하는 오바마 행정부에 유엔사 장성급 회담을 통해 3월 예정되어있는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의 실시 여부를 미국 대북정책의 풍향계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전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은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훈련이기 때문에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때 '작전계획 5029'의 내용으로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한미연합군을 투입하여 북한을 점령한다는 시나리오가 공공연히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급변사태의 범주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도 있었습니다.

북한은 외부에서 볼 때 1인 독재정권이고 그 독재정권 아래에서 많은 주민이 고통받고 있는데 그 독재자가 죽으면 민중봉기가 일어나고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 예상되므로 한미연합군이 북한에 들어가 안정화하고 점령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핵보유와 관련하여 두 가지 생각이 있었습니다. 세계 최강의 미국을 상대하려면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과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핵보유로 인해 계속해서 제재를 받고 안보 딜레마를 초래하니 핵을 카드로 해서 미국과 담판을 짓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마도 제 생각으로는 2009년 한미의 노골적인 흡수통일론을 보면서 북한은 저런 시도를 막으려면 결정적 한 방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졌을 것 같습니다. 2011년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외교전문을 보면 2009년 이명박 정부는 미국 관계자들에게 북한은 5년 이내에 망하니 협상은 부질없고 붕괴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한미동맹으로 북한지역에 대한 안정화 작전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통일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이명박 정부를 보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은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일본은 결코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바라지 않을 테고 한국이 강해지면 일본이 불안해 할 수 있으니 한일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이명박 정부에게 요구했고 이명박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2009년부터 사실상 처음으로 한미일 군사훈련이 실시되고 일본의 함정이 해방 이후 처음으로 부산항에 입항했습니다. 미일훈련에 한국군이 참관하고 지소미아 논의도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은 이명박 정부의 '통일몽'을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2009년 4월, 북한은 인공위성이라 주장하고 한미일은 인공위성의 탈을 쓴 탄도미사일이라 주장하는 것이 발사되었습니다. 이때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국은 미사일방어체계(MD)를 고리로 삼아 사실상의 삼자군사동맹을 추진할 좋은 기회가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되니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보자는 목소리가 확 줄어듭니다.

2018년 봄, 판문점선언과 맥스선더(Max Thunder)

2017년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막말을 주고받으며 한반도 위기가 굉장히 고조되었습니다. 이때 한국은 박근혜 정권이 탄핵되고 조기대선으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습니다.

돌이켜 보면 첫 단추를 잘못 끼웠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북한이 여러 차례 미사일 발사를 하면서도 메시지를 보냅니다. 북한은 자신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과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동시에 하자는 이른바 '쌍중단'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비행기 안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불법이고 한미연합훈련은 합법적인 방어훈련이므로 이것을 같이 중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쌍중단 요구를 일축했습니다.

그러다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이하게 됩니다. 올림픽 기간에는 유엔에서 휴전결의를 채택하여 대규모 군사훈련을 안 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었습니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8년 2월 말부터 실시될 예정인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을 평창 올림픽 이후로 연기하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이 발언이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북미대화, 남북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2018년 3월 정의용 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대북 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와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여 실시하는 것을 양해한다"라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양해한다는 것에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5월 16일 고위급 회담이 예정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5월 초순 한미연합공중훈련 '맥스선더'가 실시되었습니다. F-22 스텔스 전투기를 포함하여 한미 전투기 100대가 동원되는 대규모 군사훈련이었습니다. 북한은 4.27 판문점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자신을 상대로 적대행위를 한다면서 고위급 회담을 취소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언론에서는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양해한다고 해놓고 이렇게 뒤통수를 치냐며 문재인 정권이 북한의 '위장평화'에 속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3월 정의용 실장이 특사로 평양에 방문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 양해 발언 뒤에 한 가지 더 붙인 말이 있었습니다. '한반도 정세가 호전되면 한미연합훈련도 조정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언론은 이 말은 잘라먹고 앞에 '양해' 발언만 보도하면서 국민은 김정은 위원장을 변덕쟁이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에서 악수한 뒤 남측으로 내려오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한반도 평화시계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 2019년 여름

