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적인 필요를 지닌 노인이 (병원에서) 집으로 퇴원할 때와 그 이후 과정은 여러 돌봄 팀 사이의 광범위한 조정을 동반한 다양한 활동을 필요로 한다.'
노인의 필요에 대한 이 설명은 교과서적으로 타당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꿈같은 이야기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순간부터 이후의 질병관리와, 필요한 서비스를 알아보고 신청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 된다. 병원의 역할은 환자가 병원 안에 있는 동안으로 국한되며 퇴원과 동시에 종료된다.
그러나 급성기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할 때, 특히 고령의 환자일수록 금방 입원 전의 컨디션과 기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반영하는 한 가지 지표는 퇴원 후 1개월 이내 계획되지 않은 재입원율이다. 2017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6.1%였으며, 강원도 60세 이상 환자에서는 14%였다(강원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 2020). 재입원에 이르지 않았어도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이 악화된 사례는 더 많았을 것이다. 공간이 바뀌면 환자를 돌보는 사람, 가용한 자원도 바뀌지만, 환자 돌봄에 필요한 상태 평가, 치료 내용, 사후 관리 등에 대한 정보가 누락되기 쉽다. 퇴원 전후, 환자의 상태에 맞추어 연속적으로 건강을 돌보는 것을 '전환기 관리(transitional care)'라고 하며, 통합적 퇴원 케어플랜(돌봄계획)을 통해 전환기에 발생 가능한 부정적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는 많은 근거가 축적되어 있다.
글을 시작한 첫 문장은 오늘 소개할 <BMC 노년의학회지>에 실린 연구의 첫 문장을 가져온 것이다. 연구진은 북유럽 2개 지역(덴마크 코펜하겐, 스웨덴 스톡홀름)의 노인 전환기 관리 체계에서 보건의료 실무자의 경험에 기초해 촉진요인과 장애요인을 분석했다.(☞ 바로 가기 : 복합필요를 가진 퇴원노인의 돌봄 조정 촉진요인과 장애요인에 대한 보건의료전문가의 인식) 두 나라 모두 보건의료와 사회복지가 조세에 기반한 보편서비스로 제공되며, 지역(지방자치단체)이 그 책임을 지는 분권화된 체계를 가지고 있다. 맥락이 많이 다르지만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추진하는 한국에서도 주의 깊게 살펴볼만 하다.
코펜하겐은 지역이 치료, 예방, 퇴원, 재활 서비스의 계약과 조직화를 담당하며 병원, 지역, 1차의료 의료진 사이의 정보가 전산을 통해 공유된다.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면 거주지의 필요평가 간호사에게 입원 정보가 자동으로 전달되며, 병원은 지역으로 퇴원 케어플랜을 보내야 한다. 지역의 필요평가 간호사는 병원의 퇴원 케어플랜을 받아 환자의 퇴원 후 필요한 재택 케어플랜을 계획해 추진한다.
스톡홀름은 1차의료 클리닉이 재택의료와 서비스를 감독하며 소속된 지역 간호사가 환자의 재택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의 책임을 맡는다. 2018년에 병원 퇴원 관리에 대한 새로운 법이 도입되어, 병원 의료진은 퇴원 후 추가적인 보건의료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환자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퇴원 후 돌봄을 책임지는 1차의료 클리닉에 공유해야 한다. 1차의료 클리닉은 환자가 집에서 계속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가정 방문 간호사를 배정하고 필요시 환자의 집에서 사회복지사를 연계하여 케어플랜 회의를 주최한다. 사회복지사를 포함한 케어플랜 회의는 퇴원 전 병원에서 진행되기도 한다.
연구진은 2018년 말에서 2019년 초 사이에 코펜하겐에서 11명, 스톡홀름에서 16명의 전환기 관리 간호사를 인터뷰했다. 이들은 각기 병원, 지역, 1차의료 클리닉, 가정에서 환자의 퇴원 후 돌봄을 담당하는 실무자였다.
환자의 안전한 퇴원과 회복을 담당하는 간호사들의 경험에서 연구진은 전환기 관리를 원활하게 하거나 어렵게 만드는 큰 범주로 (1) 참여자 간 소통방식, (2) 조직구조(규정과 가이드라인), (3) (시스템을 넘어서는) 보완적 업무가 관련된다는 것을 도출해냈다.
