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무더기 이탈표' 사태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 분열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비(非)이재명계가 국회 표결을 통해 당 대표에게 압박을 가하자, 강성 지지층은 이를 '반란'으로 규정해 '살생부'를 제작·배포하는 등 공격적 지지 행태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당 내 갈등이 사실상 내전 수준으로 번지면서 당 지도부가 나서서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6일 오전 확대간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달 27일 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이후에 민주당 권리당원 입당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2월27일부터 3월5일(8시 기준)까지 6일간 권리당원 입당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지난 금요일(3일) 1만4373명에서 주말을 거치며 5일 8시 기준 2만4369명이 입당해 매일 평균 3895명이 입당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에 대한 강력한 지지가 늘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권리당원의 폭발적 증가는 사실상 비명계를 제압하기 위한 강성 지지층의 세 결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를 보호하기 위한 입당 러시인가'라는 사회자 질문에 "그것도 있고,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여론도 있다"고 말했다.
현 부원장은 "이번에 투표를 던진 분들이 제가 보기에는 좀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면서, 추가 체포동의안 표결이 있을 경우 가결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송 나와서 '당론으로 정하지 않았다'는 분들조차 아무 얘기 안 하고 있다. 당원들이나 지지자들이 그 뜻(가결)이 아니라는 걸 확인한 것"이라며 이번에 이탈표를 던진 의원들도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압박을 느끼게 되면 입장을 바꿀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도 최근 신규 당원이 급증한 배경에 대해 "마음으로만 대표를 지지하던 이들이 비명계의 '반란표'를 보며, 소수에 불과한 이들(비명계)에게 당 대표가 압박받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집단적 심리가 작용한 것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권리당원 수가 늘어났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냐를 놓고 보면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권리당원 가운데 다수가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대거 포진한 점을 감안하면 일부 의원들을 겨냥한 과격 행위가 더욱 극심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은 이탈자 명단 유포, 문자 폭탄 독려 등 집단 행동에 돌입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주말 사이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이낙연 전 대표 등을 '7적'으로 규정하고 '전화로 처단하자'는 웹포스터를 만들어 배포하는가 하면 당사 앞에서 '수박(앞과 뒤가 다르다는 말로, 비명계 의원들을 일컫는 조어) 깨기'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 국민응답센터에는 이낙연 전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 영구 제명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을 올린 당원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서 그것도 민주당 내에서 반란표가 나오게 만든 것도 이낙연 전 대표가 꾸몄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6일 오후 4시 기준 약 7만 명에 육박하는 당원들의 동의를 얻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맞불격으로 이 대표에 대한 출당 청원도 제기됐다. 지난 3일 올라온 '이재명 당 대표 사퇴 및 출당, 제명할 것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6일 현재 약 3500명의 서명을 받았다.
청원인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민주당의 가치와 정신을 현재 이재명 당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토건토착 비리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민주당의 가치와 정의가 훼손되고 당을 분열로 이끈 장본인이기에 권리당원으로서 청원드린다"고 밝혔다.
이처럼 당 내분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중재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재수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싸움이 나면 싸움을 말려야 되는데 오히려 더 큰 싸움을 만들고, 갈등과 분열이 있는 곳에 기름을 붓는 이런 정치적 행위와 발언을 삼가야 할 필요가 있다"며 "서로 액셀러레이터를 막 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슨 일이 발생했을 때 오롯이 전적으로 100% 누구의 책임이다, 이런 건 세상에 존재하기 어렵다"면서도, "당 대표가 조금 더 강력한 메시지로, 횟수도 조금 더 (자제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주길 부탁한다"며 "민주당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져야 검사 독재 정권과 더 결연히 맞설 수 있다"고 했다.
또 "제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 이후 우리 당 몇몇 의원들에 대한 명단을 만들고 문자폭탄 등 공격을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시중에 나와 있는 명단은 틀린 것이 많다. 이간질에 유효한, 전혀 사실과 다른 명단까지 나도는 것을 보면 작성 유포자가 우리 지지자가 아닐 가능성도 커 보인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이같은 메시지에 대해 전 의원은 "지지자들에게, 국회의원들에게도 그런 메시지가 꼭 필요하다"며 "이런 시점일수록 당 대표가 조금 더 강력하게, 그리고 당내를 향해서는 더 강력한 소통 행보라든지 이런 것들이 정말 요구되는 그런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도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게 다 이재명이 부추긴 거"라며 "이제 와서 말리는 척 해봐야..."라고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진 교수는 "군중은 자기동력을 갖고 있다. 일단 불이 붙으면 통제가 안 된다"면서 "그들을 세뇌시켜 써먹는 이들은 결국 그 군중에 잡아먹히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개딸들의 색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낙연 전 대표 영구 제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 질문에 답하지 않고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다만 이날 오후 SNS에 "광주의 힘을 보여달라"는 글과 함께 포스터 형태의 사진 게시물을 올려 오는 11일 오후 광주에서 열리는 '야당탄압 검사독재 규탄대회'에 당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광주에서 지지자·당원을 대거 동원한 집회를 열어 세 몰이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비명계 "이재명 뒤로 물러서야"…박지현도 "사즉생 결단 필요"
비명계에서는 여전히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왔다. 이상민 의원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의 생각을 물으신다면 민주당의 검은 먹구름의 1차적 원인은 이 대표의 사법적 의혹"이라며 "이걸 철저히 분리를 해야 되는데 당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하기는 쉽지 않다. 이 대표가 잠시 뒤로 물러서는 것이 당을 위해서나 이 대표를 위해서나 바람직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종민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럴 줄 알고 당 대표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나왔지 않느냐"며 "그러면 어떻게 할 건지를 당원들하고 의원들한테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당 대표 물러나겠다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얘기"라며 다만 "이 모든 게 다 지도부와 이 대표가 나름대로 책임지고 판단해야 될 문제지 몇 사람이 '대표 물러나라' 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지원 전 비상대책위원당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 및 YTN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 대표의 리더십은 수습이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며 "다 내려놓을 각오로 법원에 가서 영장심사를 받아야 한다", "지금 이 대표에게 필요한건 사즉생의 결단"이라고 했다. 다만 박 전 위원장 역시 "이 대표는 당선 이후 국민께 한 약속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서도 "결단"의 주체는 이 대표 스스로가 돼야 한다며 "사퇴하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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