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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살코기’과 ‘암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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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살코기’과 ‘암비둘기’

지난 번에 강의할 때 ‘ㅎ종성체언’에 관해 설명했더니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외국어에도 이러한 발음이나 표기는 많다. 인도네시아어에서도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Trima kasih.’라고 하는데 필자가 “뜨리마 까시!”라고 했더니, “그것이 아니고 끝에 ‘h’발음을 약하게 넣어 달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이렇게 ‘h’ 발음이 단어의 끝에 들어가는 경우는 여러 나라에 많이 분포하고 있는 것을 본다. 그러니까 “뜨리마 카시ㅎ”라고 발음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우리말에도 이러한 발음이 숨어 있는 것이 많은데, 그 중에 ‘ㅎ종성체언’이라는 것이 있다.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에 ‘ㅎ’이 항상 붙어 다니는 것으로 이러한 것은 표기할 때 뒷말을 ‘거센소리’로 적는 것이 특징이다. 옛문헌에 보면 ‘땅이’라는 것을 표기할 때 ‘따히’라고 표기되어 있다. 어러한 것들이 바로 ‘ㅎ’을 달고 다니는 단어들이다.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보면

제 31항: 두 말이 어울릴 적에 "ㅂ" 소리나 "ㅎ" 소리가 덧나는 것은 소리대로 적는다.

1. "ㅂ" 소리가 덧나는 것

댑싸리(대ㅂ싸리) 멥쌀(메ㅂ쌀) 볍씨(벼ㅂ씨)

입때(이ㅂ씨) 입쌀(이ㅂ쌀) 접때(저ㅂ때)

좁쌀(조ㅂ쌀)

2. "ㅎ" 소리가 덧나는 것

머리카락(머리ㅎ가락) 살코기(살ㅎ고기)

수캐(수ㅎ개) 수컷(수ㅎ것) 수탉(수ㅎ닭)

안팎(안ㅎ밖) 암캐(암ㅎ개) 암컷(암ㅎ것)

암탉(암ㅎ닭)

과 같이 두 종류를 같이 설명하고 있다. ‘ㅂ’이 덧나는 것과 ‘ㅎ’이 덧나는 것이라고 하여 별다른 설명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헷갈려하는 것 같아서 설명을 보태려 한다. 예전에는 초성에 ‘ㅂㅅ()’이 붙어있는 글자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요즘 신문을 인쇄할 때는 표기할 방법이 없어서 할 수 없이 띄어서 표기하였지만 붙어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ㅅ’ 앞에 있던 ‘ㅂ’이 현대어에 남아서 ‘햅쌀, 댑싸리, 좁쌀, 접때’ 등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ㅎ’과 다른 자음이 만나면 항상 거센 소리(격음)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 그래서 발음을 거세게 하기도 하지만 표기 또한 그대로 하는 것이다. ‘머리카락’, ‘암캐’ 등은 많이 보던 것이라 별로 의심없이 보는데, ‘살코기’나 ‘안팎’ 등은 의심의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왜 ‘살고기’나 ‘안밖’이 아니냐고 따질 수 있다. 이유는 바로 위에 있는 인용문에서 볼 수 있듯이 ‘ㅎ’음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음과 표기가 모두 거센 소리로 구현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외의 경우도 있다. ‘암캐, 암탉, 암컷, 암평아리’ 등의 경우는 모두 거센 소리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 여기서도 “왜 암평아리가 맞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유는 두 번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기게 생략한다. 다만 ‘암피둘기’의 경우는 규범 표기가 ‘암비둘기’로 되어 있다. ‘암’에는 항상 ‘ㅎ’이 붙어 있기 때문에 표기도 ‘암피둘기’로 해야 하고 과거에는 그렇게 쓰도록 했지만 근자에는 ‘암비둘기’를 규범 표기로 정했다. 이유는 없다. 언중들이 ‘암비둘기’를 선호하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예외 규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러한 것은 예외 규정을 적용하지 말고 다른 것과 동일하게 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언어에 지나치게 많은 예외 규정을 두다 보면 오히려 헷갈리기 때문이다.

언어는 항상 변하기 때문에 규정도 바뀌는 것이 맞지만 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끼리는 같은 발음(표준어)을 사용하는 것이 소통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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