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 최대 노동 시간 연장을 골자로 한 정부의 노동 시간 개편안을 두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외신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한국에서도 이를 두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목했다.
22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NBC> 방송은 '주 69시간 근무? 한국 젊은이들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1주) 최대 근로시간을 늘리려는 정부의 제안이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나라 중 하나인 한국에서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세대 간 논쟁을 촉발시켰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정부는 주 1회 초과 근무 상한선을 높이면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유연성과 삶의 질, 가족과의 시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노동조합과 SNS에서의 격렬한 반대를 포함한 대중의 항의 이후 정부는 제안을 철회하기 위해 서둘렀다"고 밝혔다.
방송은 "과로에 대한 우려는 한국 전쟁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을 가져왔던 오랜 시간 악명 높은 일 중독 문화와 강한 교육적 기대를 가진 나라인 한국에서 특히 극심하다"며 "평균적으로 한국인들은 연간 1915시간을 일하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다섯 번째로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OECD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연평균 1791시간, 프랑스는 1490시간, 독일은 1349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방송은 한국 특유의 근로 환경을 소개하며, 이러한 여건이 논쟁을 더욱 격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야근, 회식 등 술자리, 상사 눈치를 보고 퇴근해야 하는 문화 등이 있다며, 한국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혹독한 근로시간 때문에 한국에서는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낮잠을 잘 수 있는 '낮잠 카페'가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정부는 특정 주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증가시키는 것이지 전체 근로시간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위와 같은 한국의 노동 환경을 고려했을 때 노동 시간 자체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부의 구상은 노동 시간을 줄이려는 세계적 흐름과도 다소 배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방송은 한국 정부 안에 대한 반발은 코로나 이후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안에서만 일하고 초과 근무를 거부하는 노동 방식인 '조용한 멈춤'(quiet quitting)과 같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흐름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주4일제 등 노동 시간 단축이 현실에서 적용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23일 호주 일간지인 <디오스트레일리안>은 호주서비스노조(ASU),가 산별 노사협약(EBA)를 통해 옥스팜의 노동자 140명이 주4일제를 선택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인정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향후 6개월 간 주5일, 35시간 일하는 옥스팜 노동자들은 급여 변동 없이 주4일, 30시간 근무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호주는 의회 차원에서 주4일제 도입과 관련한 활동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 상원의 '노동·돌봄 위원회'는 주4일제의 전면 도입을 정부에 권고했고, 4월 말부터 호주 내 29개 기업을 대상으로 주4일제 시범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지난해 영국에서 33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주4일제 근무를 시범 운영한 결과, 업무 스트레스와 생산성 측면에서 이익이 나왔다면서 주4일제 근무에 대한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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