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일선 경찰서장을 포함한 현장 관리자 직무관리를 위한 자가진단 시행을 예고하면서 반발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일선 경찰의 성과 지표에 '내부 감찰 첩보'를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내부 감찰 첩보 수집 활동을 성과에 넣겠다는 것이다.
경찰청 청문감사실은 경찰 성과 지표에 '감찰 성과'를 포함시켜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인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프레시안>이 확인한 경찰 성과 지표에 따르면 '비위 예방을 위한 감찰 정보 수집과 적극적 감찰 개입을 견인, 근무 기강과 청렴성 확보에 기여'할 경우 성과로 인정된다.
감찰 정보 수집 활동 평가 세부 내용에 보면, 감찰 첩보는 소속 공무원의 비위와 관련된 정보, 불합리한 제도, 시책, 관행 등 개선에 관한 자료와 함께 '관리자의 조직 관리, 운영 실태, 주요 치안시책 등에 대한 현장 여론, 비위 우려자의 복무 실태 등 인사, 조직 운영에 참고가 될 만한 자료"라고 돼 있다. 이같은 첩보 등은 매월 1건 제출 시 20점을 부여하고 모든 정보는 감찰정보시스템에 등록해야 성과로 인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결국 일선 경찰들이 동료들을 감시해 보고하는 걸 성과에 반영하겠다는 것 아니냐. 만인에 의한 만인의 감시로 가겠다는 격"이라고 말했다.
독재정권 잔재 '감찰카드' 부활도?
경찰이 4월 시행 예정인 자가진단에 대해서도 경찰 내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31년만의 경찰국 신설 이후, 24년 전 폐기된 '감찰 카드'를 부활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자가진단 대상에 경찰서장까지 포함한 것은 지난해 경찰국 신설에 따른 전국 총경회의 등 경찰 내부 목소리를 사전 차단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경찰서 현장 관리자 직무관리 자가진단 운영' 방침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경찰서장을 포함해 과장, 계장, 팀장, 파출소·지구대장 등을 대상으로 자가진단 제도를 운영한다. 특히 "경찰서장 자가진단표는 전산화하여 본청, 시도청에서 집중 관리하고 여타 관리자는 수기로 작성하여 매일 상급자가 차하급자의 자가진단표 점검"이라고 돼 있다. 경찰은 이를 "각종 감사 자료로 활용하고 필요시 감찰, 인사 참고자료"로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방식은 경찰서 각급 관리자가 점검해야 할 항목에 대해 설문 응답 방식으로 작성하게 된다. △112 신고 처리 △수사 사건 처리 △주요상황 보고 및 비상 대비 △주요지시 이행 △하위 관리자 직무관리 점검 등이 대상이다.
그러나 일선 경찰들은 이같은 방침이 과거 '감찰카드'에 준하는 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독재 정권 시절 경찰은 '감찰카드'를 통해 경찰 개인의 모든 징계 기록은 물론 버릇 등 사생활, 주변 평가까지 상세히 기록해 인사 및 감사 자료로 써 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인권 침해와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1999년에 폐지된 바 있다.
'자가진단표'가 도입되면, 경찰의 의견 표명 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경찰은 경찰국 신설을 비판한 전국 경찰서장 모임을 주도한 류삼영 총경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리는 등 내부 비판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하고 있다. 이 처분에 대해 법원은 효력을 정지하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들끓고 있는 경찰 내부 게시판
반발이 심해지자 조지호 경찰청 차장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자가진단이 "(과거) 감찰 카드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며 "현장 관리자로서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체크리스트(화)해서 빠짐 없이 오늘 일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영철 감사담당관도 "직무관리 역할을 게을리하는 일부 관리자에게 적당한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오남용되거나 악용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경찰 내부 게시판은 들끓고 있다.
서강오 전남 무안경찰서 직장협의회 위원장은 경찰 내부 게시판에 폴넷에 글을 올리고 "이 제도는 유사시가 아니라 수시로 직원들에 대한 일상적 감찰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이것은 감찰카드의 부활을 선언하는 것이며 감찰카드는 경찰 내부의 일상적인 감시, 분열, 통제의 기제 장치로 작동할 것이며, 지난 1991년 이후 경찰청으로 독립을 통해 경찰의 정치적 독립성, 중립성과 시민의 경찰로 바로서기 위한 모든 기획을 좌절시키는 동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위원장은 "윤희근 경찰청장은 20년이 넘은 철지난 감찰카드를 다시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이런 제도는 시대에 역행하는 불온한 시도로서 당장 시행을 멈추어야 한다"며 "경찰청장은 경찰국 수용 이후 류삼영 총경 중징계, 총경회의 참석 및 검경 수사권 조정을 주장한 총경 보복성 인사, 이태원 참사 책임회피, 검사 출신 정순신 국수본부장 추천, 감찰카드의 부활 등 경찰 조직을 위기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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