하지만 곧 싱가포르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생겼습니다. 북미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워게임(War Game)'으로 칭하며 북한과 협상 중이기도 하고, 도발적이며 돈도 많이 드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1994년 봄 이후 처음으로 그해 8월 전구(戰區)급 연합훈련이 실제로 중단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미국의 주류들이 트럼프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근래 역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을 뽑으라고 하면 2019년 여름을 꼽습니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한반도 정세가 악화되기 시작했지만, 남북‧북미대화 파탄의 결정적 계기는 2019년 여름에 벌어진 일들이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 있었던 관리들의 회고록이 출판되고 작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전문이 공개되면서 당시의 상황들을 재구성해 볼 수 있었습니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이 번개미팅을 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약속하고 북은 북미실무회담에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7월 중순부터 한미연합훈련을 지휘소 훈련 중심으로 실시할 것 같다는 뉴스들이 보도되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7월 25일 이른바 '권언'이라는 것을 발표합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 만나서는 평화의 악수를 나누고 돌아서서는 첨단무기를 도입하고 외세와 연합훈련을 하는 이런 이상한 이중적 행태들을 중단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8월 초에 국방부에서 8월 10일부터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합니다. 이 발표를 듣고 김정은 위원장이 펜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문의 편지를 씁니다. 그 편지에는 '바보'라는 표현이 두 번 나옵니다. 첫 번째는 문재인 정부를 '바보'로 칭합니다. 우리가 만나서 부전의 맹세를 하고 단계적 군축을 약속했는데 남조선은 바보처럼 또 연합훈련을 하느냐고 합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과 비아냥이 담겨 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를 주기만 하고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바보 취급하지 말라'고 합니다.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북미회담 프로세스가 시작되면서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 중단을 발표하고 지켰습니다. 또한 북한에 억류했던 미국인도 돌려보내고 한국전쟁 당시의 미군 유해도 수습해서 돌려주었습니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 덕분에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노벨평화상은 자기 같은 사람에게 줘야하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아무것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때가 결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한미는 북한이 핵만 내려놓으면 다 해줄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핵포기에 비하면 연합훈련 일시 중단은 큰 양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한미연합훈련을 안한다고 해서 한미연합태세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합훈련 같은 크지도 않은 사안을, 더구나 미국 대통령이 안 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그 약속의 잉크도 마르기도 전에 재개하는 것을 보며 미국을 어떻게 믿겠냐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진보적인 대통령이라 여겨지는 문재인 정부가 저렇게 나오는데 어떻게 믿겠냐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8월 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방중기계획이 발표되었습니다. 앞으로 5년 동안 290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서 대규모 군비증강에 나서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반일여론이 후끈후끈 달아오르던 2019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남북한이 힘을 합쳐 일본을 따라잡아 보자는 취지의 연설을 했습니다. 다음날 북한의 조평통은 '삶은 소대가리 앙천대소할 노릇이다. 이제 더 이상 남조선을 상종하지 않겠다'라고 했습니다. 그때의 북한의 기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때 북한은 미국에 8월 말에 실무회담을 하자고 통보했었습니다. 만약 그때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않았다면, 그 회담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이후 상황은 굉장히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9월에 북한과의 협상 불가론의 확신범 존 볼턴 안보보좌관이 경질됩니다. 존 볼턴은 북미회담 프로세스가 결렬되게 만드는 1등 장본인이었습니다.

▲ 2019년 3월 1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최선희 부상이 북한 협상 대표단의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작권 반환 명분으로 한미연합훈련 강행한 문재인 정부

2019년 여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안하겠다고 했으므로 하노이 노딜의 충격을 딛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되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그렇다면 그때 군사훈련은 왜 실시되었을까요? 당시 문재인 정부는 연합군사훈련을 안 하고 싶었는데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압박을 받고 훈련을 재개한 것이 아니냐고 많은 사람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연합훈련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 쪽에서 하자고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바로 전시작전권반환 때문이었습니다. 전작권반환을 위해서는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한국군의 작전 수행 능력을 검증받아야 했습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의 관계자들을 만나서 8월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면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에 북한과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 이야기했지만 당시 민주당 관계자들은 우리가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해서 실시하면 북한이 반발이야 하겠지만 지금 북한이 워낙 다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넘어갈 것이란 인식이 굉장히 강했습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땠을까요? 존 볼턴의 회고록을 보면 2019년 7월 23일 존 볼턴이 방한하여 청와대에서 정의용 안보실장을 만납니다. 이때 존 볼턴이 한미연합훈련 이야기를 꺼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이야기를 꺼내니, 정의용 실장이 청와대는 축소해서 실시하는 방향이었으면 한다는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그래서 한미간에 연합훈련을 축소해서 실시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지시를 어겼으니 트럼프 대통령에게 혼날 생각을 하고 보고하니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야기는 흘려버리고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은 얼마나 낼 것인지를 물었다고 합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아닌 방위비 분담금으로 옮겨간 것입니다.

