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악화의 원인으로 화석연료가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손해보험사에 석유, 천연가스 관련 보험인수심사(이하 언더라이팅Underwriting)와 투자 정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국내 손해보험사의 언더라이팅·투자 정책을 분석한 결과, 각 보험사의 화석연료 정책은 '석탄'에 집중되어 있고 석유 및 천연가스의 위험성은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국 스코어카드'(<Insuring Our Future Korea Scorecard 2022>)를 발간했다.
보고서 설문에 응답한 9개 보험사 가운데 삼성화재를 제외한 8개의 보험사가 석유 및 천연가스 언더라이팅 정책을 수립하지 않았으며, 석유 및 천연가스 관련 투자 제한 정책을 수립한 보험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 천연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 언더라이팅 정책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에 1.5점, 투자 정책 1.7점으로, 알리안츠(Allianz), 악사(AXA), 스위스 리(Swiss Re) 등이 포함된 글로벌 Top10 손해보험사의 언더라이팅 4.1점/투자 3.9점과 차이를 보였다.
2022년 6월 말 기준 9개 보험사의 총 화석연료 금융지원 규모는 약 105조 원이었다. 그 가운데 석탄 관련 부보 잔액은 38.1조 원, 투자 잔액은 6.6조 원이었으며, 석유 및 천연가스 관련 부보 잔액은 56.8조 원, 투자 잔액은 3.1조 원이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발간한 '스코어카드' <Insuring Our Future Korea Scorecard 2022>는 'Insure Our Future Global Scorecard'와 동일한 문항과 평가 방법론이 적용된 한국판 스코어카드(Scorecard)다. '글로벌 스코어카드'는 기후 위기 상황에서 보험 산업의 역할을 알리기 위한 글로벌 캠페인 '인슈어 아워 퓨쳐(Insure Our Future)'에서 매년 발간하는 보고서다. 전 세계 30개 주요 손해보험사와 재보험사를 대상으로 석탄, 석유 및 천연가스에 대한 언더라이팅 및 투자 정책을 평가하고 이를 점수화 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보험사들에게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기 위해 새로운 화석 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보험 지원을 중단하고 기존 석탄, 석유 및 천연가스 운영에 대한 지원을 1.5℃ 기후 목표에 따라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보고서를 통해 보험산업은 기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언더라이팅·투자 대상 기업의 화석연료 관련 매출 비중, 설비, 생산량 등을 지표로 배제 또는 유의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석유 및 천연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 자산의 출구 전략(Phase-out: 단계적 축소)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화석연료 대체제인 신재생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변환점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양춘승 상임이사는 "이번 보고서 발간을 기점으로 국내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인게이지먼트를 계획하고 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보험산업의 역할을 금융당국, 민간 금융기관과 함께 공유하여 보험산업의 변화가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기후변화 리스크를 경감시키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체제 전환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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