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스튜어드십 코드)하는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에 검사 출신 인사가 임명된 데다, 보건복지부가 기금운용위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 구성까지 바꾸기로 해 때 아닌 '관치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그 직후인 7일 보건복지부는 제1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수책위 수탁자책임활동 지침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수책위는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등 3개 가입자 단체가 각각 3인씩 추천해 총 9인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복지부가 발표한 개정안은 3개 가입자 단체의 추천 몫을 3인에서 2인으로 줄여 총 6인으로 하고, 남은 3인을 전문가 단체로부터 추천받아 위촉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안은 결국 국민연금공단을 산하기관으로 둔 정부(복지부)의 입김이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근로자 단체 추천 기금운용위원들이 반발했지만 정부가 표결을 강행했다고 한다.
정부의 발표는 검사 출신 한석훈 변호사가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에 내정된 것과 맞물려 '관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금과 투자 등에 대해 비전문가인 한 전문위원의 '전문성' 논란과 함께 '검찰 공화국'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최근엔 한 변호사가 과거 논문을 통해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에 지시를 할 경우 공단이 따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비판한 책까지 냈던 한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관련 핵심 사건 중 하나인 삼성 경영권 승계 이슈 관련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에서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을 압박한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유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 변호사는 2019년 법조협회 저널에 올린 '연기금의 주주 의결권행사와 배임죄-서울고등법원 2017. 11. 14. 선고 2017노1886 판결'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보건복지부가 정당한 지시나 지도를 한다면 공단은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의 국민연금기금 장악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국민노후자금을 정권 입맛대로 활용하려는 음모를 반드시 막겠다"고 했다. 이들은 한 변호사를 언급하며 "이런 인물을 상근 전문위원으로 임명한 것은, 정권의 연기금 장악 의도를 아주 노골적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더욱이, 이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무효라는 시대착오적 주장까지 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복지부가 수책위 구성을 바꾸기로 결정한 데 대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기금의 책임투자 및 주주권 행사에 관한 사항을 검토·결정하는 곳이다. 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살핌으로써 투자된 연기금에 손해가 없도록,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도록 관리하는 곳"이라며 "그런데 정부가 위원을 임명하여 힘의 균형을 깨겠다고 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통제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의 주요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 2015년 발생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사건의 충격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합병 과정에서 대기업 총수의 이해관계에 희생되어 수많은 일반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봐야 했다"고 지적하며 "이 일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 삼성물산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손해가 뻔한 합병조건에 찬성했기 때문이었고, 국민연금의 이러한 결정은 정부의 부당한 개입 때문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윤석열정부는 지난 박근혜 정권의 잘못은 완전히 잊어버린 채,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다시 국민연금에 어두운 손길을 뻗치기 시작했다"며 "국민연금 정부개입 방지법안을 곧바로 추진하겠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지금처럼 가입자단체들이 추천하는 전문가로 구성하는 내용이다. 이 법을 통하여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에 정부가 부당한 개입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