먼저 '참여자 간 소통방식'과 관련하여 두 지역 모두 전산을 통해 병원-지역-1차의료 클리닉 사이에 환자 정보를 공유하나 일부 차이가 있었다. 코펜하겐은 환자의 케어플랜만 중심으로 병원이 지역에 정보를 제공하는 일방적 체계라는 점에서 진정한 상호소통이 어려운 반면, 스톡홀름은 지역과 1차의료기관에서 모두 환자의 의무기록 전반에 접근 가능하기도 하며, 채팅 기능이 있어 서로 소통이 가능했다. 그 결과 코펜하겐의 지역 간호사는 병원에서 보내는 정보가 불충분함을 자주 느끼고 병원에 전화를 해야 하며 잘 연락이 되지 않음을 호소했다.
다음으로 조직구조는 '누가 어떤 책임을 가지는지'와 관련되는데, 스웨덴의 경우 특히 새 법이 제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참여자 간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두 지역 모두, 참여자 간 협력과 조정 사이에 여전히 회색지대가 존재하여 재택 보건의료와 재택 돌봄 서비스 사이에 책임이 불분명한 부분이 있으며, 퇴원절차의 조정과 책임이 병원에 있는지, 지역의 1차의료 담당자에게 있는지 혼란스러워하기도 했다.
"병원에서 종종 기존 약물이 중단되는 일이 생겨도 지역(1차의료 클리닉)에서는 그 이유를 알 수 없고 클리닉의 의사조차 이를 발견하거나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결국 담당 가정 간호사가 병원에 전화해서 이유를 물어봐야 하는 일이 빈번하게 생겨요. 약물 처방의 책임은 의사에게 있는데도 말이죠."(코펜하겐, 지역 간호사)
마지막으로 '보완적 업무'는 앞에서 언급된 소통의 한계와 회색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실무자의 추가적인 노력에 대한 것이다. 서로 다른 조직의 실무자가 어떤 정보까지 알 수 있고 어떤 서비스까지를 제공할 수 있는지, 어떤 한계가 있는지 아는 것은 협력과 조정을 더 잘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또한 규정이나 가이드라인만으로는 환자의 필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 느낄 때, 환자에 대한 책임감으로 지침 외의 연락이나 회의에 참석해 추가 설명을 하는 등 별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응답했다.
한국에서는 급성기 병원에서 퇴원할 때 완전히 입원 전 상태로 회복하지 못한 환자를 집에서 어떻게 회복시키고 돌볼 수 있을지에 대한 책임까지는 병원에 기대하지 않는다.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 속 환자와 보호자가 기대하는 '좋은 의료'에 이런 부분까지는 언감생심 포함되지도 않을 것이다.
치료만이라도 믿을만한 곳을 찾고 싶은 '소박한' 기대. 2017년부터 시작한 환자경험평가에도 아직 퇴원관리에 관한 문항은 없다. 사실 2019년부터 전국에 지정되기 시작한 권역·지역책임의료기관(2023년에 권역 16개소, 지역 42개소)은 이미 '퇴원환자 지역사회 연계사업'을 운영 중이다. 자원의 한계로 책임의료기관 중에서도 일부 상병에 국한되다보니, 아직 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인식에 다다를 정도의 규모에는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국 각지 의료기관과 지역 현장에서 실무자들은 연구에서 탐색한 것과 유사한 참여자 간 소통과 책임의 혼란 속에 놓여있다. 아직 일반화되지 않은 체계이기에 수행해야 하는 보완적 업무의 정도는 더 클 것이다. '좋은 의료'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요구도 병원 문 밖 한 발짝 너머로 어서 확장되기를 기대해본다.
*서지 정보
- Agerholm, J., Jensen, N. K., & Liljas, A. (2023). Healthcare professionals' perception of barriers and facilitators for care coordination of older adults with complex care needs being discharged from hospital: A qualitative comparative study of two Nordic capitals. BMC geriatrics, 23(1), 1-12.
- 강원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 (2020). 강원도 노인환자 재입원 현황 파악 및 개선방안 수립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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