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말 어렵게 어렵게 한 가지 사실을 어렵게 확인이 됐습니다. 반포고등학교 교장이 '정 군(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서울대 철학과에 정시로 갔다'고 이야기함으로써 오늘에서야 정 군의 서울대 입학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블랙 코미디죠?"(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을 계기로 9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서울대 측이 거듭된 답변 회피로 야당 위원들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정 변호사 아들 정모 씨의 서울대 정시 입학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다. 서울대 측은 그러나 이날 현안질의 자리에서 개인정보를 이유로 정 씨의 '정시 입학' 사실 확인을 거부했고, 정 씨의 최종 출신고교인 반포고등학교 교장이 정시 입학 사실을 대신 확인해주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교육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본 질의에 앞서 "어제(8일) 민주당 교육위 위원들이 서울대를 방문했는데, 서울대 핵심 인사는 물론 교육부 그 누구도 정 변호사 아들이 정시에 입학했는지, 수시에 입학했는지, 심지어는 현재 서울대 재학 여부조차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한다. 확인을 아직까지 안 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천명선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시종일관 말을 아꼈다. 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천 본부장에게 "지금 정순신 아들이 대학교에 재학 중이냐, 휴학 중이냐"고 묻자 "재학 중인지 혹은 자퇴했는지 혹은 다른 어떤 게 있는지는 제가 확인드리기에는 범위가 벗어난다"고 말했다.
이에 강 의원이 나경원 전 의원 아들의 서울대 대학원 재학 시절 학회 대리발표 의혹을 언급하며 "저 대학원생(나 전 의원 아들)은 어떻게 공개가 됐나. 서울대학교에서 받은 자료인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천 본부장이 답변을 피하자, 강 의원은 고은정 반포고 교장에게 "정순신 아들이 반포고등학교를 졸업했지 않나. 거기서 대학 진학했다. 정시로 했느냐, 수시로 했느냐"고 물었고, 정 교장은 "정시로 진학했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확인해주지 않은 사실을 반포고 측에서 확인해준 셈이다.
서울대 측은 이날 교육위 답변에서 정 변호사 아들의 대학 입학 전형 당시 '최대한의 감점' 처리를 했다는 사실은 밝혔다. 천 본부장은 정 씨가 학교폭력 이력으로 감점을 받았는지를 묻는 무소속 민형배 의원 질의에 "어떤 학생에 대해서 감점 조치를 했는지 특정해서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정 변호사 아들이 입학한 연도에) '강제 전학' 조치를 받은 학생에 대해서는 저희가 할 수 있는 최대 감점을 했다"고 답했다.
민 의원에 이어 안 의원이 거듭 "정 군에게 최대 감점을 했다는 사실은 인정을 했다. 맞느냐"고 묻자, 천 본부장은 "전학 조치를 받은 학생이 있었고 최대 감점 처리를 확인해 드렸다"고 답했다.
천 본부장은 다만 구체적으로 몇 점을 감점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서울대는 입시에 활용한 기록을 다른 곳에 활용하지 않은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점수 범위를 공개한다면 다른 입시에 이용되거나 악용될 수가 있어서 그 정도(최대 감점 조치를 했다)까지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는 정 변호사 아들이 학교 폭력으로 인해 입학 당시 '1점 감점'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대의 답변 회피와 자료 제출 거부 문제와 관련해 교육부도 책임을 비껴가지 못했다. "정 변호사 아들이 수시로 입학했느냐, 정시로 입학했느냐"는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의 질의에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언론에는 정시로 나와 있지만 저희가 정확하게 파악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변했다.
이에 유 위원장이 "고등교육법 제5조에 교육부는 대학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차관의 답변은 마치 교육부가 법적인 지도·감독 권한을 포기한 듯한 그런 발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대학도 문제가 되지만 지도감독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서 그 대학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교육부에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거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질타했다.
반포고 측도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답변 회피, 자료 미제출로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문정복 의원은 정 변호사 아들의 강제전학 처분 기록이 어떤 과정에서 삭제됐는지를 캐물었다. 이에 고 교장은 "법에 의해 공개하지 못하게 돼 있다"고 답했다. 다만 문 의원이, 정 변호사가 학교폭력자치위 외부 위원들을 통해 정 씨의 기록 삭제를 도왔을 개연성에 대 묻자 고 교장은 "정말 억측"이라고 부인했다.
고 교장은 강제전학 기록 삭제와 관련해 "심의기구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강 의원이 "뭘 보고 교장 선생님은 납득을 하셨느냐. 피해자와의 화해 정도는 전혀 나와 있지 않다. 객관적 자료가 있느냐"고 묻자, 고 교장은 "회의록에 게재돼 있는 걸로 기억한다"면서도 "회의록은 제가 공개를 못 한다"고 했다.
고 교장은 아울러 학교 폭력으로 반포고에 전학 온 정 변호사의 아들을 따로 관리했느냐는 문 의원의 질의에는 "그건 낙인 효과"라고 말했고, 문 의원은 "무슨 그런 말을 하냐, 학교장의 임무를 방기한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날 오전 고 교장의 답변 태도가 논란이 되자, 그는 오후 답변 과정에서 "마치 학교에서 뭔 가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오해를 받는 것 같다. 학교 이미지가 실추되는 중대 한 사안"이라면서 "위원님들께서 요구하신 자료들이 전부 다 법령에서 공개할 수 없는 자료들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 의원은 "국회는 국민들로 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고 이런 권한을 이용해서 수사기관에 준하는 자료를 받을 권리가 국회에 있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이런 식의 자료를 보내는 것은 국민들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유 위원장도 천 본부장과 고 교장 등의 답변 태도에 대해 "위원님들이 범법을 하라고 요구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하면서 "국민 여러분들께서 궁금해하시고 진실을 알고 싶어 하시는 문제가 제대로 해소가 안 된다면 정식 의결을 통해서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야 위원들은 "학교폭력의 고통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치명적이고, (드라마) <더 글로리>의 동은의 온몸에 아로새겨진 화상 자국처럼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유 위원장),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엄벌 죄가 필요하다"(국민의힘 김병욱 의원) 등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교육위 전체회의와 별개로 이날 오전 당 차원에서 이재명 대표 주재로 '학교폭력 근절 및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대정부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더 글로리> 현실판이라고 불리는 '정순신 학폭 사건'이 발생해서 국민들이 경악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것 같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피해자들이 학교 현장의 일상적 삶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질의를 보면 마치 (정 변호사) 개인, 특정 정파를 공격하는 느낌을 주는 질의가 있다"(교육위 서병수 의원), "추행을 저지르고 이듬해까지도 계속 익명으로 음담패설 문자를 여학생에게 보낸 '제2의 정청래 아들'을 예방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정경희) 등 민주당의 공세에 대한 반격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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