역대 대통령 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가장 많이 했습니다. 1972년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래로 2018년에만 세 번 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 12월을 끝으로 남북 간 공식 회담은 계속 중단되었습니다. 역대 최장기간입니다. 4.27 판문점선언이나 9월 평양공동성명을 보면 지켜진 것이 없습니다. 단계적 군축을 약속해놓고 역대급 군비증강을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상대해 보고 진보적 대통령이라 불리는 문재인 정부도 상대해봤지만 다 부질없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작년 대선 즈음에 북한이 굉장히 많은 미사일을 쏘자 많은 사람이 북한은 그래도 민주당 당선을 원할 텐데 왜 저렇게 민주당에 불리한 행동을 할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봤을 때 북한은 남쪽에 대한 관심을 끈 겁니다.

규모도 커지고 더욱 공격적이 된 한미연합군사훈련

윤석열 정부는 한미연합훈련 정상화라는 표현을 씁니다. 문재인 정부 때 훈련이 많이 축소된 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중심의 지휘소 훈련도 전면전을 상정한 전구(戰區)급으로 진행하게 되면 보통 2만 명이 동원됩니다. 단연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지휘소 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중심으로 가고 야외기동훈련은 연대급이나 사단급에서 대대급으로 축소하여 실시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두고 비정상이라 이야기하며 과거의 연대급 규모의 실기동 훈련을 사단급으로 규모를 키워 세계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을 되찾았습니다. 또한 성격도 굉장히 공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전통적인 한미연합훈련은 주로 방어 위주의 훈련이었습니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미국이 작전계획 5027을 개정하면서 유사시 전쟁이 나면 북한을 무력으로 통일하는 반격작전이 들어갔습니다. 방어가 1단계이고 반격이 2단계가 됐습니다.

2단계 반격은 북한으로 들어가 군사적으로 점령하고 안정화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전쟁이 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없애버리겠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한미연합훈련이 방어적 훈련이라고만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또 선제공격이 작전 내용에 포함됐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징후가 포착되면 F-35A를 동원하여 선제공격하는 군사연습을 합니다. 또한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훈련인 참수작전도 포함되었습니다. 참수작전은 박근혜 정부 때 많이 거론되었지만 참수작전을 담당하는 특수부대는 문재인 정부 때 창설되었고 전력화도 굉장히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실시되는 '티크 나이프(Teak Knife)'가 이 참수작전의 일환입니다. 최정예 특수부대를 북한 지휘부에 침투시켜 지휘부를 마비시키거나 제거하는 훈련입니다. 핵무기 발사 명령권자를 제거하여 우리를 안전하게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참수작전 개념은 미소 냉전 시기에 처음 나왔습니다.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핵전쟁 위기가 높아지니 백악관이나 크렘린에서 핵공격 명령권자를 제거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그랬더니 미소 양쪽에서 'Dead Hand' 개념이 나옵니다. 핵공격 명령권자가 사라지면 자동으로 핵미사일이 날아가게끔 시스템화했습니다.

미소 양국은 이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알고 핵전쟁 예방을 위해 여러 가지 협상을 하면서 유사시에도 보스는 건드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보스의 생사가 확인되어야 하니 보스의 전화도 건드리지 말자는 약속을 합니다. 보스가 없다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2022년 9월, 핵정책을 법제화했습니다. 거기에는 자신들의 지도자가 제거되면 사전 위임에 따라 자동으로 핵보복을 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이를 법제화하여 공표했습니다. 북한식의 대비입니다.

언론에서 북한을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라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핵정책 관련하여 세계에서 가장 투명한 나라가 북한입니다. 핵 사용조건을 일일이 다 열거하면서 그것을 법으로 만들고 세계에 공표한 나라는 북한이 유일합니다.

북한은 왜 공표를 했겠습니까? 제발 그런 조건을 만들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은 이것을 다 무시하고 선제공격이나 참수작전 등 핵무기가 사용될 수 있는 조건을 훈련하는 것입니다.

