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16일 하루에 두 차례 만찬을 가질 예정이며, 이 가운데 '2차 만찬'은 일본 도쿄의 번화가 긴자(銀座)의 128년 노포가 될 것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14일 "2차 만찬은 오므라이스를 좋아하는 윤 대통령의 희망에 따라 양식의 명점으로 알려진 긴자의 '렌가테이(煉瓦亭)'로 할 방향"이라고 전했다.
렌가테이는 1895년 개업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의 포크커틀릿과 오믈렛을 근대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한 '돈까스'와 '오므라이스'의 발상지다.
윤 대통령이 좋아한다는 '오므라이스'는 1900년 이 식당의 종업원 식사로 개발됐으나, 종업원이 먹는 것을 보고 손님이 '나도 저것을 먹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1901년부터 '라이스 오믈렛'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메뉴에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렌가테이의 3대째 사장 키다 아키토시(木田明利. 현 사장은 4대째)는 과거 지역신문 <긴자뉴스> 인터뷰에서 '플레인 오믈렛으로 재료를 감싸는 형태의 오므라이스가 된 것은 러일전쟁의 직후인 1905년 이후'라고 설명했다.
렌가테이가 개업했다는 1895년 한일 양국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 이 식당의 개업 연월일은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그 해의 어느 시점이든 조선에는 악몽과 같은 시기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1895년 1월은 한반도에서 동학농민혁명 2차 봉기가 관군과 일본군의 총칼에 잔인하게 진압된 때다. 진압의 주력은 조선 관군이었으나, 일본군도 1개 대대 규모 병력(후비보병독립19대대 소속 3개 중대 등)이 참전했으며 특히 이들은 농민군 섬멸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1895년 10월에는 을미사변이 있었다. 조선 고종의 왕비 민자영(1897년 대한제국 선포 이전. 후에 명성황후로 추존)이 일본 낭인들에 의해 시해된 사건이다.
오므라이스의 전신 '라이스 오믈렛'이 렌가테이 메뉴판에 처음 등장한 1901년은 2차 대전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히로히토 전 국왕(일본측 통칭 쇼와 덴노)의 출생년도다.
현재와 같은 형태의 '오므라이스'가 만들어진 때로 추정되는 1905년은 을사늑약이 강요된 바로 그 을사년이다. 항간에서는 '을씨년스럽다'는 말의 어원을 이 을사년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사실상 양국 정상의 독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례적 2차 만찬"(요미우리)의 분위기는 어떨까.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한 "미래의 문"(윤 대통령, 지난 13일 총리 주례회동)을 마침내 열게 될까. 아니면 끝내 일본의 '성의 있는 화답'을 끌어내지 못한 채 빈손 회담으로 마무리될까. 혹여라도 후자일 경우, 한국 내 여론은 그야말로 '을씨년스럽다'는 표현에 걸맞게 얼어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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