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주 69시간제 확대'를 골자로 한 정부의 노동개혁에 분노한 청년 노동자들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한 간담회에 기습 방문해 시위를 벌였다. 이 장관은 청년들을 향해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나중에 말씀하실 기회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주 69시간 확대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가능성은 다 열어놓고 가는 것"이라며 전면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장관은 15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관리 우수 사업장 노사 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 6일 지난 6일 현재 주 52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는 노동시간을 주 69시간까지 늘릴 수 있도록 노동시간 활용 규제를 완화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추가 노동시간을 마일리지처럼 차곡차곡 모아놨다가 노동자가 원할 때 연차 휴가에 더해 장기 휴가로 쓸 수 있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있는 연차도 다 못 쓴다"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 제도 개편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보완 검토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 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바로 다음날 노동부 장관이 '노동개혁'의 핵심 골자인 '주 최대 69시간 확대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이 장관은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게 노동자의 건강"이라면서 구체적인 수정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을 다 들어봐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안을 만들면서 많은 걸 고려했고, 입법예고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충분히 의견을 수렴했다"면서도 "입법예고 기간 40일은 다양한 의견을 더 듣는 기간이고 미비한 사항이나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민주노총 청년 조합원들은 이 장관이 참여하는 간담회가 열리는 회의실에 기습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청년들은 분노한다! 주69시간제 폐기하라'고 적힌 손 팻말을 들고 "노동자를 과로사로 내몰지 말고 폐기를 확답해달라",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외쳤다.
이들은 특히 "장관도 청년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다수 비정규직 청년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특정 계층 극소수 청년의 이야기만 듣고 있다"고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 장관은 "(여러분의) 의견도 많이 들었는데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며 "나중에 말씀하실 기회를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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