영국군의 연합훈련 참가와 유엔사 활성화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영국의 최정예 해병대가 한미연합훈련의 상륙훈련에 참가한다는 것입니다. 호주는 참관단을 파견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영국은 유엔군사령부 전력 제공국 가운데 하나입니다. 과거에 참관단을 보내는 경우는 종종 있었는데 전투병력을 보내 훈련하는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영국군의 훈련 참가는 유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1년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의 미 의회 청문회에서는 중국과 대만이 제일 많이 거론되었습니다. 한 의원이 대만에서 전쟁이 터지면 주한미군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묻자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은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 사령부 산하 예하부대다"라고 답했습니다. 즉,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작전에 주한미군이 참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고 대만에서 사태가 발생하면 주한미군도 개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 의회가 다시 폴 러캐머라 사령관한테 "그 기회를 틈타 북한군이 도발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자, 사령관은 "한국군의 전력이 굉장히 우수해졌기 때문에 한국군이 대응할 것이다, 또 유엔사가 대응할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즉 만약에 대만에 유사 상황이 발생하여 주한미군의 핵심전력이 대만으로 이동하면 그 공백을 유엔사를 활성화해서 메꾸겠다는 것입니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일본에 있습니다. 얼마 전 일본과 영국이 서로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군대 파병을 원활하게 하는 '원활화협정'을 체결했습니다.

강대강 대결과 긴장의 확대

과거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하면 성명으로 비난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9월부터는 행동대 행동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서로 근력 자랑하는 상황에서 한반도는 어디서 스파크 한번 잘못 튀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프리덤쉴드 훈련 시작 전날 전략 순항미사일 발사를 했습니다. 탄도미사일은 수직으로 발사하여 하강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이를 막는다고 사드를 비롯한 MD가 나왔습니다. 순항미사일은 속도는 느리지만, 레이더 탐지 범위 밑으로 날아가 탐지가 어렵습니다.

북한은 이번에 순항미사일을 잠수함에서 발사했습니다. 또 16일에는 ICBM도 발사했습니다. 과거에는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기간에는 자제했는데 작년 9월부터는 맞대응합니다. 그러면 한미는 더욱 한미훈련을 강화하고 그러면 북한도 더욱 강한 대응을 합니다. 이런 식으로 긴장이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군대가 있으면 훈련을 해야 하고, 한미가 연합방위체계를 가지고 있으니 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군사훈련의 목적은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입니다. 그러데 군사훈련을 하면 할수록 안보가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군사훈련도, 무기보유도 정도껏 해야 합니다. 한미동맹이 훨씬 압도적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공세적인 대규모 군사훈련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 지난 6일 한반도 서해 상공에서 한국측 F-15K 및 KF-16 전투기와 미국측 B-52H 전략폭격기가 참여한 가운데 한미 공군이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연합공중훈련이 내뿜는 어마어마한 탄소 배출량

전략폭격기가 괌에서 출격하여 한반도로 오는 데 1시간 걸립니다. 그런데 이 1시간 동안 사용하는 연료량은 자동차 한 대가 7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입니다. 2021년 11월에 영국 글래스고에서 기후정상회의가 있었습니다.

이때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한의 산림협력으로 기후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한국에서는 비질런트 에이스라는 한미연합공중훈련이 실시되고 있었습니다. 5일 동안 비질런트 에이스로 배출되는 탄소량은 30년 생 소나무 45만 그루를 심어야 상쇄될 수 있습니다. 한반도 상공을 떠다니는 최첨단 전투기들이 내뿜는 매연 속에 과연 우리 안보가 얼마나 튼튼해지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많은 전쟁이 있었지만 그 나라를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전쟁은 없습니다. 이라크전쟁도 후세인정권을 제거하고 친미정권을 세우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나 한미연합훈련은 전쟁이 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를 없애버리겠다는 것입니다.

북핵문제와 한미훈련의 지난 3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한미동맹이 약속을 지켰으면 북핵문제는 진전되었을 가능성이 꽤 큽니다. 또한 2019년 여름에도 미국 대통령이 거듭 약속을 했지만 그 약속을 스스로 깬 겁니다. 그럼 결자해지 차원에서 적어도 전면전을 상정한 군사훈련 유예 선언을 하고 북한에 대화를 제의해야 합니다. 그러면 북한도 거부하기 힘들 것입니다.

한반도는 미군에게 가장 실전에 가까운 군사훈련을 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순환 배치되는 주한미군은 이곳에서 실전에 가까운 군사훈련을 하고 다른 지역으로 갑니다. 한반도는 주한미군에게 일종의 전지 훈련장입니다. 때문에 주한미군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은 군에 대한 문민 통제입니다. 선출된 지도자들이 정치적인 목표를 가지고 군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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